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빨간불' … 트럼프 2기 출범에 불확실성 커져 국정협의회 4자 회담서 추경 편성 주요 의제 오를 전망"적시에 실효성 있는 추경 등 경기대응책 마련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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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항 신선대부두 전경. ⓒ연합뉴스
저성장 터널에 들어선 한국 경제가 대내외 불안 요인이 겹치면서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내수 부진 속에 고용이 내리막 추세를 보이고 수출도 증가세가 꺾였다.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경제 지표에 잇따라 비상등이 켜지면서 추경(추가경정예산)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경 필요성에는 여야와 정부가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시기와 용처, 규모 등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자칫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복합 위기 처한 한국경제 … 내우외환 공포감 확산 가능성한국경제가 연초부터 복합 위기에 처했다. 내수, 환율, 수출, 물가, 고용이 줄줄이 비상이다. '관세 공격'에 여념없는 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더한다면 한국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버틸 여력이 있을지 의구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6일 통계청 '2024년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연간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소매 판매는 내수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카드 대란'이 있었던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최대 폭 감소다. 연간 소매판매는 2022년(-0.3%), 2023년(-1.5%)에 이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감소폭도 키웠다.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정국, 트럼프 2기 출범까지 겹치며 환율은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 급등한 환율은 1400원대에 머물며 고환율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외 정치 불안이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을 수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환율 방어 등에 사용되면서 4110달러로 떨어졌다. 2020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정부는 연간 수출액 7000억달러, 세계 5위 수출국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연초부터 불안하다. 지난달 수출이 16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고 무역수지도 20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수출 전선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가에 보편관세를 물리고 각국이 맞대응하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한다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전망도 나온다.그나마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도 연초부터 들썩이고 있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2% 상승했다. 지난해 7월(2.6%) 이후 반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경기 침세 속에 물가가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고용 역시 부진하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57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5만9000명(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32만명 넘게 늘었던 전년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증가폭이다.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지표까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
- ▲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부 국정협의체 실무협의에서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여야정 추경 필요성 공감 … "적시 추경으로 경기대응해야"경제 성장엔진이 급격하게 식으면서 추경 필요성이 대두된다. 여야도 추경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시기와 조건 등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야당은 '조건 없는 추경'을 촉구하는 반면 여당은 반도체특별법과 에너지 3법(전력망확충특별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할 것을 요구하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즉각적인 추경 편성을 요구한데 대해 여·야·정이 참여하는 국정협의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정부도 추경 편성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편성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지금 곧바로 시작해도 충분치 않다"며 시급성을 강조했다.오는 10~11일 개최에 여야가 합의한 국정협의회 4자 회담에서도 추경 편성이 주요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추경에 부정적이던 정부와 여당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이른 벚꽃 추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추경 규모는 20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국회 예산정책처도 "주어진 예산의 조기집행만으로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고 내수침체의 고통에 직면한 취약계층과 내수관련 서비스업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경기둔화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여야 및 정부의 정치적 합의를 통해 적시에 실효성 있는 추경 등 경기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도 추경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수가 많이 침체돼 있어 추경 효과를 보려면 빨리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달리 한국은 원가·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어서 금리를 인하하거나 추경을 해도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내다봤다.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행령을 통한 규제 완화 후 추경을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추경 시점은 2분기가 적당하다고 보며 국회 주도가 아닌 정부주도로 편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