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에 주요 산업 보안 빨간불 … 점점 대담해져美 제재에 韓 메모리 기술 약탈 … 인력유출도 심각기업들 AI 기술 주권 심각한 침해 … 정부는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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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과거 냉전 시대 패권을 겨루던 미국이 소련을 향해 단행한 조치는 첨단산업 제재였다. 소련은 미국 보다 먼저 인공위성을 쏠 정도로 기술력에서 앞서갔지만, 첨단산업이 봉쇄되자 서서히 붕괴됐다. 기술력이 부족해지니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생산력으로 맞서는 악순환을 시작했고, 그렇게 군사력과 자원만 남은 국가로 전락했다. 미국이 또다시 기술제재에 나선 지금, 소련 붕괴를 목도한 중국이 첨단산업에 목을 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반도체,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에서 앞서가는 한국이 제1타깃이다. 끊임없이 기술과 정보를 빼간다. 이번 SKT 해킹 사건도 그런 정황이 농후하다. 3년 전 중국 해커 집단이 심은 악성코드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목적도 불분명한 해킹의 배후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미국의 최대 우방국이자 첨단산업에서 앞서가는 한국을 노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점점 노골화 하는 중국의 침투에 우리 기업들은 홀로 맞서고 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과 외교적 지원을 등에 업은 특정할 수 없는 세력의 전방위 공격에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달했다. SKT 사태를 기점으로 반도체, 정보통신(IT), 조선·방산 등 한국의 첨단산업에 침투한 중국의 흔적을 되짚어 본다.

    SK텔레콤(SKT) 유심 해킹의 배후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 집단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앞서 꾸준히 진행됐던 중국의 한국 반도체 기술 및 인재 탈취도 보다 노골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산업 분야가 반도체라는 점에서 미국 제 1 우방국이자 메모리 기술 세계 1위인 한국을 위협하는 방법은 보다 치밀하고 종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 SKT 유심 해킹 배후에 중국 … 10년 넘게 기술탈취 이어진 '반도체' 경고등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SKT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의 2차 조사 결과 중간발표에서 드러난 BPF도어 및 파생 악성코드 공격의 배후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 집단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의 기술과 인재 탈취 상황에 노출된지 오래인 반도체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해커들의 정치적·군사적 목적의 해킹은 미중 갈등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번 SKT 유심 해킹도 미국의 최우방국 중 하나인 한국의 제 1 통신사를 타깃으로 장기간에 걸친 기반 정보 확보가 주요 목적으로 거론되며 중국 정부가 그 배후에서 다양한 산업과 정치, 사회 분야의 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시도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선 글로벌 넘버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보안 위기가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한국 반도체 산업은 중국이 수십년 동안 탈취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굴기를 외치며 '국가 집적회로 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해 본격적으로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서기 시작한 지난 2014년부터는 기술과 인재, 소재, 장비, 부품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한국을 타깃으로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수십조 위안 자금이 반도체 산업에 투입되면서 기본 틀을 갖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 기술과 인재에 손을 뻗치기 시작한 것도 이미 10년이 넘었다. 한국 반도체 기술이 특히 메모리 분야에서 독보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근무한 인재들을 영입하는데 본격적으로 나섰다.

    중국 메모리 양대산맥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는 한국 메모리 기술자들을 영입하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글로벌 리크루팅 플랫폼을 통해 연차와 직무를 따지지 않고 다수의 반도체 기술자들에게 오퍼레터(취업 제안서)를 뿌렸고 이 중 관심을 나타내는 이가 있으면 1대 1 면담을 통해 중국으로의 이직을 제안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반도체 기업 종사자들 중에서 중국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리크루팅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 반도체 기술자들에게 제안하는 조건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현재 연봉 수준의 2.5배 이상을 제안하는 것을 기본으로 현지 체류 비용과 자녀 학비와 같은 가족돌봄 비용을 따로 제공키로 약속하면서 이 같은 조건을 한국 반도체업계에 널리 알려지도록 했다.

    반도체 핵심 정보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경험치가 높은 임원급 이상의 인물들에게는 훨씬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들은 수십억대 연봉을 제안 받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기업의 전체 생산공장 설계부터 세팅까지 마무리하고 이후 운영하는 모든 과정을 총괄할 수 있는 권한까지 약속해 이직을 유도했다.

    이는 사실상 산업 스파이로 한국에서 법적 책임을 물어 구속될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게 됐을 상황에 대해서도 중국 측에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면서 기술 탈취까지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임원급 영입으로 주요 기술을 손에 얻고 이들이 함께 데리고 온 인원들과 한국에서 직접 영입한 인원들을 더해 중국 반도체 생산공장과 연구소가 속속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 ▲ CXMT DDR4 제품 이미지 ⓒCXMT
    ▲ CXMT DDR4 제품 이미지 ⓒCXMT
    ◇ 기술 유출로 최대 10.5조 손실 … 뺏은 기술로 DDR4 시장 점령한 中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기 시작한 2020년대에 들어서는 반도체 기술 유출은 해마다 최다 기록을 새롭게 쓰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2건이던 해외 기술 유출 검거건은 지난 2023년 22건으로 대폭 늘었고 지난해에는 총 27건으로 또 한번 증가했다. 지난해 유출 검거건 중 중국으로 유출된 사건이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27건의 기술 유출 중 반도체 산업이 9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술 유출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해마다 감당해야 하는 피해 금액은 최소 4조 5000억 원에서 최대 10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최근 삼성전자 전 부장이 18나노 D램 공정 정보를 CXMT에 넘기면서 역대 최장 형량인 징역 7년을 선고받았는데, 삼성은 이 공정을 개발하는데 4년 가까운 시간을 들이면서 약 1조 6000억 원을 투입했다고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루 거친 임원급이 중국 청도가오전이라는 신생 회사를 설립하는 기반을 마련해줬다는 점도 업계에선 충격이 컸다. 이 전직 임원은 20나노급 D램 생산 기술을 해당 업체에 유출하고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도 진두지휘하며 약 4조 3000억 원 규모의 피해를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이처럼 한국 반도체에 손을 뻗쳐 앞선 미국의 제재에서도 오히려 자급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했고 제재 사각지대에 있던 범용 시장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던 DDR4의 경우 중국이 빠르게 제품력을 키우는 동시에 양산 능력을 크게 늘리면서 시장에 출하량을 쏟아냈고 가격도 절반으로 낮춰 시장 흐름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 결과 메모리 빅3는 DDR4 생산을 연내 접는다. 상위업체들과 기술 격차가 적어도 2~3년은 난다는 평가를 받았던 중국 CXMT가 오히려 미국 제재 동안 기술력을 빠르게 쌓아 반값에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는데 성공했고 결국은 기존 강자들을 몰아내고 시장을 완전히 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같은 중국 반도체의 공습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용시장을 빠르게 점령한 추진력으로 이제는 한국 반도체만의 시장으로 불리는 고성능 AI 메모리까지 무섭게 따라오고 있다. CXMT는 이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다음 먹거리로 정한 상태다.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제네바 협정으로 초고관세 정책에서는 한 발 물러난 모양새지만 첨단 반도체 산업에서의 고강도 제재를 이어갈 가능성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을 더 자극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이 앞으로도 미국의 압박을 한국 반도체 산업 약탈을 통해 해결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의미다.

    SKT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의 사이버 보안 공략 기술은 이미 우리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반도체 기술은 단순히 기업의 손실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 AI 기술 주권을 이어가는데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높이는 동시에 전방위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