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콜옵션 사태 뒤에 'JKL파트너스 전략' 작용?"재무건전성 악화해도 대주주 단기 수익 극대화만 치중" 의심금감원 "자본확충 노력 추진하라 … 투자자·계약자 보호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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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손해보험
금융당국과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을 놓고 정면 충돌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일각에선 홈플러스 사태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손보가 보험업권에선 보기 드문 '사모펀드 지배구조'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콜옵션 행사 논란이 롯데손보의 주주 구성과 연계되며 사모펀드 논란이 재점화하자 금융당국도 "투자자·계약자 보호를 우선하라"며 경고장을 날렸다.◇킥스비율 하락에도 콜옵션 강행 … 롯데손보, 금감원과 마찰9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업계에선 전날 콜옵션을 둘러싼 롯데손보와 당국 간 갈등의 여진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업계는 "금융당국과 보험사 간의 충돌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롯데손보는 전날 금감원의 불허에도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강행해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회사의 고유자금인 일반계정 자금으로 상환을 진행하기 때문에 계약자 자산에 영향이 없다는 게 롯데손보가 내세운 명분이다.그러나 금감원은 재무건전성 등 감독규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반박했고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금감원은 급기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법규를 위반하는 사안"이라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점검회의에서 "법규에 따라 필요사항을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논란의 핵심은 지급여력제도(K-ICS·킥스)비율이다. 현행 보험업법상 콜옵션 행사를 위해서는 상환 이후 지급비율을 150%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이미 지난 3월 말 기준 150%에 현저히 미달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지적이다.특히 롯데손보는 지난해 말 킥스 비율이 154.6%라고 공시했지만,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에 대해 회사에 유리한 예외모형을 적용한 경우여서 금감원이 수시검사에 나서야 했다.원칙모형을 적용하면 127.4%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당국은 롯데손보가 실적 악화를 감추기 위해 예외모형을 선택한 것으로 의심하는 눈치다.예외모형을 적용할 땐 2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는 흑자 구조는 원칙모형 적용 시 당기순손실 329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
- ▲ 홈플러스.ⓒ연합뉴스
◇또 사모펀드? … "주주 보호보다 대주주 단기수익 극대화 의심"통상 보험업계에서 보기 힘든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롯데손보에서 계속 불거지자 업계는 사모펀드 중심 지배구조라는 롯데손보의 특수성을 주목하고 있다.롯데손보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로, 77.04% 지분(경영권 포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턴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하지만 JKL파트너스의 롯데손보 매각 추진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되던 우리금융지주가 본입찰 불참을 선언한 뒤 롯데손보는 매각시장에서 표류하고 있다.지난해 실사를 진행한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실적의 지속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했고, 2조원대 희망가를 부른 JKL의 무리한 몸값 책정이 매각 실패의 원인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이후 롯데손보는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지만 재무건전성을 의심받으며 시장에서의 매력도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보험업계는 매각을 서둘러야 하는 롯데손보의 처지와 단기 수익 극대화에 치중하는 사모펀드의 특수성이 이번 콜옵션 사태를 촉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자체가 금감원과 이렇게까지 각을 세운 적이 사실상 없는데, 업계에선 유일하다시피 한 '사모펀드 지배구조'가 당국과의 긴장을 부른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이 때문에 업계에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이른바 '홈플러스 먹튀(먹고 튄다)' 논란까지 회자되고 있다.킥스 비율이 떨어지고 당국과의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콜옵션을 강행한 모습이 대주주의 단기 수익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의심이 고개를 들면서다. 이는 홈플러스 사태에서 드러난 사모펀드의 이기주의 경영형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매출 상위권 점포의 폐점과 알자 부동산 팔기, 점포 임대전환 방식 등으로 '먹튀 책임론'에 휩싸였고, 사모펀드의 구조적 약탈 행태에 대한 논란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
- ▲ 금융감독원.ⓒ뉴데일리DB
◇금감원 "자본확충 노력으로 투자자·계약자 보호 우선하라"금감원도 전날 개최한 긴급 브리핑에서 롯데손보 대주주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았다. 자본확충 노력 대신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조기상환을 강행했고, 이는 주주의 단기적 이익 극대화를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다.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가 MBK와 비슷한 구조로 흘러간다'는 질문을 받고 "롯데손보는 다른 보험사와 다르게 지배구조가 재무적 투자자로 구성돼 장기적인 안정성보다 주주이익 극대화가 우선적인 목표가 아닐까 한다"며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콜옵션) 의사 결정을 했는지 공식적으로 입장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이 수석부원장은 그러면서 "롯데손보 측이 단기 수익 극대화를 통한 주주이익보다는 필요한 자본확충 노력을 조속히 추진해 투자자·계약자 보호를 우선시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금감원은 이번 콜옵션 사태를 롯데손보의 사모펀드 지배구조와 연계해 점검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이 수석부원장은 "MBK 이슈도 있었던 만큼 사모펀드에 대해 지금 이슈(롯데손보 콜옵션) 점검 과정에서 같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