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H, 게임명가 부활의 첫발 ‘다키스트 데이즈’ 개발 기간만 5년루터슈터 장르 특성상 ‘파밍’이 메인 … 빈집 털어 폐지줍기가 메인전투·시나리오 밋밋하지만 자신만의 ‘쉘터’ 통해 발전하는 재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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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도 집중력도 10~20대 같지 않은 소위 ‘아재’ 직장인에게 게임이란 제법 가혹한 취미다. 늘 피곤하고 졸린 그들에게 게임에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에 비교적 건전하고 경제적인 취미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느릿한 순발력과 컨트롤의 '뉴데일리' 기자들이 직접 신작을 리뷰해봤다. <편집자 주>아포칼립스(Apocalypse)라는 고대 그리스어는 피를 뜨겁게 하는 무언가 있다. 법도 규칙도 없는 그야말로 ‘세상의 끝’에서 좀비와 범죄자를 피해 생존해 나아가는 절박한 미래는 영화, 드라마, 게임을 가리지 않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다키스트 데이즈’는 NHN이 게임의 명가로 거듭나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총과 좀비 그리고 아포칼립스. 그야말로 남자가 좋아하는 요소를 모두 넣었다. 개발 기간만 5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이번 게임의 흥행은 게임사업 매출을 30%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회사 목표의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과연 ‘다키스트 데이즈’는 이런 기대에 부응할까. 지난 24일 오후 2시 ‘다키스트 데이즈’ 오픈베타서비스를 통해 약 7시간을 플레이해봤다. 최종 레벨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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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빈집들이 모두 털어야 할 보물창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박한 아포칼립스와 치열한 좀비와의 전투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루트슈터 장르의 특성상 핵심은 파밍(Farming, 아이템 얻어나가는 행위)에 맞춰져 있다. 요컨대 좀비를 무찌르고 빈집 쓰레기통, 냉장고를 뒤져 쓸만한 것을 건져 나가는 미래형 폐지줍기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중독된다.복잡한 전략과 동선, 자원의 배분 따위 복잡한 생각은 할 필요 없다. 빈집에 들어가고 좀비를 잡고, 폐지를 줍는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찾던 재료나 아이템이 나오는 것만으로 행복해진다는 점에서 아포칼리스가 맞긴 맞다. -
- ▲ 모든 대화는 텍스트로 진행된다. 당연히 물건을 건내주는 모션 같은 것은 없다.
시나리오는 크게 의미를 두기 힘들다. 컷신과 달리 게임 내 모든 대화가 성우는커녕 모션도 없이 텍스트만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몰입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 우연히 만난 NPC ‘지미 핸콕’의 여자친구를 찾기 위한 여정에 자체에 크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다른 철 없는 NPC들은 세상이 망해가는 와중에도 식당을 오픈하기 위해 좀비를 뚫고 식칼을 구해오라는 식의 퀘스트를 남발한다. 이 퀘스트를 위해 이동에는 꽤 시간이 들어 인내심이 필수다.스킬이 대부분 패시브 스킬인 탓에 전투 자체는 밋밋하다. 무엇보다 레벨이 높은 적에게는 데미지가 온전하게 들어가지 않아 전술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 필요한 것은 어떤 때라도 헤드샷을 노릴 수 있는 피지컬과 무기의 높은 데미지 뿐이다.당연히 SSR급 고급 무기는 ‘고급럭키박스’에서 뽑을 수 있다. 초반에는 큰 필요를 못 느꼈지만 아마 최고렙 이후에는 고급 무기 확보가 게임의 목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럭키박스에서 SSR등급을 뽑을 확률은 무려 0.006250%다. -
- ▲ 몇번 죽다보면 장비를 하나 둘 떨구게 돼 속옷 차림으로 다녀야 할 수 있다. 좀비에게 물릴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도 한다.
전투의 구조는 단순하다. 좀비 장르 답게 총 소리를 들은 좀비들은 벌떼같이 플레이어에게 몰려든다. 대부분의 아포칼립스 장르가 그렇지만 늘 좀비보다 사람이 무섭다. 비유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그렇다. 휘적이며 다가오는 좀비와 달리 사람은 총을 쏘기 때문이다. AI는 무척 단순해 플레이어를 눈치 채면 우르르 몰려오는데, 별 생각 없이 맞서면 순식간에 벌집이 된다. 기본적으로 협동 모드나 분쟁지역 외에는 다른 플레이어 없이 혼자서 외롭게 게임을 수행해야 해서 체감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잔뜩 혹평을 한 것 같지만 게임 초반의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과정만 넘어가면 생각보다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거점 ‘쉘터’를 확보해 주민을 모으고 시설을 확장하며 발전시켜나간다는 점이다. 물론 ‘쉘터’ 안에 침대, 대장간 등의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 다시 폐지줍기를 하러 가야한다. ‘쉘터’의 주민은 직접 전투에 동행시킬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된다. -
- ▲ 다양한 폐허를 보는 재미도 있다.
모바일 베이스로 개발된 게임 때문인지 PC 최고 옵션으로 플레이해도 딱히 그래픽이 훌륭하다는 인상을 받기는 어렵다. 그래픽이나 연출에 힘을 쏟기 보다는 루트슈터 장르에 집중하겠다는 NHN의 의지마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조준이 힘든 모바일보다는 PC환경이 더 쾌적했다. TPS의 장르에서 게임패드 보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더 편리하다는 것도 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