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쟁의권 확보하고도 파업 강행 머뭇매년 판매량 '뚝뚝'… 2028년 철수 명분 쌓기핵심 산업 떠날라… 지역사회도 냉가슴 '끙끙'
  • ▲ GM 서울서비스센터 전시장 ⓒ한국GM
    ▲ GM 서울서비스센터 전시장 ⓒ한국GM
    GM 한국사업장(한국GM)이 사실상 사업 철수 수순을 밟으면서도 이렇다 할 입장이나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어 직원은 물론 협력사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한국GM 사업장이 위치한 인천 부평 지역사회는 핵심 산업 시설이 떠나는 걸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혹시나 잔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희망의 끈을 놓치 못하는 표정이다. 특히 오랫동안 사 측과 대립각을 세웠던 노조는 파업 쟁의권을 확보하고도 자칫 철수론에 불을 붙일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7일 한국GM 노사의 임금협상 관련 쟁의 조정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는 노사 간 견해차가 커 조정안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에 따라 한국GM 노조는 합법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노조가 당장 파업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노조는 사측이 구조조정 및 사업장 매각 결정을 철회하고 대화에 나서길 바라는 상황이다. 한국GM은 이날 12차 노사 교섭을 진행,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 이들이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서 한국GM은 첫 교섭이 예정됐던 지난 5월 28일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전국 9개 GM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과 활용도가 낮은 시설·토지를 매각하는 게 골자다.

    사측은 "한국사업장 철수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임직원들과 지역사회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GM은 지난 2018년에도 한국 철수를 검토하며 22년 역사의 군산공장을 폐쇄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에는 한국 정부(산업은행)가 한국GM에 공적자금 8100억 원을 투입하고, GM은 10년간 한국 사업장 유지를 약속하며 사업장 철수는 일단락된 바 있다. 오는 2027년이면 GM이 약속한 한국 사업장 유지 기간 10년이 도래한다.

    업계에선 한국GM 노사의 교섭이 길어지면 GM 본사가 이를 한국 철수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노조가 빠르게 파업 수순을 밟게 해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고, 이를 이유로 삼아 한국 시장에서 탈출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러한 전망은 한국GM의 내수시장 판매 현황에서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한국GM은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전년 대비 39.7% 급감한 8121대를 판매했다. 6월만 따져보면 전년 동월 대비 32% 줄어들었다. 

    한국GM은 앞서 지난해에도 신차 부재 등으로 판매량이 35.9% 급감한 바 있다. 2023년 판매량은 3만6000여 대, 지난해에는 2만4000여 대로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판매량도 1만 대를 겨우 넘길 전망이다. 내년 1만대를 하회하고, 사업장 유지 의무기한이 도래하는 2027년 5000대에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한다면 사업 철수를 강행할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GM은 GM의 전기차 등 신차 생산 배정 등 조치를 내놓고 있지 않다. 여기에 자산 매각 방침까지 밝히면서 사실상 사업 철수 수순을 밟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졌다.

    한국GM이 철수설을 반박하지 않으면서 한국GM에 부품을 공급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GM 협력사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276곳, 70% 이상 의존하는 업체는 135곳에 달한다.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3000곳에 달한다. 연관 근로자는 1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GM 철수 시 '줄도산' 사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전국금속노조 한국GM 정비·부품지회는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노조 정비부품지회 '뚝심투쟁단'을 출범하기도 했다. 

    전국 직영 정비사업소 간부들과 조합원들로 구성된 뚝심투쟁단은 오는 14일까지 일주일간 세종에서부터 부평공장까지 150km가량을 행진하는 투쟁에 나선다. 이들은 시민들과 한국GM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에 사측의 구조조정 시도가 불러올 폐해를 소개하고, 폐쇄와 매각을 저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힌다는 방침이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최근 일련의 문제에 대해 수습할 의지를 내비쳐야 한다"라며 "무엇보다 당장 구조조정 방침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측이 노조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라며 "사측이 적극적으로 나서 한국 철수설을 해명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