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Decaux의 'Meet Marina Prieto' 캠페인, 사람의 마음 움직이는 '사랑의 힘' 증명대한민국 최고령 유튜버 '순풍 선우용여', 레드오션 속 20만 구독자 달성하며 승승장구크리에이티비티의 본질은 화려한 기술이나 연출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 ▲ 'Meet Marina Prieto' 캠페인. ©JCDecaux
    ▲ 'Meet Marina Prieto' 캠페인. ©JCDecaux
    인스타그램 팔로워 28명을 가진 스페인 할머니가 단숨에 글로벌 인플루언서로 떠오르고, 대한민국 최고령 유튜버 '순풍 선우용여'는 채널 개설 약 50일 만에 구독자 수 20만 명을 넘어섰다. 인공지능(AI)이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편집까지 모든 걸 다 해주고,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콘텐츠로 '조회수' 올리기에 모두가 혈안이 된 요즘, '알고리즘'이 아닌 '사랑'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마케팅 툴임을 증명한 두 인플루언서의 사례가 크리에이티브 업계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20일 브랜드브리프는, 올해로 101세가 된 스페인 마드리드의 '할머니 인플루언서' 마리나 프리에토(Marina Prieto)와 81세의 국내 최고령 유튜버 '순풍 선우용여' 두 사례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크리에이티비티의 본질을 들여다 본다. 
  • 지난 2023년 10월 스페인 마드리드 지역 지하철역 내 비어있던 옥외광고 공간에 이상한 광고가 등장했다. 이름 모를 한 할머니의 사진이 걸리기 시작한 것. 광고엔 브랜드나 제품 이름도 없었고, 심지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저 할머니의 사진과 인스타그램 계정만 있을 뿐이었다.

    이 이상한 광고(?)에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은 곧바로 인스타그램에서 해당 계정을 검색했고, 마리나 프리에토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를 발견하게 된다. 마리나 프리에토는 당시 100세 생일을 앞둔 너무나도 '평범한' 할머니로, 팔로워 수도 28명에 불과했다. 이후 3개월 간 지하철 역에는 마리나 프리에토 할머니의 사진 54개가 걸렸고, 광고가 집행된지 4주 뒤에는 전 세계 14개국에서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불과 28명이었던 마리나 프리에토 할머니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만9285% 증가했다.

    이후 밝혀진 마리나 프리에토 할머니의 광고 배경에는 글로벌 옥외광고 기업 제이씨데코(JCDecaux)가 있었다. 제이씨데코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스페인의 지하철 광고 투자 규모는 7% 감소한 상황이었고,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제이씨데코는 이러한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옥외광고 매체의 효율성을 증명해내야만 했다. 

    제이씨데코의 브리프를 전달 받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데이비드 마드리드(David Madrid)는 캠페인 자체를 하나의 테스트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제이씨데코의 지하철 옥외광고를 통해 어떤 브랜드도 바이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완전히 무명인 사람을 유명하게 만들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광고 캠페인에는 유명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등장시키거나, 광고 내에 클릭을 유도하는 문구를 넣지만, 데이비드 마드리드는 효율성을 더욱 극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결단을 내렸다. 최대한 '평범한 사람'을 찾기로 한 것. 

    인스타그램을 구석 구석 뒤졌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알고리즘'의 특성상, 흥미로운 콘텐츠와 인기 있는 게시물만 보여주는 SNS에서 '평범한 사람'을 찾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과제였기 때문이다. 무작위로 프로필을 뒤진 지 나흘쯤 됐을 무렵, 드디어 마리나 프리에토를 발견했다. 

    '마리나 프리에토 만나기(Meet Marina Prieto)' 캠페인을 담당한 클라라 가르시아 알파로(Clara García Alfaro) 데이비드 마드리드 카피라이터는 "마리나 프리에토는 우리네 할머니들을 떠올리게 했다"며 "올리는 사진도 자연스럽고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팔로워는 고작 28명이었고 대부분 가족이었다. 게다가 곧 100세 생일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 순간 '어차피 누군가를 유명하게 만들 거라면, 정말 유명해질 만한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마리나 프리에토의 가족들이 우리를 믿어 준 결과 캠페인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리나 프리에토 만나기' 캠페인으로 제이씨데코는 185개 이상의 광고주를 새로 영입했고, 지하철 옥외광고 투자 비용은 2배 가까이 올랐다. 뿐만 아니라, 이 캠페인은 2024년 세계 최대·최고의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최고상인 티타늄과 크리에이티브 B2B(Creative B2B) 그랑프리, 아웃도어 골드 등 6개의 라이언즈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최근 열린 2025 클리오 광고제(Clio Awards)에서 4개의 그랜드(Grand, 대상)을 수상하는 등 쟁쟁한 캠페인들을 제치고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클라라 가르시아 알파로 카피라이터는 "우리는 요즘 데이터에 집착하지만, 여전히 옥외광고가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이 캠페인은 업계에 '모든 게 AI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면 돼"라고 말하는 것 같다"며 "마리나가 보여준 건 조회수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우리 업계는 가끔 그런 걸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캠페인뿐만 아니라, 마리나의 진짜 팬이 생겼다는 것이다. 가장 까다로운 세대로 불리는 Z세대들이 마리나를 만나고 싶어 했고, 세계 각지에서 생일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며 "사람들이 전혀 알지 못했던 노인을 사랑하게 된 것은, 어떠한 광고보다도 큰 성과"라고 덧붙였다.
  • 지구 건너편 100세 할머니가 전 세계인의 인플루언서로 떠오른 사이, 한국에서는 81세의 최고령 유튜브가 탄생했다. 인기 연예인들이 대거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레드오션'이 된 유튜브 생태계에서 배우 선우용여의 '순풍 선우용여' 채널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 '진정성'을 무기로 차별화를 이뤘다. 다른 유튜브 채널과 달리 자막 글자 크기를 큼직하게 키운 것도 실버 세대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또한 연예인 유튜브 채널은 대부분 인맥 과시, 철저한 자기 관리, 명품 콘텐츠, 인테리어 공개, 고급스러운 취향과 취미 등 전형적인 클리셰가 짜여져 있지만, '순풍 선우용여' 채널은 이웃집 할머니를 보는 듯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자신만의 삶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채널 개설 2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5월 20일 기준)에 구독자 수 20만 명을 돌파했고 총 조회수는 1700만 회를 훌쩍 넘어섰다.

    누리꾼들은 "유튜브의 새로운 패러다임. 100세 시대 진정한 7080의 혁명", "늙는게 두려웠는데 저런 삶을 사는 할머니로 늙고 싶다", "영앤리치보다 명랑한 부자할머니가 더 부러움"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새로운 유튜버의 등장을 반겼다.

    '순풍 선우용여'와 비슷한 시기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당대 최고의 일부 톱스타들도 구독자 수 10만 명을 채 달성하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81세 할머니의 유쾌한 성과는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순풍 선우용여' 채널 제작사인 이석로 PD의 허니비스튜디오는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구독자 수 175만명), '밉지않은 관종언니'(98만명),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74만명), 'A급 장영란'(70만명), '자유부인 한가인'(37만명) 등 여자 연예인들의 새로운 매력을 발굴해 콘텐츠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순풍 선우용여' 또한 추억의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의 배우 선우용여 씨를 Z세대들도 열광하는 유튜브 스타로 새롭게 브랜딩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티브의 힘을 보여줬다.

    '순풍 선우용여' 채널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명료하다. 그 흔한 어그로(노이즈 마케팅과 비슷한 의미로, 관심을 끌기 위한 도발적인 말과 글, 또는 행동)도, 꿀팁(매우 유용한 정보나 조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도, 낚시(그럴듯하게 속이는 것을 의미)도 없이 그저 "우리 모두 하루하루 재밌게 살아요"라고 말하는 81세 할머니의 유쾌한 일상을 보여줄 뿐이다. 그 무해함과 명랑함은 '조회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진심'이었기에 알고리즘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자극적인 콘텐츠와 조회수 경쟁이 넘쳐나는 요즘, 마리나 프리에토 할머니와 '순풍 선우용여'의 성공 사례는 화려한 기술이나 연출보다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크리에이티비티의 진정한 본질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