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선 불티 나는데 韓 점유율 1%대국내 판매량 '뚝뚝'… 3년 뒤 장담 못 해 노사협상도 어영부영… 정치권도 안절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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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가동을 중단한 한국지엠 부평2공장.ⓒ연합뉴스
GM(제너럴모터스)이 최근 직영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일부 부지 매각을 결정하면서 한국 철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국내 내수 점유율은 1%대로 떨어졌고, 미래차 투입이나 신차 배정 계획도 전무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 사업장의 주요 자산을 팔아 본사로 송금했다는 철수 준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5조 원대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발표하며 연 30만 대 생산을 현지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그럼에도 GM은 철수설에 대해 공식입장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고, 과거 인도·태국 등에서 철수할 때와 유사한 수순을 밟고 있어 우려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3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2025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14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점유율 17.7%로 1위를 기록했다. 도요타(15.3%), 포드(13.7%), 현대차(11.0%), 혼다(9.1%)를 앞섰다.GM은 이번 성과를 “크로스오버, SUV, 픽업트럭 등 신모델과 전기차 판매 증가에 기반한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2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100% 이상 급증했다.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GM 한국사업장은 올해 상반기 내수에서 전년 동기 대비 39.7% 급감한 8121대를 판매했다. 6월 판매량도 전월 대비 약 9%, 전년 동월 대비 32% 줄었다. 지난해에도 신차 부재 등으로 35.9% 급감한 바 있다. 한국GM의 2023년 판매량은 3만6000여대, 지난해에는 2만4000여대로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판매량도 1만대를 겨우 넘길 전망이어서 사실상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GM은 2018년에도 한국 철수를 검토하며 22년 역사의 군산공장을 폐쇄한 전례가 있다. 당시 정부(산업은행)는 GM의 철수를 막기 위해 수조 원의 자금을 투입해 사업 정상화를 시도했고, 10년간 철수하지 않는다는 약정(2028년 만료 예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
- ▲ 한국GM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간 30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한국GM 부평공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뉴시스
◇ 해외 철수 사례와 닮은꼴, 한국 내수 점유율 1.8%까지 추락업계에서는 GM의 최근 행보를 철수를 염두해 둔 한국 시장 투자 축소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과거 GM은 인도, 태국, 유럽 등에서 내수 판매 부진을 이유로 내수 시장에서 철수한 뒤, 해당 국가들을 한동안 수출용 생산기지로 활용하다가 결국 현지 공장과 판매망까지 매각한 사례가 있다. 당시 철수 직전 각국에서 GM의 내수 점유율은 1%대에 불과했다.이번 한국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GM한국사업장의 내수 시장 점유율도 1.8% 수준으로 하락했다. 2010년 8.1%였던 점유율은 매년 감소해, 사실상 GM한국사업장은 수출 중심의 생산기지로 전락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내수 비중은 5%에 불과했고, 전체 판매의 95% 이상을 수출이 차지했다.문제는 GM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차 투입이 전무한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으며, 수출 생산기지로서의 기여도마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다.GM의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도 알수 있듯이 전기차 돌풍이 지속되고 있지만, 한국사업장에는 가솔린 모델만 배정하고 있다. GM은 올해 4월 기존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량을 늘리고 뷰익 앙코르 GX와 엔비스타 등을 더해 2만1000대를 부평공장에 추가 배정한다고 밝혔다.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르노코리아와 비교하면 대조가 더 뚜렷하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신차 ‘그랑 콜레오스’를 투입하며 내수 판매가 80.6% 증가했다. 6월에도 내수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145.6% 늘어나며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반기에는 전기차 세닉 출시도 예고했다. -
- ▲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한국 사업장 사장ⓒGM
◇ 노조 불안·임단협 취소 … 착실한 철수 준비?GM 한국사업장 노조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측이 돌연 임단협 일정을 취소하고, 서비스센터 및 부지 매각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노조 측은 “내수 철수 의도가 없다면 향후 차량 생산, 신차 투입, 내수 판매 계획을 임금협상에서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2027년 말 종료 예정인 한국 정부-GM 본사 간 재계약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수단이라면 그 기대는 접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업계에선 GM이 오래전부터 철수를 준비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GM은 최근 5년간 부평 물류센터, 군산 물류센터, 서울·동서울·원주 서비스센터, 부천연수원 부지 등 주요 자산을 매각해 45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회수했다. 이 수익금 대부분이 미국 본사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무엇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타격과 GM의 생산 이전 계획 등도 향후 국내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GM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미시간주 오리온 조립공장, 캔자스주 페어팩스 조립공장, 테네시주 스프링힐 매뉴팩처링에 40억 달러(약 5조4500억 원)를 투자해 약 30만 대의 생산량을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GM노조가 포함된 노동조합 UAW(전미자동차노조) 숀 페인 위원장은 “우리 공장에는 여유 생산 능력이 있으며 자동차 회사들은 쉽게 좋은 노조 일자리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이 같은 행보는 GM이 글로벌 생산 체계를 재편하면서 한국 시장을 점차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정치권에서도 철수 우려 속 GM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 17.02%를 보유해 GM(76.96%)에 이은 2대 주주다. 하지만 뾰족한 수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지역사회·협력사 불안도 커지고 있다. 사측이 뚜렷한 해결 의지 없이 시간을 끌며 노조의 힘만 소진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한국GM 협력사는 1차 276곳, 2·3차 포함 약 3000곳에 달하며, 고용 인원은 약 14만 명에 이른다. 생산기지 흔들림은 협력망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그럼에도 한국GM 측은 국내 철수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대응에 나섰으나 이렇다 할 방안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