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中 관세로 K-ESS 반사이익 LG엔솔 양산 돌입·삼성SDI·SK온 생산공장 신설 검토 SK가스 미국 텍사스 ESS 설비 가동 … 미국 전력 시장 확대
  • ▲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LG에너지솔루션
    커지는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정책 따라 국내 배터리부터 전력, 소재 기업까지 ESS 관련 사업 전반이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전력망 투자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미국 ESS 배터리 시장의 85%를 차지하던 중국산 제품에 최대 156%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이보다 17.5%포인트 인상된 173%의 관세를 부과한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한발 앞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 테라젠, 델타 등 미국 주요 고객사와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화큐셀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당초 미국 애리조나에 구축할 신규 공장에 2026년부터 ESS 배터리를 양산키로 했던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미국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한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애리조나 신규공장은 전기차에 탑재할 원통형 46시리즈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미국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ESS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는 현재 미국에선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공장을 운영하며 전기차용 배터리만 생산하고 있어서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추진 중인 GM과의 합작 공장도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양극재, 음극재 등 주요 소재를 해외에서 조달해야 해 일정 부분 관세 부담 영향이 따른다. 그럼에도 배터리 업계는 핵심원재료 관련해서는 공급망 다변화를 꾸준히 진행해왔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ESS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 진출에 필요한 투자비가 기존 대비 2배 이상 뛰었지만, 정책 환경이 우호적인 만큼 적극적으로 진출 전략을 모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에너지 사업 확대를 위해 SK도 미국 ESS 시장에 진출했다. SK가스와 SK이터닉스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에이펙스클린에너지와 합작한 ‘에스에이 그리드 솔루션즈’를 통해 텍사스에서 첫 ESS 설비의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 텍사스는 2030년까지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10~15기 건설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가스는 전력 공급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전력 시장 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및 전력 사업뿐 아니라 핵심 소재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배터리 필수 소재인 중국산 흑연 음극재에 최대 93.5%의 반덤핑 관세를 예고하면서, 비(非)중국산 소재를 확보한 국내 업체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포스코퓨처엠은 대표적인 수혜 기대주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향후 사업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산 음극재와 가격 차이가 있어 경쟁이 쉽지 않았지만, 지난 5월 상계관세 예비결정과 상호관세 조치 등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2027년까지 ESS 시장의 확대 가시성은 높아졌고, 이 시장에 K배터리가 중국업체들을 잠식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미국 ESS 시장 규모가 올해 36억8000만 달러(약 5조2561억 원)에서 2030년 50억9000만 달러(약 7조27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