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단체 '플라스틱 체인지', 페트병으로 남성 성기 감싼 도발적 광고 캠페인 선봬미세 플라스틱이 남성성에도 영향 미친다는 사실을 강력한 이미지로 표현"지구 환경이라는 추상적 담론을 개인의 건강 문제로 전환"코펜하겐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Worth Your While' 대행
  • ▲ 플라스틱 체인지의 'Are You Packing Microplastics?' 캠페인. ©Plastic Change
    ▲ 플라스틱 체인지의 'Are You Packing Microplastics?' 캠페인. ©Plastic Change
    흰색 속옷만 입은 남성 모델들이 거대한 광고판을 채웠다. 얼핏 보면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스타일의 속옷 광고처럼 보이지만, 이는 한 환경단체가 남성들에게 던진 강력한 경고장이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UN)의 글로벌 플라스틱 협상(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추가협상회의, INC-5.2)에 기간에 맞춰 덴마크의 NGO(비정부기구) 단체인 '플라스틱 체인지(Plastic Change)'는 다소 선정적인 이미지를 담은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다.

    'Are You Packing Microplastics?(당신도 마이크로 플라스틱을 차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광고는 남성의 성기 부분을 페트병으로 포장한 흑백 광고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광고는 "전 세계의 지도자 여러분, 이번만큼은 제발 여러분의 성기를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당신들의 생식 능력이 걸려 있습니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도발적인 메시지는 UN의 글로벌 플라스틱 협상에 참여한 각국의 리더들을 향한 것으로, 미세 플라스틱이 남성의 성기와 같은 민감한 부위를 포함해 인체에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꼬집는다. 

    이 캠페인은 또한 환경 문제와 관련된 대화에서 자주 소외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다. 캘빈 클라인의 속옷 화보집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시각적 언어를 차용해 플라스틱과 남성 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광고는 "당신의 남성성은 얼마나 독성 물질에 노출됐습니까?", "남성 5명 중 4명의 성기가 플라스틱으로 포장 돼 있습니다"와 같은 강하고 충격적인 메시지들을 포함하고 있다. 
  • ▲ 플라스틱 체인지의 'Are You Packing Microplastics?' 캠페인. ©Plastic Change
    ▲ 플라스틱 체인지의 'Are You Packing Microplastics?' 캠페인. ©Plastic Change
    플라스틱 체인지는 광고를 본 남성들이 자신의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플라스틱 문제를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 

    플라스틱 체인지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과 남성의 생식력과의 연관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플라스틱 병에 든 음료부터 합성섬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은 인간의 혈류와 장기는 물론, 정액과 생식 조직에까지 침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과학적 데이터로도 확인됐다. 국제 발기부전 연구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Impotence Research)과 독성학 저널(Journal of Toxicological Sciences)의 연구 결과, 남성 대부분의 고환 및 음경 조직 샘플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으며 정자 샘플에서는 100% 검출률을 나타냈다.

    앤 아이토마키(Anne Aittomaki) 플라스틱 체인지 전략 디렉터(Strategic director)는 "세계 지도자들이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을 억제하기 위한 조약의 범위를 협상하는 가운데, 우리는 그 논의에 생식 건강 위험 문제도 포함되길 원한다"며 "이번 캠페인은 기후 행동에서 소외될 수 있는 남성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플라스틱 문제와 관련해) 지구 환경이라는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 문제로 대화를 전환한 것"이라며 "환경을 지키자는 호소가 닿지 않는다면, 남성성에 대한 위협은 통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체인지의 이번 캠페인은 코펜하겐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Worth Your While'가 예술 단체 '글루 소사이어티(Glue Society)'와 협업해 대행했으며, 패션 사진작가 데렉 헨더슨(Derek Henderson)이 사진 촬영을 맡았다. 
  • ▲ 플라스틱 체인지의 'Are You Packing Microplastics?' 캠페인. ©Plastic Change
    ▲ 플라스틱 체인지의 'Are You Packing Microplastics?' 캠페인. ©Plastic Change
    이 캠페인은 누구나 인지하는 익숙한 속옷 화보 스타일의 이미지를 활용해 사람들의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의 환경 캠페인들은 '지구 온난화', '해양 오염', '기후 위기', '야생 동물 보호'와 같은 거대 담론을 앞세우지만, 정작 광고를 본 사람들은 자신과는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플라스틱 체인지는 플라스틱 문제를 '남성성'이라는 가장 개인적이고 민감한 영역으로 끌고 와 "플라스틱이 당신의 생식 능력을 위협한다"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환경 문제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한번쯤 이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거대 담론이 아닌 개인의 건강을 정조준함으로써, 환경 문제를 추상적 문제에서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환경 캠페인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무관심을 뚫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동기를 자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리한 크리에이티비티를 보여줬다.
  • 한편, 최근 들어 NGO와 환경 단체, 동물보호단체 등은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이미지와 언어를 사용하는 광고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관련 기사 "사지 말고 만드세요"… 1억 짜리 에르메스 악어 버킨백 만드는 방법 공개

    도파민을 자극하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콘텐츠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소셜미디어 시대에서 이들의 메시지가 주목 받고 널리 전파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렬하고 과감한 비주얼이 필요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