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상호관세·민감국가 지정 '발등의 불' 최상목, 트럼프 취임 후에도 통화도 못해美 압박 카드 늘어나는데 대미 협상령 부재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무역·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무역 상대국에 대한 통상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미국 고위·실무급 협의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국을 대표적인 무역적자국으로 지목하는가 하면 '한국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이에 고관세 부과국을 지칭하는 더티(Dirty 15)'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장기화된 리더십 공백으로 대미 협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톱다운 정상외교'를 펼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미국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상 간 통화도 여전히 불발되고 있다. 

    리더십 공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 1월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지정했지만 정부는 두 달간 해당 사실을 파악조차 못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에너지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서야 공식 확인된 것이다. 양국 간 핵심 정보 공유도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트럼프 출범 전후로 국내 장관급 인사 중 유일하게 미국을 두차례 방문하고도, 관련 정보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 말 방미 성과로 관세, 비관세, 조선, 에너지, 알래스카 프로젝트 등 총 5개 분야에서 실무 협의체 개설을 꼽았으나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에너지위원회 및 내무부 홈페이지는 관련 내용이 게시되지도 않았다.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2일로 예고한 상호관세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기가 임박해질수록 산업부 메시지도 '톤다운'되고 있다. 안 장관은 지난 2월 말 방미 당시 미국 신임 내각에 한국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했지만, 이날 방미를 앞두고는 '관세 면제' 대신 '부정적 영향 최소화' 메시지를 내놓았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한 강연회에서 최근 한국도 상호관세 부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더욱이 미국이 내달 2일 상호관세를 먼저 때린 뒤 개별국가와 협상에 나설 것을 시사함에 따라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과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규제 완화' 등 비관세 장벽 완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뿐 아니다. 한국에 대한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은 내달 15일 효력이 발효된다. 정부는 발효 전 한국을 명단에서 빼기 위한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발효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대응 시간이 현저히 부족하다. 가용한 외교적 역량을 총동력해야 하지만 민감국가 지정 배경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리더십 공백이 외교력 부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 카드는 늘어나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카드는 에너지 수입 확대 외에는 뚜렷하지 않다. 관세 대응에 더해 민감국가 지정 대응까지 나서야 하는 만큼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미국이 관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협상카드로 제시하며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서다. 

    리더십 공백 속 국회도 제역할을 못하고 되려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야당은 한국이 민감 국가 리스트에 추가된 것을 두고 '핵무장 발언'이 원인이라며 정치공세를 퍼붓고 있다. 한미동맹 균열이 노출된 가운데 이를 수습하기 보다는 네 탓 공방만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한국은 미국 측 이야기를 청취해야 하는 입장이고,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도 오락가락 하고 있어 협상력을 갖기 쉽지 않다"며 "미국 측과 협상에 나서야할 산업 분야와 업종이 상당히 광범위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 위성 등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