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량통신 부품시장 1위 정조준차-스마트폰 연결 … 차문 잠그고 시동걸고2017년 모듈 개발 … 2019년 車 디지털키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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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 빨리 와주게” 1980년대 말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국드라마 ‘전격Z작전’에는 주인공이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시계에 대고 외치면 언제 어디서든 찾아와 주인공을 도와주는 인공지능 (AI) 자동차 ‘키트(K.I.T.T.)’가 등장한다. AI에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이 차는 스스로 기동하는 것은 물론, 주인공과 농담도 하는 등 사람처럼 대화한다. 키트는 최첨단 무기와 기능을 구사하며 단순히 차가 아닌 주인공의 파트너로서 맹활약을 펼친다. LG이노텍의 디지털키 솔루션과 같은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LG이노텍이 2030년 글로벌 차량통신 부품시장 1위를 정조준한다.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앞세워 해당 분야서만 1조5000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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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15일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LG이노텍 마곡 본사에서 개최된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 기술 설명회'에서 김홍필 커넥티비티 사업담당과 김형근 전장마케팅담당, 남형기 커넥티비티 개발실장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LG이노텍
◇ 지난해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 개발 … 명함보다 작은데 60여개 부품 담겨15일 강서구 마곡 LG이노텍 본사에서 유병국 전장부품사업부장은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은 회사의 독보적인 무선통신 기술이 집약된 혁신 부품으로서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넘버원을 목표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 강조했다. 이를 통해 LG이노텍의 차량통신 부품사업을 연 매출 1조5000억원 규모로 육성한다.디지털키는 무선통신 기술로 차량과 연결된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문을 열고 잠그거나 시동을 걸 수 있는 차세대 자동차 키로 각광받고 있다. 실물 키를 별도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잃어버릴 염려가 없는 데다, 디지털 키가 탑재된 차량에 연결된 스마트폰이 있어야만 시동을 걸 수 있어 차량 도난 위험도 적다.최근 카셰어링, 렌터카 등 차량 공유 산업이 성장하며, 디지털키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디지털키 시장은 올해 6000억원에서 2030년 3조3000억원 규모로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LG이노텍은 2017년부터 디지털키 모듈 개발에 뛰어들어 2019년 차량용 디지털키 모듈을 선보인 바 있다. 이후 제품의 성능을 지속 고도화해 지난해에는 탑승자의 안전과 편의성을 대폭 강화한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 개발에 성공했다.명함 한 장보다 작은 초미니 사이즈에 무선 주파수(RF) 소자, 파워 블록 소자 등 저전력 블루투스(BLE), 무선통신 기술 초광대역(UWB) 지원을 위한 60여개 부품과 모듈, 그리고 LG이노텍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까지 담겼다. BLE 뿐 아니라 광대역폭 주파수를 활용하는 UWB를 결합해 전파 방해에 취약한 BLE의 단점을 보완하고, 해킹 등 보안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글로벌 디지털키 표준화 단체인 ‘카 커넥티비티 컨소시엄(CCC)’의 최신 표준을 따라 국가, 지형, 차종에 관계없이 사용이 가능하며 다양한 스마트폰 모델과의 호환성이 뛰어나다. iOS,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모두 호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
- ▲ LG이노텍 직원이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LG이노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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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이노텍 직원이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의 '아동 감지(CPD)'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LG이노텍
◇ 손 안대도 트렁크 열고, 호흡으로 아동 감지 … "작년 14개종 차량 수주"이날 LG이노텍은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의 다양한 기능을 직접 시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디지털키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은 LG이노텍 관계자가 시연 차량과 5m 떨어진 구간에 들어서자, 디지털키가 활성화되며 차량 옆 설치된 모니터에 운전자를 환영하는 웰컴(welcome) 문구가 떴다.이날 시연을 맡은 편의제어통신S/W개발팀 배성준 팀장은 “고객의 니즈에 따라 차량 조명을 깜빡이게 하거나, 사이드 미러가 자동으로 펼쳐지게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웰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이 있다면 트렁크문을 열기 위해 양손 가득 든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버튼을 누르거나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가 없다. 트렁크 밑 부분에 달린 ‘킥(Kick) 센서’ 주변에 발을 갖다 대면, 디지털키를 소유한 운전자의 킥 모션(Kick motion)이 감지되면서, 트렁크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디지털키가 활성화되면 차량 문도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차량 앞쪽에 다가서면 프론트 도어가 열리고 뒤쪽에 가야지만 백도어가 열리는 식이다.현재도 사용자와 차량 간 물리적인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이 적용돼있지만 스마트폰을 안주머니나 가방에 넣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스마트폰의 인식 거리가 줄어들거나, 스마트폰이 실외가 아닌 실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해 디지털키가 활성화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LG이노텍은 AI를 활용해 이 같은 난제를 해결했다.남형기 커넥티비티 개발실장은 “회사가 3D 좌표를 학습한 AI를 활용해 자체 개발한 고정밀 3D 측위 알고리즘을 추가로 적용, 스마트폰의 위치를 10cm 이내 오차 범위로 정확히 탐지해 낸다”고 설명했다. 기존보다 정확도가 30% 이상 개선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위치 정확도를 구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AI 활용 덕에 개발에 투입되는 리소스도 50% 이상 줄일 수 있었다.또한 ‘아동 감지(CPD)’ 기능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차량에 홀로 남겨진 아동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차량 내 CPD 기능 탑재가 법규화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 안전 평가기관인 유로 NCAP은 올해부터 CPD 기능을 탑재한 차량에 가점을 부여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LG이노텍의 자체 개발 레이더(Radar)가 탑재된 디지털키 솔루션이 아이의 움직임이나 호흡을 감지해 운전자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알람을 보내는 식이다. 기존 CPD 장치는 좌석 중량의 변화로 아동의 탑승여부를 감지했지만 LG이노텍의 디지털키에 장착된 CPD는 레이더를 통해 성인과는 또 다른 아동 특유의 미세호흡을 감지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LG이노텍은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에 자체 개발한 레이더를 추가 장착해 안전과 편의성을 높인 다양한 부가기능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강도가 강제로 차 문을 여는 시도를 할 때도 즉각 알람을 전송하거나, 후방 충돌 방지,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 알람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김홍필 커넥티비티 사업담당은 “지난해에만 국내외 14개 차종에 탑재될 디지털키 솔루션을 수주했다”면서 “북미·유럽 완성차 고객을 대상으로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수주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