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배터리·회로 없이 신경 치료 가능 … 생분해성 금속 삽입해 제거수술 불필요파킨슨병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정밀의료 분야 응용 기대삼성서울병원 최병옥 교수팀과 공동연구 …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
  • ▲ 공동연구진. 왼쪽부터 연세대 김상우 교수, 삼성서울병원 최병옥교수, 연세대 강동현 박사, 박병준 박사과정, 성균관대 황준하 박사과정.ⓒ연세대
    ▲ 공동연구진. 왼쪽부터 연세대 김상우 교수, 삼성서울병원 최병옥교수, 연세대 강동현 박사, 박병준 박사과정, 성균관대 황준하 박사과정.ⓒ연세대
    연세대학교는 신소재공학과 김상우 교수팀이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최병옥 교수팀과 함께 외부 전력공급 없이 신체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정전기를 몸속 특정 부위에 집중시켜 신경을 자극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29일 밝혔다. 공동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무선 신경치료에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배터리나 회로 없이도 신경 치료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전자약 기술로, 차세대 정밀의료 분야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최근 신경 손상, 감각 저하, 신경 재생 지연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 치료에서 전자약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전자약은 신경세포의 전기적 특성을 활용해 자극을 가함으로써 손상된 신경 기능을 회복하는 기술이다. 약물보다 표적성이 높고,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존 전자약 기기는 배터리와 복잡한 회로를 포함하고 있어 크기와 무게의 제약이 있고, 제거 수술이 필요하거나 염증, 조직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걸을 때 지면과의 마찰로 발생하는 마찰전기(정전기)에 착안했다. 신체 외부에 있는 마찰전기 발전기를 통해 낮은 세기의 안전한 저주파 전류를 인가하고, 체내 신경 손상 부위에는 생분해성 금속을 삽입해 전기저항을 낮춤으로써 전류가 해당 부위에 정밀하게 집중되도록 설계했다.
  • ▲ 체내 전류 이동 경로 제어를 통한 신경치료 기술 개요.ⓒ연세대
    ▲ 체내 전류 이동 경로 제어를 통한 신경치료 기술 개요.ⓒ연세대
    쥐, 돼지를 활용한 전임상 실험 결과, 삽입 부위에는 약 4% 이내의 낮은 감쇠율로 전류가 집중됐으며, 신경 재생 효과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특히 체내에 삽입한 생분해성 금속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분해돼 제거 수술이 필요 없는 점이 확인됐다. 복잡한 회로나 배터리 등이 필요한 기존 전자약 기반 신경자극 기술과 달리 체내에 전도성 소재만 삽입해 치료를 가능케 한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이번 기술은 체내 전류 흐름을 설계해 자극을 원하는 부위에만 전달할 수 있고, 전류의 세기와 자극 시간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앞으로 중추신경계나 뇌 질환 등 고정밀 신경조절이 요구되는 치료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이 주목된다.

    김상우 교수는 "배터리나 회로 없이 원하는 부위에만 정확하게 자극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신경자극 기술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최병옥 교수는 "이번 기술은 말초신경 치료는 물론 파킨슨병과 뇌전증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신체 깊은 부위의 자율신경 자극 등 다양한 정밀의료 분야로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24일 게재됐다.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강동현 박사, 박병준 박사과정과 성균관대 신소재공학과 황준하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 김상우 교수와 최병옥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각각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사업과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 연세대학교 전경. 우측 상단은 윤동섭 총장.ⓒ연세대
    ▲ 연세대학교 전경. 우측 상단은 윤동섭 총장.ⓒ연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