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의대증원 발표, 아직 봉합 불발 … 무너지는 지역의료9억 예산 삭감에 고대구로병원 오는 28일부로 수련 중단 의료인력 추계위 공청회에 의협 참여 … 대화 물꼬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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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의대증원을 발표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지만 의정 갈등은 풀리지 않고 국민 피해만 늘어나고 있다. 3월이 돼도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고 의대생도 복학하지 않아 사태의 심각성이 커진다.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6일 정부와 의료계, 환자단체 주요 관계자들은 3월이 되기 전 의정 사태를 봉합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냈다. 각 수련병원의 시계는 새학기에 맞춰 가동되기에 그전에 얼마나 인력 공백을 메꿀 수 있는지에 따라 의료대란의 규모가 달라진다.
     
    유일한 방법은 사직 전공의 복귀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조만간 이들을 대상으로 추가 모집을 실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각종 특례카드를 꺼내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원서접수를 진행해도 사직 레지던트 1~4년차 9220명 중 2.2%인 199명만 지원하는 등 실패 경험이 있다. 

    특히 필수의료 전공의 복귀는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사안이 됐다. 의료개혁은 근본적으로 미래세대가 지원하지 않는 기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 것인데 지난 1년간 전공의 없는 진료과에서 교수들이 공백을 채우며 버텨왔다. 

    만약 3월이 돼도 변화가 없다면 지방의료부터 무너지는 구조가 된다. 중중, 응급 환자 대처 능력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부터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6대 암 수술 건수는 대폭 줄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11월 상급종합병원 47곳에서 건강보험을 청구한 6대 암 수술 건수는 4만847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5만8248건보다 16.78% 줄었다.

    한 의원은 "상급종합병원의 암 환자 수술 역량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국민과 환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해 조속한 의정 간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 상급종합병원 모 교수는 "3월부터 항암을 하지 못하는 병원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사태 봉합을 통한 전공의 유인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마땅한 해법이 없는 현실을 맞게 된다"고 우려했다. 

    ◆ 野 예산 삭감에 중증외상 전문의 배출 통로 막혀  
     
    사태는 점입가경이다. 의료공백이 현실이 됐는데 국정 혼란과 정치적 상황은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의 예산 삭감은 가뜩이나 불안한 의료 문제에 기름을 부었다.

    국내 유일 중증외상 전문의를 육성하는 수련센터인 고대구로병원은 정부 지원금 중단으로 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를 이달 28일까지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 병원 측은 "수련센터는 문을 닫지만 중증외상센터는 운영할 방침"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연간 약 9억원을 예산을 센터에 지원했고 매년 2명 안팎의 외상 전문의를 길러냈다. 최근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중중외상센터' 주인공도 외상외과 전문의다. 의료현장에서 제2의 이국종을 육성하는 기관의 명맥이 끊긴 셈이다. 

    지난해 8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의료개혁을 위해 5년간 국가재정 10조원, 건강보험 10조원을 각각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9억원 때문에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릴 의사를 만들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했다.

    복지부는 센터 예산을 편성했었다. 이후 기획재정부에서 깎였다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거쳐 되살아났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전액 삭감됐다. 해당 문제는 야당의 탓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감액된 예산을 단독 처리하는 바람에 이 예산은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며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고 큰소리쳐 온 정부도 할 말 없지만, 국회에서 예산 심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식하게 삭감만 한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 14일 추계위 공청회 주목 … 의정 대화 시작될까 
      
    예산 삭감에 따른 외상 전문의 배출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가운데 오는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의정 대화가 물꼬가 열릴지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차원에서 14일 공청회에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과 사직 전공의 등 5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단, 김택우 회장과 부회장단이 직접 참석하진 않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복지위는 수급추계위 구성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토론할 예정이다. 

    현재 복지위에 계류된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김윤 의원이 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이다. 공청회에서는 민주당 이수진·국민의힘 서명옥·안상훈 의원이 발의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도 같이 논의된다.

    정부는 수급추계위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거쳐 2026년 의사인력 양성 규모를 결정해 교육부 장관에게 이를 제출할 수 있으며 내년도 의대 정원을 정하는 데 있어 교육부장관이 이를 존중해 결정하자는 수정안을 냈다. 

    의협은 해당 법안과 관련 의견서에서 "수급추계위에 완전한 독립성을 부여해야 하며 의결기구로 역할을 부여해 결정이 그대로 정책으로 반영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감원 조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례조항 등이 개정안에 명시돼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 내부에서 추계위 공청회 참여를 두고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추계위 위원 추천을 거부해온 의협이 정리된 입장을 낸다는 점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형성된다. 3월 의료대란의 심각성은 의정 모두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