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도 이런 식으로 에너지 관리 안해""에너지 기능 쪼개서 이득 보려고 하는 이들 입김과 논리 반영""그게 아니라면 아마추어들이 만든 것 … 설명할 수 없는 구조"신규 원전 건설 재검토·댐 건설 축소 시사한 김성환 장관 발언에"AI 전력소비 큰데 원전도 기후대응도 안하면서 기후부 왜 만드나"
  • ▲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뉴데일리
    ▲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뉴데일리
    에너지 정책을 책임지는 산업자원부 장관과 경제 부총리를 역임한 국가 원로가 에너지정책 기능을 두동강 낸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에너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작품", "에너지 이권 카르텔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지난 7일 발표된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을 환경부로 옮겨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전의 경우 건설과 운영은 기후부가 맡고 수출은 산업부가 담당한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환경부가 맡고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는 산업부에 남는다.

    원칙도 기준도 찾아볼 수 없는 정부조직개편안을 직격한 것인데, 정부는 이런 황당한 조직 개편안을 그대로 밀어부친다는 방침이어서 한 부처에 규제(기후·환경)와 진흥(에너지)이라는 상충된 정책 목표 달성에 대한 실패, 전기료 상승 등 부작용 속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지식경제부(현 산업자원부) 장관을 거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11일 뉴데일리와 특별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내가 현직일 때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이런 식으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나라는 결코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세계적으로도 에너지를 종합 관리하는 쪽으로 돌아가고 있는 추세인데 무엇을 위한 개편인지 모르겠다"며 "에너지가 국민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프라인데 과연 그렇게 해서 효율적인 관리와 공급이 되겠는가 심히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관련 이권 카트텔의 목소리가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전 부총리는 "에너지 기능을 쪼개서 뭔가 이득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 환경론자 내지는 그런 운동을 하는 그룹들, 그런 사람들의 입김과 논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아니면 정말로 아무것도 해보지도 않는 아마추어들이, 그냥 실제로 에너지 관리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머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만든 것"이라며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설명을 할 수가 없는 그런 구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기후에너지환경부 확대 개편 과정에서 정부 내부에서는 환경단체의 논리가 작용하거나 정책 결정이 앞뒤가 안맞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 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 당시 확정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으로 전기 생산 단가가 월등히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고, 원전 산업은 다시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김 장관은 또 윤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기후 대응용 신규 댐 건설 계획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탈원전과 댐건설 백지화는 그동안 환경단체들이 강하게 요구해온 것들이다. 

    김 장관은 "원전을 신규로 지을 것인가에 대해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면서 "그 의견을 12차 전기본에 담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윤 정부 때인 올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는 오는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 SMR(소형모듈원전) 1기 등 총 3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이를 여론에 따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또 "댐 후보지 10곳을 현장 점검한 결과, 불필요한 댐을 제외하면 실제 추진은 절반 정도가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11일 "원자력 발전소 짓는 데 15년이 걸리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추가 원전 착공은 현실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2년이면 되는 재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건설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무슨 원전을 짓느냐는 게 김 장관의 얘기"라고 강조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김성환 장관의 발언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최 전 부총리는 "앞뒤가 안 맞는 허무맹랑한 발상"이라며 "AI 3대 강국 만든다면서 원전을 안짓고, 기후변화에 대응을 하겠다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 만들어놓고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 댐을 안 만들면 기후부는 도대체 왜 만드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 정부가 지금 하는 걸 보면 경제 성장한다고 해놓고는 성장 안 되는 정책만 계속 하고 있다"며 "탁상공론에 불과한 정책을 현실에서 자꾸 실행하면 결국은 혼란이 일게 되고, 그 다음에는 사고가 나게 돼 있다"고 했다.

    한편, 최 전 부총리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 경제 관료다. 대구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학교 재학 중인 1978년 제22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20년 가량 경제관료로 재직했다. 2004년 경산시청도군에서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20대까지 내리 4선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7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발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