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완화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조여 … 땜질식 규제주담대‧전세대출‧생활안정자금 한도‧조건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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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원칙 없는 오락가락 행보에 은행과 금융 소비자들이 커다란 혼란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대출금리 내릴 때 됐다”며 은행을 압박하다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후 집값이 뛰자 “운용의 묘를 살리라”며 다시 대출 조이기를 주문하고 나섰다.은행들은 금리를 낮추면서도 대출 문턱을 높여야 하는 어정쩡한 상황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의 대출 한도와 기준 등이 천차만별 양상을 보이며 소비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대부분이 신규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틀어막고 있다. 집 한 채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추가로 집을 사고자 한다면 현재 NH농협은행에서만 일부 가능하다.우리·하나은행은 비수도권 지역에선 별도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SC제일은행은 오는 26일부터 다주택자 대상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세부 조건은 은행별로 제각각이다.우리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서 유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중단한다.지난해 9월 9일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유주택자 대출을 제한했다가 올해 2월 21일 해제했으며, 한 달 만인 이달 21일 다시 투기지역에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하나은행은 그동안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제한하지 않았으나, 오는 27일부터 서울시 1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NH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6일부터 서울과 수도권에서 2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주택구입자금 취급을 제한했다.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29일부터 전 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막고 있으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선 1주택자까지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중단했다.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10일부터 무주택자에게만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허용했다. 올해 2월 14일부터는 유주택자의 주담대는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도록 조건을 완화했다.전세자금대출 역시 고무줄이다. 서울 지역에선 5대 은행 모두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를 목적으로 한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가능한 곳이 사라지게 됐다.하나은행은 오는 27일부터 서울에서 다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선순위 채권 말소·감액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처음 중단할 계획이다.신한은행에선 기존 주택 처분, 선순위 채권 말소·감액, 임대인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물건지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집을 한 채 이상 소유한 경우에도 신한·우리은행에선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하다.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26일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했다 올해 1월 2일 재개했고, 이달 21일부터는 다시 서울 지역에서 관련 대출을 막았다.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3일부터 현재까지 갭투자 억제 차원에서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등의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했다.하나은행은 주담대와 관련해 다주택자의 경우 1억원, 국민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은 2억원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신한은행은 생활안정자금을 목적으로 받는 주담대 한도를 아예 없앴다.주담대 대출 만기도 대출 지역과 은행에 따라 30년·40년 등으로 제각각이다.은행 관계자는 “언제 대출이 막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 상황으로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대출 규제가 급변하면서 대출 심사 과정에서 대출을 못 받게 되는 실수요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전문가들은 정부의 일관성있는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주담대 증가를 놓고 관련 규제를 상황별로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은행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불안해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은행들은 ‘기회될 때 이자이익을 많이 내자’는 심산으로, 당국의 규제가 조금 풀리면 금리를 올리고, 반대면 금리를 내리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대출 총량을 상황 따라 늘렸다 줄였다하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대출 수요, 공급을 규제할 수 있는 일관성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