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의 회전인 스핀과 궤도각운동량이 영향 주고받으며 물질의 자성·전도성 결정고체에선 궤도각운동량 정의·계산 어려워 … 물질 내 상대론적 효과 설명할 새 이론 필요양자역학에서 출발해 작은 상호작용으로 전체를 예측하는 섭동론을 사용해 상호작용 설명스핀 기반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소자 개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연세대 김경환·UNIST 박노정 교수 공동 연구 … 김범섭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물리학 최고 권위 학술지지 '피지컬 리뷰 레터즈'에 최근 공개
  • ▲ 왼쪽부터 연세대 물리학과 김경환 교수, 울산과기원 박노정 교수, 김범섭 박사후연구원(현 펜실베이니아대).ⓒ연세대
    ▲ 왼쪽부터 연세대 물리학과 김경환 교수, 울산과기원 박노정 교수, 김범섭 박사후연구원(현 펜실베이니아대).ⓒ연세대
    연세대학교는 물리학과 김경환 교수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박노정 교수팀이  전자 고유의 내재적 회전 특성인 '스핀(Spin)'을 고체 속에서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고 8일 밝혔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아인슈타인이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며 비판했던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사고의 간극을 메울 이론으로 주목받는다. 전자의 움직임을 다루는 고체물리학 교과서를 고쳐 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자는 두 가지 회전이 있다. 스핀과 전자가 원자핵 주변을 돌면서 생기는 궤도각운동량(Orbital Angular Momentum)이 그것이다. 스핀을 지구의 자전에 비유한다면 궤도각운동량은 태양을 도는 공전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스핀과 궤도각운동량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스핀-궤도 결합(Spin-Orbital Coupling)'을 통해 물질의 자성, 전도성 등을 결정짓는다.

    문제는 스핀-궤도 결합이 상대론적 고에너지 영역에서 유도되는 반면, 고체나 반도체처럼 실제 물질을 다루는 환경에서는 낮은 에너지에서의 양자역학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물질 내에서 스핀-궤도 결합을 연구할 때, 두 이론이 서로 다른 전제를 하고 있어 하나의 계산 틀(방정식) 안에서 현상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외부와의 에너지나 물질 교환이 이뤄지지 않는 폐쇄된 시스템(고립계)에서는 스핀-궤도 결합을 비교적 쉽게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고립계가 아니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이동 대칭성(어떤 물체나 패턴이 일정한 방향으로 일정한 거리만큼 평행 이동했을 때 원래 모습과 똑같이 보이는 성질, 벽돌 담장이나 바둑판무늬가 대표적인 예)을 갖는 고체에서는 궤도각운동량이 이동 대칭성과 상충하는 개념이어서 스핀-궤도 결합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웠다. 고체 격자 안에서는 궤도각운동량을 정확히 정의하기도 어렵다.
  • ▲ 3차원 물질, 2차원 물질, 1차원 물질에서 기존 이론과 새롭게 유도한 스핀 격자 상호작용의 비교.ⓒ연세대
    ▲ 3차원 물질, 2차원 물질, 1차원 물질에서 기존 이론과 새롭게 유도한 스핀 격자 상호작용의 비교.ⓒ연세대
    연구팀은 이동 대칭성이 더 지배적인 고체에서 궤도각운동량을 쓰지 않고 물질 내 상대론적 효과인 스핀-궤도 결합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 '스핀-격자 상호작용(Spin-Lattice Interaction)'을 제안했다. 비상대론적 양자역학에서 출발한 연구팀은 작은 상호작용이나 교란을 점진적으로 계산해 전체를 예측하는 섭동론을 사용해 디랙방정식(양자역학과 상대론을 동시에 만족하도록 만든 전자의 파동방정식)의 형태에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다. 고체의 이동 대칭성을 유지한 채 스핀-격자 상호작용을 기술할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계산법을 실질적인 물리계에 적용해 검증했다. 1차원 도체(Pt 사슬), 2차원 부도체(h-BN), 3차원 반도체(GaAs) 등 다양한 물질에 대해 스핀 분포, 스핀 전류, 자기 반응 등을 기존 방식보다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예측해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공동 연구팀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되던 계산적 비일관성을 해소한 방식"이라며 "앞으로 스핀트로닉스(방향성이 있는 전자의 스핀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저장하는 기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소자 등 스핀 기반 전자 소자 설계에 기초 이론으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물리학 최고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즈(Physical Review Letters)'에 지난달 27일 공개됐다. UNIST 김범섭 박사(현 펜실베이니아대 박사후연구원)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연세대, UNIST-삼성전자 반도체 산학과제, SRC-양자각운동량동역학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 연세대학교 전경. 우측 상단은 윤동섭 총장.ⓒ연세대
    ▲ 연세대학교 전경. 우측 상단은 윤동섭 총장.ⓒ연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