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딛고 자수성가… 건설·교육사업 등 일궈 학폭으로 아들 잃고, 가해 학생 용서후 자선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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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빛그룹 창업주 故 이대봉 전 회장. ⓒ참빛그룹
"복수를 한다고 아들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용서의 힘이 복수의 힘보다 크다"학교 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비극을 끝내 용서로 돌려 세우고, 그 슬픔을 나눔으로 승화시킨 기업인. 참빛그룹 창업주 故 이대봉 회장이 별세한 지 1년, 고향 합천에서 그의 1주기를 기리는 자리가 마련된다.30일 참빛그룹에 따르면 참빛그룹 회장이자 학교법인 서울예술학원(서울예술고등학교·예원학교) 이사장을 역임했던 故 이대봉 회장의 1주기 추모행사가 오는 10월 1일 고향 경남 합천에서 열린다.1941년 합천에서 태어난 그는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했다. 신문 배달, 부두 하역, 고물상 등 온갖 일을 전전하며 젊은 시절을 버텼다. 그러나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1975년 작은 항공화물업체 동아항공화물을 세운 것이 출발점이었다.이후 에너지·건설·관광으로 사업을 확장해 참빛그룹을 14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그룹으로 키웠다. 2006년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54홀 규모의 피닉스CC를 개장하며 해외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탄탄대로를 걷는 듯했으나 1987년, 그의 인생을 뒤흔든 비극이 찾아왔다. 막내아들 대웅 군이 서울예술고 재학 중 학교폭력 피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꽃다운 17세, 정기연주회 무대에서 갈채를 받은 지 불과 몇 달 만이었다.'용서의 힘이 복수의 힘을 앞선다'고 믿은 그는 가해 학생의 선처를 탄원했다. 이듬해 아들의 이름을 딴 이대웅음악장학회를 세워 성악 인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장학회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국내 성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인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고인은 음악 장학사업에 그치지 않았다. 2010년에는 사재 200억원을 투입해 도산 위기의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인수했다. 학교법인 서울예술학원의 이사장이 된 그는 두 학교를 다시 세우고, 예술 영재들이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2023년에는 서울예고 개교 70주년을 맞아 평창동 교내에 서울아트센터를 개관했다. 그는 생전에 "예술 인재를 키우는 것은 곧 나라의 미래를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그의 나눔은 국경을 넘어 베트남에서도 이어졌다. 2006년 피닉스CC 개장 이후, 그는 매년 부모를 잃은 공안부 자녀와 소수민족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이 공로로 2011년 베트남 정부의 보국훈장, 2012년 보훈훈장을 받았다. 현재 하노이의 그랜드플라자호텔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국제 회의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2024년 10월, 그는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그룹 회장 자리는 장손인 당시 이호웅 총괄사장이 승계했다. 오는 10월 1일 합천에서 열릴 추모식은 우리 사회에 용서와 희망,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숙제를 다시 묻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추모행사는 오전 10시 경남 합천성당(경상남도 합천군 합천읍 충효로3길 10)에서 추모미사로 시작된다. 이후 고인이 잠든 합천군 대병면 선영묘원에서 추모식이 이어진다. 이호웅 참빛그룹 현 회장 등 유족과 임직원, 친지, 지인들이 함께 고인을 기억하며 헌화와 묵념을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