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항소심 앞두고 책임론 확산 … 흡연자 인식이 더 강해의학바이오기자협회-결핵및호흡기학회, 설문조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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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국민 10명 중 6명은 폐암 환자의 의료비를 담배회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흡연자일수록 담배회사에 대한 책임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흡연과 폐암, 주목받는 담배소송' 심포지엄에서 전국 성인 120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국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33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 최종 변론(5월 22일)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3.7%가 '폐암 환자의 의료비를 담배회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특히 흡연자의 72.5%가 이에 찬성해 비흡연자(59.8%)나 금연자(68%)보다 더 높은 책임 인식을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흡연자의 26.6%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비흡연자와 금연자도 각각 21%와 21.4%가 같은 입장을 밝혔다.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의 9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폐암 위험이 10배 높다는 인식은 비흡연자(49.1%)와 금연자(46.6%)가 흡연자(38.5%)보다 더 강하게 나타났다.

    흡연의 중독성에 대해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흡연자(62.8%), 비흡연자(70.4%), 금연자(66.1%)로 나타났다. 간접흡연이 '매우 해롭다'는 응답도 비흡연자와 금연자 모두 약 63%에 달했으며, 흡연자는 절반(50%)만이 같은 인식을 보였다.

    ◆ 건보공단 "과거와 다른 전략 … 결과 기대"

    건보공단은 이번 소송에서 20갑년 또는 30년 이상 흡연한 폐암·후두암 환자 3465명에게 지급된 건강보험 진료비를 담배회사(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에 청구했다. 2014년 1심 제기 이후 패소와 항소를 거쳐 오는 22일 항소심 최종 변론이 예정돼 있다.

    임현정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실장은 "기존 소송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에는 인과성을 엄격히 기준 삼아 대상을 선정했고 방대한 증거와 전문가 의견을 확보했다"며 "과거와는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담배 속 벤조피렌, 니트로사민, 케톤 등 발암물질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폐암을 유발한다"며 "흡연은 폐암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인으로, WHO도 흡연자의 암 발병 위험이 최대 30배에 이른다고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권규보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는 "국내 법원은 여전히 흡연과 폐암 간의 필연적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이미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해 징벌적 손해배상 판례가 축적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길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회장은 "폐암 등 흡연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담배소송이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라며 "이번 소송을 통해 담배회사에 명확한 법적 책임을 부여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다 확고히 지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