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the Jury Room] 2025 칸라이언즈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심사위원 인터뷰 데이 다이앤(Ndeye Diagne) 칸타 프랑스(Kantar France) 최고 성장 책임자(Chief Growth Officer, C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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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 다이앤 칸타 프랑스 CGO.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칸라이언즈의 메인 행사장 팔레 데 페스티발의 베이스먼트 스테이지. 그를 처음 본 건 크리에이티브 데이터(Creative Data) 부문 'Inside the Jury Room' 패널 세션에서였다.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정확함'이 아니었다. 숫자나 알고리즘의 정밀함보다 먼저 떠오른 건 '공감', '균형', '진정성'이었다. 데이터를 이야기하면서도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분석보다는 내러티브의 힘을 강조하는 그의 시선이 더욱 인상적이었다.그는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꿰뚫는 통찰보다는, 데이터를 사람들과 이어주는 '이야기의 조각들'을 귀하게 여겼다. 짧고 또렷한 그의 답변 속엔 단단한 애정과 날카로운 인사이트가 함께 담겨 있었다. 보험, 건강, AI, 윤리. 그가 언급한 모든 주제는 결국 하나의 공통된 관점으로 수렴됐다."데이터는 사람을 위한 것, 그리고 사람을 향한 것이다."토론 내내 그의 발언은 보석처럼 빛났다. 그날 무대에서의 토론이 끝난 직후, 나는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그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갔고, 인사를 나누자마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선뜻 그 자리에서 인터뷰를 수락했다.데이 다이앤(Ndeye Diagne) 칸타 프랑스(Kantar France)의 최고 성장 책임자(Chief Growth Officer, CGO). 파리와 라고스, 다카르까지 20년 넘게 아프리카와 유럽을 넘나들며 다양한 문화 속에서 소비자와 브랜드를 관찰하고 연결해온 그는, 단지 수치를 해석하는 분석가가 아니다. 숫자 뒤에 숨은 인간의 진실을 끌어올리는 번역자이자,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질문자다.그가 앉아 있던 2025 칸라이언즈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심사 테이블에서는 올해 가장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AI로 조작된 증거가 드러나며 그랑프리(Grand Prix) 수상작이 철회되는 초유의 사태. 그러나 그는 단호히 말한다. "슬픈 사건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 있는 기회였어요. 이제 우리가 AI 시대의 윤리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숫자를 믿되, 사람을 먼저 본다 - 그게 그의 기준이었다. -
- ▲ 데이 다이앤 칸타 프랑스 CGO. ©Cannes Lions
"데이터는 브랜드의 질문을 사람의 이야기로 바꿔줍니다."Q. 데이터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지금 당신에게 데이터란 어떤 의미인가요?하하, 솔직히 말하면 처음 이 분야에 들어온 건 꽤 우연이었어요. 하지만 곧 깨달았죠. 데이터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서, 사람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도구라는 걸요. 그 안엔 감정과 맥락, 문화가 함께 들어 있어요. 저는 그걸 해석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칸타에서는 이를 '가장 의미 있는 데이터(Most Meaningful Data)'라고 부르는데요, 단지 정확한 수치보다 브랜드가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인간적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능력을 의미하죠. 지금처럼 세상이 빠르게 변할 때, 데이터를 통해 사람의 욕망, 두려움, 기대 같은 진실을 끊임없이 발견해내는 과정은 저에게 정말로 흥미로운 여정이에요."숫자의 정확성보다 감정의 울림이 더 중요할 때가 있어요."Q. 정량적 정확성과 문화적 연결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추구하시나요?숫자가 아무리 정확해도, 사람의 마음에 닿지 않으면 브랜드 전략은 실패할 수 있어요. 저는 아프리카, 유럽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일하며 데이터를 다뤄왔기 때문에, 항상 '이 데이터를 어떤 렌즈로 해석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만들기 위해선, 데이터가 그 문화 속의 언어와 감정에 연결돼야 해요. 그래야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진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AI 조작 사건은 슬펐지만, 우리 카테고리가 윤리를 정의할 기회를 만들었죠."Q. 올해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에서는 그랑프리 철회라는 전례 없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그 캠페인(Efficient way to pay by DM9 상파울루)은 정말 대단했어요. 대담하고, 인간 중심적이었죠. 하지만 나중에 무단 도용, 변형된 AI 조작영상 사용이 드러나면서, 결국 그랑프리는 철회됐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기술과 윤리의 충돌 지점에서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인지, 산업 전체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해요.이제 크리에이티브 데이터는 단순히 기술과 데이터를 다루는 카테고리를 넘어, AI 시대의 윤리와 진정성을 선도하는 '기준점'이 되어야 해요. 저는 그 책임과 가능성을 모두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카테고리는 '기술'이 아니라 '기준'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첫 번째 시점에 서 있습니다. 이건 하나의 정의적 전환점이며, 크리에이티브 데이터는 앞으로 AI 시대의 진정성과 윤리를 밝히는 '횃불'같은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 "Acko Tailor Test는 진정성, 아이디어, 임팩트가 완벽하게 결합된 사례였어요."Q. 올해 심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다면요?단연, 'Acko Tailor Test' 캠페인(레오 뭄바이 대행)입니다. 단순한 건강 캠페인이 아니라, 실제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구조적 개입이었어요. WHO(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한 허리-엉덩이 비율을 기준으로, 동네 재단사들이 조용히 사람들의 심장질환 가능성을 알려주는 시스템은 정말 크리에이티브하면서도 따뜻했어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브랜드의 철학과 목적이 완벽히 반영된 작품이었죠. 골드 수상은 물론, 그랑프리 후보로도 강력했어요.*디지털 보험 회사 ACKO는 인도 내에 만연한 건강 검진 회피 심리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재단사 100만 명과 협업해 WHO의 허리-엉덩이 비율 기준으로 심장 질환 위험을 조기에 식별하는 'Acko Tailor Test' 캠페인을 선보였다. ACKO는 보험을 예방 중심의 커뮤니티 기반 건강 케어로 재정의하며 브랜드의 'Welcome Change' 철학을 실현했다. 이 캠페인은 2025 칸라이언즈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골드와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액티베이션(Brand Experience & Activation) 브론즈를 수상했다."기술은 감정의 깊이를 더하는 조력자여야 해요, 주인공이 아니라."Q. 데이터가 공감이나 사회적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기술적 정교함과 감정적 울림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이루어야 할까요?데이터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정교한 언어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사람들의 진짜 욕구, 두려움, 희망 같은 감정을 발견할 수 있고, 브랜드가 세상과 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연결되도록 도와줍니다. 기술 역시 마찬가지예요. 데이터의 정밀함과 확장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은 감정의 깊이를 증폭시키는 조력자여야지, 결코 핵심 스토리를 압도하는 주인공이 되어선 안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연결의 바탕에는, 언제나 '윤리'가 자리해야 하죠."진짜 크리에이티브 데이터는,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냅니다."Q. 데이터를 크리에이티브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데이터가 크리에이티브할 수 있는 건 전혀 새로운 연결을 가능하게 할 때입니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거나 행동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면, 그건 단순한 분석이 아니라 브랜드의 내러티브를 확장시키는 스위치가 되는 거죠. 데이터가 이끌어낸 인사이트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연결, 조합,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그 안에서 브랜드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칠 수 있게 되는 거죠.Q. 데이터가 크리에이티비티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절대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해요. 데이터는 가장 강력한 크리에이티브의 원재료입니다. 진짜 크리에이티비티는, 그 데이터를 인간 통찰과 상상력으로 재해석할 때 비로소 태어나는 거예요. 단순히 수치를 나열하는 걸로는 부족해요.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해내야만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이 될 수 있습니다."진정한 연결은, 브랜드가 소비자의 가치를 진심으로 이해할 때 가능해요."Q. 의미 있는 소비자 연결을 만드는 핵심은 무엇인가요?진정성(authenticity)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다음은 문화적 뉘앙스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브랜드의 목적이 소비자의 삶과 가치에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달려 있어요. 이때 데이터는 그 접점을 찾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죠."Africa Life는 제가 믿는 데이터 철학의 시작이었습니다."Q. 데이터를 스토리텔링 도구로 바라보게 된 결정적 경험이 있었나요?2017년 제가 시작한 아프리카 라이프(Africa Life)라는 인사이트 프로그램이 있어요. 당시 미디어가 말하던 아프리카의 이야기는 너무 편향적이고 단편적이었어요.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고, 정확하고 입체적인 아프리카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지금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 전략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고, 저 역시 여전히 이 프로그램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어요."당신만의 시선이 바로 당신의 슈퍼파워예요."Q. 데이터 분야를 꿈꾸는 젊은 여성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당신의 시선을 믿으세요. 그것이 바로 당신의 슈퍼파워입니다. 데이터에 대한 당신만의 열정으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브랜드와 세상이 연결되는 방식을 바꾸는 주체가 되어주세요. 당신의 시선은 단지 관찰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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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측부터)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 데이 다이앤 칸타 프랑스 CGO, 김수경 브랜드브리프 기자.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인터뷰어 노트] 숫자는 진실일까, 혹은 환상일까?우리는 종종 숫자에 안도합니다. 셀 수 없는 것을 불안해하고, 좌표가 없으면 길을 잃죠. 하지만 데이터가 언제나 객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조작되거나 왜곡된 숫자도 많고, 때로는 '사실'처럼 보여도 '진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죠. 올해 칸의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그랑프리 철회 사건은 그 지점을 우리에게 또렷하게 상기시켜 주었죠. 데이터를 맹신하는 시대에 데이의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숫자를 믿되, 그 안에 숨은 사람을 먼저 보세요."데이터는 겉보기엔 객관의 언어처럼 보이지만, 실은 감정과 기억, 맥락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또 하나의 언어일지도 모릅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유년 시절의 '굴렁쇠' 놀이에서 예술의 단서를 길어냈듯, 우리는 지금 감각과 경험이 쌓인 흔적을 '데이터'라는 언어로 다시 읽어내는 시대를 살고 있죠.그래서 퍼포먼스 마케팅, CTR(클릭률), ROI(투자 대비 수익), 세일즈 수치가 맹신되는 요즘, 정말 필요한 건 숫자와 데이터를 넘어 그 안에 담긴 사람의 진실을 읽어내는 감각. 그런 감각이 깃든 데이터 리터러시가, 지금 시대의 브랜드와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본질적인 역량이 아닐까요. 결국,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할 건 숫자 너머의 사람을 읽어내는 감각, 그 한 줄기 직관일지도 모릅니다.[Inside the Jury Room] 객원 인터뷰어 소개데이 다이앤 칸타 프랑스 CGO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는 2022 칸라이언즈에서 국내 스타트업 닷(DOT)의 '닷패드(닷패드(DOT PAD, The first smart tactile graphics display)' 캠페인으로 최고상에 해당하는 '티타늄 라이언즈((Titanium Lions)' 를 수상했으며 2024 칸라이언즈 이노베이션 라이언즈(Innovation Lions) 심사위원을 비롯해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 D&AD, 애드페스트(ADFEST) 등 다수의 광고제 심사위원을 역임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 전문가다. 강 대표가 이끄는 서비스플랜코리아는 아시아 지역 크리에이티브 전문지 캠페인 브리프 아시아(Campaign Brief Asia)가 발표한 2024 대한민국 크리에이티브 랭킹 3위에 오르며 강력한 크리에이티비티 능력을 인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