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취임 당일 30조 민생추경 착수"이재명 "추경 편성해 당장 급한 불 꺼야"내수 부진에 트럼프 관세전쟁까지 '이중고' "불어난 공공부채, 경제침체 고착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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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가 30조원이 넘는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차 추경을 제안한 데 이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도 30조원 규모의 추경 논의를 언급하면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침체된 내수 살리기와 0%대로 수렴하고 있는 경제성장률 높이기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일부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추경 규모가 50조 원을 넘는 '메가 추경'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2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2차 추경을 둘러싼 논의는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공통된 기조다. 소비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미국발 관세 쇼크, 건설 경기 침체 등에 새 정부의 더 적극적인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취임 즉시 비상경제 워룸을 설치하고, 30조원 규모의 민생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취임 당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 연석회의를 열어 30조원 민생 추경 논의를 착수하겠다"며 "대통령실 산하에 국정 준비단을 설치해 공약 실현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비상경제 워룸에는 기업인과 소상공인 등 민간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 현장 중심의 정책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2차 추경 가능성을 열어뒀던 김문수 후보가 구체적인 추경 규모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차 추경으로 민생 부담을 완화하고 경기 부양을 이끌겠다는 취지다.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10대 공약집'을 통해 2차 추경을 통해 주요 공약 이행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회복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추가적인 추경 편성으로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할 것 같다"며 "산업 지원을 위한 추경은 지금 당장은 어려울 것 같고, 일단 골목상권과 민생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추경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앞서 민주당은 지난 2월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34조7000억원 규모의 '매머드 추경'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소비진작 4대 패키지 18조원 등 민생회복 부문에서 23조5000억원 , 인공지능(AI)·반도체 지원 및 연구개발(R&D) 확대와 지방재정 보강, 공공주택·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경제성장 부문에 11조2000억원의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여야 대선 후보들이 나란히 대규모 추경 편성을 예고하면서, 차기 정부 출범과 동시에 최소 30조원 이상의 2차 추경 추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여건 악화로 수출이 둔화하고 내수도 침체하면서 각종 경제 지표에 줄줄이 적신호가 켜진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반토막 냈다. 국책 연구기관이 처음으로 연간 0%대 성장을 공식화한 것이다.오는 29일 발표될 한국은행 경제전망에서도 기존 전망치(1.5%)의 하향 조정은 거의 확실시 된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 평균 0.8%로 1%를 밑돌았다.특히 건설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유례없는 장기 불황 속에 국내 건설 투자가 올 1분기 전년보다 1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자영업자들의 줄폐업도 이어지며 내수 침체를 반증하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커피음료점 수는 9만533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3개 줄어들며 2018년 통계 집계 이후 1분기 기준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치킨·피자 등 패스트푸드점은 4만7803개로 1년 새 180개 줄었고, 같은 기간 한식과 중식 음식점도 각각 484개, 286개 감소했으며 호프 주점과 편의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02개, 452개 사라졌다.수출 전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320억달러로 1년 전보다 2.4% 줄었다. 수출 10대 주요 품목 중 반도체와 선박을 제외한 8개 품목이 일제히 감소했다. 미국 관세영향이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10대 수출국 중 미국으로의 수출 감소세(-14.6%)가 가장 가팔랐다. 중국과 유럽연합(EU)도 수출액이 각각 7.2%, 2.7% 줄었다.그러나 민생 회복을 위한 긴급 대응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감세 공약과 대규모 재정 지출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국가재정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이재명 후보는 아동수당 지급 만 18세까지 확대,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 근로소득세 감세 등을 공약했다. 이를 통해 서민과 취약계층의 소득을 높이고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화폐 지급 확대도 민주당의 대표 정책이다.김문수 후보 역시 법인세 세율 인하, 근로소득세 공제 확대, 종합소득세 물가 연동, 아이 양육 동안 소득세 감소 폭 확대 등을 공약했다. 김문수 후보는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이다.문제는 역시 재원 마련이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공약 이행에 각각 210조원, 15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세부 공약별 재원 마련 방안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정부 재정지출 구조조정분, 2025~2030년 연간 총수입 증가분(전망)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했고, 김문수 후보는 '국비·지방비·기금 활용'이나 '예산 편성 우선순위 조정 및 비효율 지출 구조조정' 등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구체성과 실행력 면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더욱이 글로벌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추세 속에서, 미국마저 주요 3개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최고 등급을 상실하게 된 상황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빠르게 불어나는 국가채무와 대규모 재정 지출 계획 속에 한국 역시 신용등급 하향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52.5%로, 2004년(21.6%)과 비교해 약 2.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GDP 대비 D2 비율은 66.3%에서 120.8%로 늘어 약 1.8배 증가했다. 절대적인 부채 규모는 미국이 크지만 증가 속도만 놓고 보면 한국이 더 빠른 셈이다.앞으로의 재정 여건도 녹록지 않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경제 저성장, 세수 감소, 복지 지출 확대 등 재정을 압박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스페인 국제경제연구센터(CEPR) 등이 작성한 '재정 침체' 보고서를 인용하며 "과도하게 누적된 공공부채는 성장 둔화와 조세 왜곡이라는 악순환을 유발해 경제를 재정침체 상태에 고착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