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에 '상호관세 15%' 문서화 요구했지만 불발문서화 지연되며 한국산 車 여전히 美서 25% 관세 물어압박 카드 유지하며 방위비 등 더 받아내려는 의도일 수도전문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합의문 없어 구속력은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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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중 밝게 웃고 있다. 2025.08.26. ⓒ뉴시스
한미 정상회담에서 명문화된 공식 문서가 채택되지 않으면서 양국이 지난달 30일 타결한 관세 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지난달 합의된 상호관세 15%의 명문화를 여러차례 요구했지만, 미국 측이 소극적으로 일관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정부가 미 측과 추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 불확실성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28일 한미 정상회담에 관여한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여러차례 관세 협상 내용을 문서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30일 관세 협상 타결 후 한국에 상호관세 15%를 적용한다면서 자동차에도 같은 15%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와 의약품에도 '한국이 다른 나라에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최혜국 대우를 보장한다'고도 약속했다.그런데 이 내용을 문서화하자는 우리 측 요구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고 한다. 문서화가 늦어지면서 한국은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면서 지금도 25%의 관세를 물고 있다. 이는 미국 세관 당국이 적용할 수 있는 명문화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미국이 문서화에 부정적인 이유는 한국에 대한 압박 카드를 여전히 쥐고 있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불확실성을 유지하는 것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아내거나 대미 투자펀드 수익 사용처 등 양국이 이견을 보이는 분야에서 주도권을 갖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실제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양국이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3500억달러에 대해 한·미 조선 협력 펀드 1500억달러, 조선업 외에 반도체와 원전, 2차 전지, 바이오 등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 펀드 2000억달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에 대해 "투자는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이라며 "직접 투자는 비율이 매주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3500억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며, 그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밝히며 인식차를 드러냈다.김 실장은 지난 25일 워싱턴DC에서 기자단과 만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조선, 에너지, 핵심광물, 배터리, 반도체, 의약품,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팅 등 전략 산업 강화를 지원하는 데 금융 패키지를 활용하기로 했다"며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로 금융 패키지 조성과 운영을 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7월 관세 협상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이 아닌 정치적 합의라는 형식을 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양국 간에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트럼프의 변덕에 한국에 적용된 관세율이 더 높아질 수 있는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아울러 트럼프발 상호관세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도 주목된다. 트럼프가 각 무역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근거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국가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것이다. 현재 법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IEEPA다.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USCIT)은 지난 5월 28일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는 위법하다며 명령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아울러 USCIT 판결의 효력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항소심 판단이 나올 때까지 트럼프가 부과한 상호관세는 유효하다.만약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될 경우 트럼프는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무역관련 소송의 경우 1심 판결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1년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최종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정부도 관세 협상 타결 이후 불확실성 해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후 가진 브리핑에서 "트럼프 시대의 통상 협상, 또 안보 협상의 뉴노멀은 계속 끊임없이 논의하는 것"이라며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합의문 자체가 안 나왔기 때문에 구속력은 약하다"면서도 "트럼프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는 유지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그러나 만약 한국이 약속한 걸 이행하지 않거나 아주 큰 원칙이 어그러졌을 경우엔 합의가 뒤집힐 수도 있다"며 "양국 간 세부적인 부분에서 협의가 지속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