보험상품 특허권 획득 건수 총 30건… 전년 대비 66.7% 증가생보사, 지난해 사업비 18조2757억원… 건강보험 경쟁 '확대'30년 만에 데이터 관리 체계 개편… '가격경쟁력' 높이는 생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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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업계가 새해 들어 건강·상해·질병·간병 등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는 제3보험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포화된 생보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손해보험업계는 생보사들의 도전을 따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제3보험 시장이 보험업권의 최대 격전지가 된 이유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떤 상품을 어떻게 선택할지 등을 톺아본다. [편집자주]

    제3보험 시장을 둘러싸고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새 회계기준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생보업계는 제3보험 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신상품 출시뿐만 아니라 배타적사용권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는 가운데 생보업계가 30년 만에 데이터 관리체계를 개편하며 가격경쟁력까지 높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너도 나도' 제3보험 상품 출시… 특허 등록도 '활발'

    지난해 보험업계는 제3보험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간병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새로운 제3보험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며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보사들은 특히 치매·간병보험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상품 개발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업계 최초로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각 단계별 보장을 제공하는 치매보험을 출시한 데 이어 가족 돌봄이 포함된 요양보험을 내놓았다. 

    교보생명은 3대 질병(암·뇌·심장)뿐만 아니라 주요 질병과 수술을 평생 보장하며 치료 후에도 매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을 선보였다. 

    흥국생명은 기존 치매보험을 개정해 보장 기간을 종신까지 확대했으며, 앞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탑재한 상품도 출시했다. 

    KDB생명은 건강검진 예약 및 간병인 지원 등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아, 병원·건강검진 예약을 횟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생보사들만의 전략이 아니다. 손보사들 역시 제3보험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삼성화재는 장기요양보험 관련 보장을 확대하고 최저 가입 연령을 낮췄으며, 원인과 관계없이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으면 시설·재가 급여를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현대해상은 입원·수술의 고지 기간을 5년까지 분리하고, 가입 유형을 35가지로 세분화한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무사고 계약 전환 제도를 도입해, 사고 이력이 없으면 상위 등급으로 계약 변경이 가능하도록 했다. 

    KB손해보험은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진단받았지만 증상이 경미한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처럼 보험업계 전반에서 제3보험 출시가 활발해지면서, 신상품 보호를 위한 배타적사용권 획득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배타적사용권은 생·손보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가 보험 상품의 독창성과 진보성을 평가해 일정 기간 독점 판매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생·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는 총 30건으로 전년 동기(18건) 대비 66.7%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손보사가 20건, 생보사가 10건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배타적사용권은 생·손보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가 보험신상품의 독창성·진보성 등을 평가해 일정 기간동안 부여하는 독점 판매 권한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4월 이후 배타적사용권 취득 상품 중 75%가 제3보험에 해당될 정도로 생·손보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배타적사용권의 인정 기간 확대 역시 보험사들의 신상품 개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배타적사용권 인정 기간을 기존 3~12개월에서 6~18개월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 협회는 올해 상반기 중 협정 개정을 목표로 관련 실무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보험업계는 더욱 적극적으로 신상품 출시와 배타적사용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관계자는 "제3보험 시장 확대와 보호기간 연장으로 배타적사용권 신청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생보사는 시장확보를 위해 신상품 개발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보사, 제3보험에 '사활' 걸었다… 30년 만에 데이터 개편 

    지난해 생보업계는 사업비로 20조원 가까이 쏟아부었다. 사업비는 신계약 유치 비용인 신계약비와 계약 관리 비용인 유지비로 구성되며, 최근 건강보험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 관련 비용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생명보험협회 월간생명보험통계에 따르면 생보사가 지난해 10월까지 사용한 사업비 규모는 18조27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5조2305억원) 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이는 IFRS17 도입 이후 건강보험 판매가 회계상 유리해지면서 경쟁이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은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가 모두 판매할 수 있는 제3보험 영역으로 보험업계는 공격적으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생보업계는 약 30년 만에 보험개발원에 제출하는 통계 관리 기준을 개편했다. 이번 개편을 통해 기존 상품 단위 데이터 관리 방식에서 담보 단위 관리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데이터 활용성이 높아졌으며 건강정보·연금정보·손해율 관련 항목도 확대됐다.

    개편을 통해 산출된 데이터는 약 3~5년간의 누적 과정을 거쳐 생보사의 본격적인 상품 개발에 반영될 전망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이번 개편을 통해 데이터 통계 기반을 구축했다"며 "평균적으로 5년 정도 데이터를 축적한 뒤 상품 개발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업계가 손보사에 제3보험 상품 개발 시 필요한 손보사 산업통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계는 보험사의 자사통계로, 계약·손해율 등을 기반으로 보험상품 개발에 활용 가능하다.

    이에 대한 손보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손보사의 산업통계가 생보사에 적용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추가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