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새 규정 도입' → 졸속 지침에 '재검토' 과학계 "비닐, 리튬배터리 화재 억제 효과 없어"5월 연휴 앞두고 현장 혼란 가중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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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로 화재가 발생한 모습. ⓒCHAT GTP
지난 1월 에어부산 화재 이후 도입된 항공기 내 보조배터리 시행 규정이 두달 만에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국토교통부는 3월 1일부터 '리튬이온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 안전관리 강화안'에 따라 승객이 보조배터리를 비닐백이나 보호 파우치에 보관하도록 의무화했다.그러나 실효성 논란과 용량별 반입 제한 등 세부 규정으로 혼선을 빚자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항공업계는 봄 성수기를 앞두고 연이은 규정 변화에 혼란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24일 업계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에 출석해 "(현 제도가) 실효성이 있을지 전문가와 항공업계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며 "환경 문제도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어 종합적으로 다시 따져보겠다"고 밝혔다.박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보조배터리를 출국심사대에서 지급하는 비닐에 옮겨 담는 과정서 출국 심사가 지연돼 승객들의 불편함이 크다는 지적과 함께 나왔다. 탑승 대기 시간에 배터리를 꺼내 쓰는 경우도 있는 데다, 실제 비닐이 배터리 화재시 초기 대응 과정서 역할이 미미하다는 과학계의 지적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실제 과학계에서는 비닐 봉지가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를 억제하는데는 효과가 적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리튬 배터리 화재가 수백도의 고온과 고압을 동반하는데 일반 비닐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쉽게 녹거나 불에 타 오히려 화재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일회용 비닐 사용이 늘면서 환경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실제 공항 현장에서는 비닐봉지를 둘러싼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일부 승객들이 보조배터리를 미리 꺼내 두지 않아 보안 검색 단계에서 지연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 배터리 용량이나 상태 문제로 탑승이 제한되는 경우도 나타났다.해외 항공사들은 비닐백 보다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기내에 내열격납백(Battery Containment Bag)을 비치하고 있으며 승무원에게 리튬배터리 화재 대응 훈련을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 이 장비는 화재 발생 시 고온·고압에서도 견디며 화염 확산을 막을 수 있어,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도 이를 권고하고 있다.항공업계는 졸속 시행된 지침으로 인한 혼란을 지적하며 보다 체계적이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전문가들은 단순히 비닐봉지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내열격납백 도입, 승무원 교육 강화, 고위험 배터리의 기내 반입 제한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국토부는 5월 봄 성수기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공항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지침 재검토를 신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한 항공사 관계자는 "보조배터리 관련 규정을 발권 단계부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데도 승객들이 본인이 소지한 배터리 용량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면서 "만일 규정이 또 바뀐다면 승객들에게 새롭게 안내해야 해 현장 혼선은 더 가중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