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루 20원 급등 … 1460원대 중반까지 치솟아중동 전쟁에 유가·달러 동반 강세, 원화 직격점도표 도입 직후 맞은 외부 충격에 통화신호 흔들시장 “금리보다 환율이 변수 … 한은 설명 부담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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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전망을 점으로 제시하는 '점도표'를 도입하자마자 중대한 외부 충격과 맞닥뜨렸다. 중동 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중반까지 치솟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점도표가 오히려 정책 운신의 폭을 제약하는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 대비 20원 넘게 급등하며 1460원대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한때 1465원선까지 오르며 지난달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형성된 1450원대 중반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단기 변동성을 넘어 환율 레벨 자체가 다시 위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환율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은 중동 전쟁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이어지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됐다. 특히 이란이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차단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 만에 6% 이상 뛰어 배럴당 71달러 선을 넘어섰다.유가 급등과 함께 달러 강세도 환율을 자극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8선을 회복하며 하루 새 0.8% 이상 상승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달러로 자금이 몰린 영향이다. 같은 시각 엔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며 엔·달러 환율은 157엔대까지 올라섰고, 원·엔 재정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았다.이 같은 외부 충격은 한은이 새롭게 도입한 점도표의 의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들이 향후 6개월 기준금리 전망을 점으로 제시하는 점도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점도표와 유사한 방식이지만, 위원 수가 7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해 각 위원이 3개의 점을 제시하는 구조로 설계됐다.한은은 점도표를 통해 중기적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이해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해석 논란을 줄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기준금리의 단일 경로가 아니라 상·하방 리스크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정책의 '조건부 성격'을 보다 명확히 전달하겠다는 설명이다. 점도표는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금리 레벨'에 대한 정보를 간접적으로 제공하는 장치로 평가받아 왔다.하지만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며 물가·금융안정 여건이 빠르게 바뀌자, 점도표에 담긴 조건부 전망의 해석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 상승은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환율 급등은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운다. 이런 환경에서는 금리 전망 자체보다 대외 변수에 대한 대응력이 시장의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채권시장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차분하지만, 점도표의 실효성을 둘러싼 관망세도 감지된다. 지난 2월 금통위가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되며 국고채 금리가 하락했고, 은행채와 특수은행채를 중심으로 크레디트 시장도 점진적인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점도표가 실제 금리 경로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금리 경로에 대한 중기 신호가 제시되더라도,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흔들릴 경우 시장의 관심은 다시 단기 변수로 쏠릴 수 있다는 의미다.한은은 중동 사태 이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외환·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 중이다. 국외 사무소 등과 연계한 모니터링 체제를 통해 국내외 금융·외환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적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전문가들은 점도표 도입의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첫 국면부터 외부 충격과 맞물렸다는 점을 주목한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점도표는 중기적 정책 신호를 주는 도구지만, 환율이 하루에 20원 넘게 움직이면 시장의 관심은 금리보다 외부 변수로 쏠린다"며 "한은은 당분간 점도표의 숫자보다 그 전제와 조건을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