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50억 유지 의견 대통령실 전달 법 개정 필요업이 정부 결정만 남아 대통령실도 '유지' 쪽으로 가닥 잡아기재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
  • ▲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뉴스
    ▲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별 50억원 이상 보유'에서 '10억원 이상 보유'로 낮추려던 검토안을 철회했다. 여당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다만 세제당국은 이재명 정부가 세제개편 원칙으로 내세운 '응능부담의 원칙'(개인 지불 능력에 따른 과세)을 근거로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에 대해, 기존 기준을 유지하자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위당정협의회애서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 정책위의장은 "전날 회의에선 당과 정부의 의견이 합치가 안 돼 논의를 더 하기로 했다"며 "정부에 복수안 같은 것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당이 대통령실과 정부 입장에 반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코스피 5000시대' 목표와 상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이날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지난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의 정리된 목소리를 전달했다"면서 "기재부가 추가 검토를 위해 시간을 요청했지만 너무 오래 걸릴 일은 아니다"라고 기재부의 조속한 입장 정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실제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연말마다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대주주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세제개편안 발표 다음날인 지난 1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일제히 4% 안팎으로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 반대 청원은 현재까지 14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민주당은 이번 당정협의 결과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당내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한 뒤 향후 기획재정부와 실무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내년도 예산안 발표가 곧 예정돼 있어 기재부와는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 중으로, 다음 당정협의 전까지 세제개편안과 관련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여당이 사전 합의한 세제 개편안의 내용의 재검토를 요구하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하루이틀 주가 변동 폭으로만 정책을 다시 고려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대통령실에서 재검토를 요청한 바 없으며 여당 의견은 충분히 수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제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주주 기준 강화를 뒷받침했던 '응능부담의 원칙'은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법인세와 증권거래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보유자 간 조세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이 당정 간 입장을 최종 조율해 이른 시일 내 결론낼 사안이라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다음달 고위 당정 전까지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정책위의장은 "시행령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이 중요하나 정부가 저희 우려를 모르는 것이 아니어서 아주 심각하게 고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정 간 조율과정에서 당정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도 기존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기재부의 신중론은 사실상 힘을 잃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