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한화·HD현대 등 오너 3·4세 장교 복무공개적 절차 통한 투명성 확보와 책임 있는 선택지휘·전문성·국제 경험, 경영 리더십 훈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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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의 군 복무 당시 모습.ⓒ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씨가 해군 장교 입대하면서 대기업 오너일가의 병역 의무 이행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비교적 젊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오너가 3·4세의 경우 현역병 대신 장교 입대를 택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특혜 논란을 줄이면서 경영자로서의 감각을 미리 쌓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1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씨는 오는 15일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한다. 11주간 장교 교육 훈련을 받고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훈련 기간과 임관 후 의무복무기간을 합친 군 생활 기간은 39개월이다.이 씨의 보직과 복무 부대는 교육훈련 성적, 군 특기별 인력 수요 등을 감안해 임관시 결정될 예정이다. 그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이재용 회장 등 집안 가족들을 일일이 설득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진다.최근 오너 3·4세를 중심으로 장교 복무 선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태원 SK 회장의 둘째 딸 최민정 씨가 대표적이다. 최 씨는 병역 의무가 없는 여성임에도 2014년 해군사관학교 후보생으로 자원입대해 2015년 청해부대, 2016년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복무한 바 있다. 그는 함정병과 소위로 임관, 함정 작전관을 보좌하는 전투정보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임무에 참여하는 등 경험을 쌓았다.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도 공군 장교 출신이다. 김승연 회장이 공군에서 학사장교(ROTC)로 복무, 중위로 제대한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부회장은 2006년 8월 공군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해 2009년 12월까지 약 3년 4개월 간 복무하며 통역장교로 국방부 장관 직속 통역을 맡아 활동했다. 김동원 사장도 공군 통역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육군 특공연대 장교 출신이다. 2005년 ROTC 43기, 육군 소위로 임관해 경기도 파주 제701특공연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중위 전역했다. 정 대표뿐 아니라 부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ROTC 13기로 군 생활을 마쳤다.이들이 군 복무 방식으로 장교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에서는 투명성 확보는 물론, 조직 운영과 전문성 축적을 통한 경영 수업 효과까지 노린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우선 장교 선발 과정이 공개적이고 표준화돼 있다. 지원부터 면접·체력검정, 교육, 임관까지 일련의 단계가 제도적으로 정해져 있고, 임관 후 보직 배치 역시 기록으로 남는다. 병역 비리에 대한 사회적 의혹이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오너 일가가 장교를 선택하는 것은 “특혜 없이 제도적 절차를 밟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장교 경험은 경영 수업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지휘·리더십 역량을 직접 체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소위로 임관하는 순간 소대장으로 수십 명의 병력을 지휘하거나 행정·군수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을 맡는다. 사람을 배치하고, 자원을 관리하며, 위기 상황에서 즉각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기업 경영에서 요구되는 리더십과 의사결정 능력과 맞닿아 있다.제계 관계자는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장교 경험이 단순한 국방의무가 아니라 리더십 훈련 과정으로 기능한다”면서 “작은 조직의 최고경영자(CEO) 경험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장교 경험이 기업 경영의 축소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고 국제적 감각을 기르는데도 용이하다. 장교는 전공이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병과 배치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예컨대 통역장교처럼 외국어 능력을 활용할 수도 있고 해군에서 항해·기관·통신·보급 등 분야별 보직을 맡으며 기술적·전문적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단순히 국방의무를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개인이 가진 역량을 강화하는 통로로 활용할 수 있다.장교는 해외 순항훈련이나 다국적 연합훈련, 국제 파병 등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감각을 익히는데도 효과적이다. 이는 병역을 넘어 국제 무대에서 협력과 대응을 직접 경험하는 과정은 장차 글로벌 경영을 이끌어야 할 오너일가에게는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재계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서 병역 의무는 늘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오너 일가가 장교로 복무한 이력은 단순한 국방의무 이행을 넘어 책임 있는 과정을 거쳤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이어 “장교 복무 경험은 조직을 지휘하고 자원을 관리하는 훈련을 수반하기 때문에, 훗날 기업 경영이나 창업 과정에서 필요한 리더십을 기르는 토대가 될 수 있다”면서 “또한 전문 병과에서 쌓은 실무 경험은 경영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신뢰와 긍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