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추진 … 핵심 인력 집중근로 보장R&D·미래산업 등 타업종 근로유연화 요구 커져 美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처럼 제도 도입 필요성"주 52시간 경직성 따르게 되면 경쟁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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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수(오른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와 여당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을 계기로 '주 52시간제'가 논란인 가운데 급변하는 첨단산업 경쟁 환경 등을 감안해 미래산업과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유연한 연장근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5일 정치권과 관계당국에 따르면 반도체특별법은 R&D 종사자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허용 조항을 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경직적인 근로시간 제한이 경쟁력을 악화하고 있다며 예외 허용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야당이 제시한 현실성이 떨어지는 '유연근무제'나 '특별연장근로' 등이 아닌 산업 특성과 기업의 실정에 맞게 주 52시간제를 1주 단위로 한정하지 않고 탄력적으로 운영하거나 아예 예외로 둘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얘기다.기업을 넘어 국가 간 패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해외 경쟁국에 비해 국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제, 보조금, 인프라 지원을 명문화한 반도체특별법을 만드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법안의 다른 조항들은 여야가 합의를 이뤘지만,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을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로 인정하는 조항을 두고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법안이 표류해 왔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주 52시간제 예외'를 전향적으로 수용할 뜻을 내비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정부와 여당은 바뀐 분위기를 반영해 반도체 R&D 인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논의하고 있다. 당정은 이달 '반도체 특별법'을 처리해 R&D 핵심 인력이 특정 기간 동안 집중 근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에 대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특례 도입은 사회적 부담이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 52시간 특례는 반도체 특별법에 규정해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더 나아가 재계 안팎에선 반도체 산업만을 특정해 주 52시간제 예외를 두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고, 반도체만큼 중요한 다른 첨단산업도 근로시간 규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필요 업종·직종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주문하고 있다.의료·바이오, AI(인공지능)·로봇, 모빌리티 등 시장 환경이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현실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전략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선 근로시간 유연화를 좀 더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게 근로시간에 대한 획일적인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유연한 인력 운용이야 말로 시장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다"라고 말했다.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이나 일본의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제도'처럼 일정 임금이 넘는 근로자에 대해선 노동시간과 관련된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몰아서 일하기'가 가능한 이런 제도에서 엔비디아나 테슬라가 나올 수 있었다.우리나라에서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처럼 비슷한 제도 도입 논의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9년 10월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병관 의원이 '근로소득 상위 3% 이내' 고소득 근로자에 대해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제외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국내 기준 '근로소득 상위 3%'라면 연봉 1억2000만원 수준이다. 첨단 분야 연구개발 등의 분야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고급 인재라면 이들의 근로시간까지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높다.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종에 따라 업무가 다른데 '주 52시간'이라는 경직된 노동 환경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특히, 첨단 산업 분야에서 주 52시간을 강제하면 국가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되 일부 업종에 대해 연장근로 단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1%대로 가라앉는 등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주력산업이 중국에 선두를 빼기는 상황에서 획일적인 52시간 규제의 족쇄를 대폭 푸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