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원리 외면한 정책 기조에 업계 위기감 고조소비 위축·고환율 이중고 … 내수 회복이 먼저 조언도대형마트·배달앱·프랜차이즈 "과거 법 아닌 현실 반영해야"
  •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 개표방송 행사에서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 개표방송 행사에서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제21대 대통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유통업계는 새 정부의 규제 정책과 경제 기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당선인의 커피 한 잔 원가 120원 발언은 시장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 논란을 불러온 데다 민주당이 다수의 유통 규제 법안을 발의한 점도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경쟁력 약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업계는 과도한 규제 강화보다는 실질적인 경쟁력 회복과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 커피 원가 120원 경제관 논란 … 내수 회복·대외 변수 완화 시급

    4일 식품기업들은 고환율, 미중 관세 갈등 등 불확실한 대외환경의 조속한 안정과 함께 위축된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새 정부에 걸고 있다. 업계는 정책 기조가 현실과 괴리되지 않기를 바라는 한편 이 당선인의 경제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은 산업 구조와 유통 마진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수 회복"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1분기 주요 식품기업들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CJ제일제당(물류 제외 기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7.8% 감소했다. 롯데웰푸드는 매출이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났고 롯데칠성음료와 농심 역시 외형은 소폭 성장했으나 수익성은 후퇴했다.

    그러면서 경기침체 속에 유통업계는 내수 진작을 위한 실질적인 부양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소매판매는 3년연속 감소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과 중중의 무역 갈등과 고환율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 간 긴밀한 소통이 내수 회복의 출발점"이라며 "고환율, 관세 등 외부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상시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수출 지역 다변화와 원가 절감 등 업계 차원의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한계가 있다"며 "K푸드 열풍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역시 내수 회복을 위한 조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이상기후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계엄령으로 촉발된 소비 위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추경 편성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 대형마트 ⓒ뉴데일리DB
    ▲ 대형마트 ⓒ뉴데일리DB
    ◇ 유통 규제 강화 움직임에 "산업 생태계 흔들릴라" 

    유통업계는 규제 강화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업계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전통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해당 법안이 실효성을 잃은 반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경쟁력만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월 2회 휴무, 자정 이후 온라인 배송 제한 등 이미 영업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유통 매출 비중은 2019년 19.5%에서 2023년 11.9%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 민주당은 지난 3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일괄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규제 강화 기조를 재확인한 바 있다.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의무휴업 제도는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전통시장 보호라는 본래 목적에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금도 이런 규제가 유지되는 건 지나치게 과거에 머무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같은 규제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며 "업계가 어려운 만큼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공정과 상생을 강조하며 프랜차이즈와 배달 플랫폼업계에 대한 규제 공약도 내걸었다. 배달 수수료 상한제와 수수료 차별 금지 등은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조치지만 업계는 시장 자율성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달플랫폼 관계자는 "플랫폼 산업은 독점보다 경쟁이 훨씬 치열한 구조"라며 "규제보다 자율 혁신을 유도해 산업의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업계도 규제의 직격탄을 우려한다. 이 당선인은 가맹점 단체 등록제와 협상권 부여, 가맹본부의 협의 의무화 등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산업 구조상 정부 정책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밝힌 대로 상당히 많은 규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그 규제가 오히려 영세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 ▲ 배달앱 ⓒ뉴데일리 DB
    ▲ 배달앱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