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디지털화폐 … 한은 'CBDC'사업 전격 중단에 스테이블코인 주식은 '거품론'에 휘청

달러 패권이 흔들리고 디지털 화폐가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자산시장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불확실성 속에 갈 길은 요원한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사업이 논란 끝에 결국 2차 실험 준비 단계에서 멈춰섰고, 주식시장에선 스테이블코인 관련 주식들이 거품론에 흔들리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CBDC 실거래 1차 테스트(한강 프로젝트) 참여 은행들과 비대면 회의에서 2차 테스트 논의를 잠정적으로 중단·보류한다고 지난 26일 통보했다.

CBDC, 스테이블코인, 예금토큰 등 차이와 병존 여부 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스테이블코인의 법제화를 일단 상황을 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2차 테스트가 무산된 가장 큰 이유로는 구체적 상용화 계획 등이 없는 상태에서 비용 부담만 너무 크다는 은행권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1단계 테스트에 참여한 7개 시중은행들은 한강 프로젝트 관련 전산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과 마케팅 등에 적게는 30억원, 많게는 60억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정부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급물살을 타면서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선 서로 다른 방식의 디지털 화폐를 두고, 현재 한은과 시중은행 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유로화 같은 법정 화폐 등 실물 자산에 가치를 연동시킨 민간 주도 디지털 자산이다. 대표적으로 달러화를 추종하는 USDT(테더), USDC(서클) 등이 있으며,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지닌다.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고, 수수료가 싸다. 

CBDC는 한은처럼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기존 현금과 같은 '법정통화'의 성격을 갖는다. 공공성과 안전성이 높다는 게 장점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선 한은의 한강 프로젝트 2차 실험이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내년 상반기 정도 재논의·추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은 주도의 CBDC 2차 실거래 실험 논의가 잠정 중단되면서 각 은행도 일단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할 처지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관련 법규가 만들어지기 전에 대비책을 만들어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도 디지털 자산시장 방향성의 불확실성이 반영되는 모습이다. 미국 의회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에 급등했던 주식들 주가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써클의 주가가 지난 27일(현지시각) 15.54% 폭락했다. 앞서 지난 25일과 24일에도 각각 10.79%, 15.49% 급락한 바 있다. 

미국 의회가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기반을 마련할 '지니어스(GENIUS) 법안'을 추진, 상원을 통과한 가운데 하원 투표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달 5일 서클의 주가가 상장한 지 12거래일 만에 200% 넘게 폭등한 상황에서 차익실현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카카오페이 주가가 지난 27일 10% 넘게 급락했다. 새 정부 출범 후 125% 급등해 투자위험이 커져 지난 24일과 26일 거래 정지됐다 풀리자마자 널뛰기한 것이다. 

관련주로 분류되는 아이티센글로벌은 지난 26일 15.13% 급락했고, NHN KCP는 15.93% 폭락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부터 3주 만에 국내 상장사 주가 상승률 상위 30개 기업에 포함된 이들 13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는 최저 77.95%에서 최고 289.3%까지 급등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 종목 투자에 대한 과열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온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는 테마주 성격이 강하다"며 "일단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법제화 자체가 어렵다고 보지만, 되더라도 미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기축통화의 지위를 확립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한국이 산업적 주도권을 갖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