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23일 방미 … 웨스팅하우스와 합작사 설립조선 '마스가' 프로젝트 이은 강력한 한미 원전 동맹트럼프 '원전 르네상스' 선언 … 300기 신규 건설 계획한·미 정상회담서 협력 논의 … 불공정 계약 논란 새 국면
  • ▲ 경북 울진군 한울원자력본부 신한울 1·2호기 전경.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뉴시스
    ▲ 경북 울진군 한울원자력본부 신한울 1·2호기 전경.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미국의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가 조인트 벤처(JV·합작투자사)를 설립해 미국 원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이 세계 최대 원전 시장인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와 더불어 강력한 한미 원전 동맹이 체결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국회와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 고위 관계자들이 웨스팅하우스 측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23일 방미한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협력하는 JV 설립에 서명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월 "양측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모든 법적 조치는 취하한다"는 합의 선언을 하고, JV 설립을 물밑에서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수원이 26조원 규모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비밀 합의서 내용이 공개돼 '불공정 계약'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1월 작성된 합의문에는 한국이 원전 수출을 할 경우 웨스팅하우스에 최소 1조원 이상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원전을 수출할 때 1기당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에게 제공하고, 원전 1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야 한다.

    또 우리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독자 기술 노형을 개발해 수출할 때도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한다. 한국 측이 SMR을 포함한 모든 차세대 원전을 독자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받는 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북미·EU(유럽연합)·영국·우크라이나·일본에서 신규 원전 수주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겼다. 이룰 두고 여당은 "기술 주권, 원전 주권을 팔아먹고 국부를 유출시키는 매국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산업통상자원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상적으로 이뤄진 계약"이라고 말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도"저희가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 만하다"고 했다.

    원전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원천기술 분쟁을 계속 끌고갈 경우 체코 원전 수주가 물건너가는 것은 물론, 향후 신규 원전 수주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봤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비밀 협약을 맺은 것도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JV 설립은 미국 원전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설계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공 및 운영 능력이 떨어져 단독으로 원전을 건설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의 설계·시공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양사간 JV 설립으로 한미 원전 동맹이 더욱 강력해 지는 것은 물론, 설계-시공-운영 능력까지 전주기 기술을 갖춘 한국의 원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한 바 있다. 2030년까지 신규 대형 원자로 10기를 건설하고, 2050년까지 현재 100GW(기가와트) 수준인 원전 용량을 4배인 400GW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원자로 1기가 약 1GW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25년간 총 300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팀 코러스(KORUS·Korea+US)'를 구성해 미국 외에도 유럽 등 세계 원전 시장 공동 진출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원전 르네상스'를 구현하는 데 최적의 파트너로 꼽힌다. 미국은 1979년 발생한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30년 넘게 자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해 원천기술만 보유하고 시공 능력은 거의 상실한 상태다. 

    반면 한수원은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부터 지난해 착공한 신한울 3·4호기까지 40여 년간 국내에서만 원전 32기를 건설하며 세계 최고 시공 능력을 입증해왔다. 여기에 원전 해체 기술까지 보유했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맺은 비밀 협약이 '불평등 계약'이 아닌, 한국의 원전 산업이 미 원전 시장으로 진출해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게 원전 업계의 시각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19일 국회에 출석해 "공급망이 없는 웨스팅하우스 쪽에서 포션을 어느 정도 가져가도 공급망이 있는 쪽에 의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다음 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원전 기업들이 공동으로 미국과 제3국 원전 시장에 참여하는 문제 등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천 기술은 없지만 원전 설계 시공 운영에선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가 미국과 잘만 협력하면 오히려 큰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불공정 계약'으로 몰아붙이기 전에 좀 더 이해득실을 따져보는 게 순서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한미 두 업체간 맺은 계약을 "매국적 합의"라며 정치 공세로 활용하고 있다. 

    황명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경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은 12·3 계엄 직전 홍보용 치적에 매달려 밀실에서 협정을 강행했다"며 "이 협정은 반드시 파기·재협상돼야 하고, 책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은 19일 성명을 내고 협정 파기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