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효력정지 가처분… “승계 꼼수” 반발지주사 전환 후 통합지주사 … 지배력 강화 논란합병비율·배당 이전 등 소액주주 피해 우려 확산일각선 “상법개정안 타깃 될 가능성” 지적도
  • ▲ 하나마이크론 충남 아산 본사.ⓒ하나마이크론
    ▲ 하나마이크론 충남 아산 본사.ⓒ하나마이크론
    하나마이크론의 지주회사 체제전환에 제동이 걸렸다.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인적분할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이들은 인적분할이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와 2세 승계를 위한 ‘꼼수’라며 비판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오른 가운데 최근 화두인 감자인 상법개정안의 타깃이 될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마이크론 이종석 외 6명의 소액주주는 지난 21일 대전지방법원에 하나마이크론을 상대로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6일 하나마이크론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과 관련, 법원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해당 결의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켜달라는 것이 골자다. 상법상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식이 0.1% 이상이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올해 초 인적분할을 공표하고 지주회사 제체로의 전환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순수 후공정(OSAT) 사업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및 브랜드 사업을 분리,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하나반도체홀딩스(존속·지주회사), 하나마이크론(신설·사업회사)로 나뉘며 분할비율은 순자산가치 기준 32.5%, 67.5%다. 이후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 출자 유상증자 방식 등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상호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장기 성장 전략에 집중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투자자들 사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들은 이번 인적분할을 두고 주요 사업 부문을 떼어내 자회사를 만들고, 재상장하려는 회사의 행보가 형식만 바꾼 물적분할이며 중복상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과 같은 주주 보호장치를 회피해 지배주주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오너일가의 승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1947년생인 최창호 하나마이크론 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2세인 최한수 하나머티리얼즈 부사장으로의 승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현행법상 하나마이크론과 하나머티리얼즈는 상호출자 관계로 서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현재 최창호 회장은 하나마이크론 지분 15.20%, 최한수 부사장은 하나머티리얼즈 지분 11.50%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하나머티리얼즈의 지분 32.50%를, 하나머티리얼즈는 하나마이크론 지분 9.78%를 들고 있다. 

    이에 지주회사 체제전환의 당위성이 생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를 지배하려면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해당 과정에서 하나마이크론이 주주들로부터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최종적으로 이는 최창호 회장→지주회사 하나반도체홀딩스→자회사 하나마이크론 순으로 대주주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분할존속회사인 하나반도체홀딩스는 재상장 후 하나머티리얼즈 투자부문과 분할 합병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머티리얼즈를 투자부문(하나반도체홀딩스 등 계열사 지분보유)과 사업부문(반도체재료)으로 인적분할하는 동시에 투자부문을 이미 분할을 완료한 지주회사(하나반도체홀딩스)와 합쳐 ‘통합지주회사’를 만든다. 

    즉, 하나머티리얼즈가 가지는 분할존속회사(하나반도체홀딩스) 지분은 합병과정에서 통합지주사의 자사주로 바뀌어 상호출자를 해소하고, 하나머티리얼즈가 가지는 분할신설회사(하나마이크론) 지분 9.78%는 통합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공정거래법 이슈를 해소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의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방향이다. 추후 하나반도체홀딩스가 하나머티리얼즈 투자부문과 합병하는 경우, 이 합병비율이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책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 경우 소액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투자부문 가치를 낮게 평가받은 채 통합지주회사 주식을 받게 된다. 지주회사 중심으로 지배력이 집중되면 사업회사의 이익이 배당 등으로 지주회사로 이전돼 소액주주가 장기적으로 배당 축소, 투자 위축 등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최근 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법개정안의 대표적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적분할과 재상장, 합병을 통한 지배력 강화가 사실상 물적분할과 유사한 효과를 내면서, 분할·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익이 보호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실에 메일을 보내 집단 행동에 나설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호출자 해소나 공정거래법 준수라는 명분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대주주의 승계 작업에 유리한 구조가 짜이고 있다는 점에서 소액주주 반발은 계속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개정안의 타깃으로 지목될 가능성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마이크론은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과 관련 “법적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