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韓경제성장률 전망 부정적 주요인 규제·처벌 강화에 건설지표 부진 장기화할 우려 커져 전문가 "규제 능사 아냐 … 정부가 안전 투자 확대해야"
  • ▲ 건설 현장 작업 모습.ⓒ뉴데일리
    ▲ 건설 현장 작업 모습.ⓒ뉴데일리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에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며 경기 회복 모멘텀도 꺾기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경제 성장률을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처벌·규제 강화 여파로 현 정부 집권 이후 중대재해 사고로 멈춰선 건설현장이 248곳에 달하는 등 산업 활동 전반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1일 '통계청 8월 산업활동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증가'를 보였던 산업활동 지표들이 8월 들어 약세로 전환했다. 

    특히 개선 움직임을 보였던 투자 지표도 다시 악화됐다. 정부가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해 초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토목·건축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6월 6.4% 증가했다 7월 0.7% 감소로 돌아섰으며 8월에는 감소폭이 -6.1%까지 확대됐다.

    건설기성은 통상 건설 수주의 1년 반~2년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2023년 4분기 건설 수주 지표가 개선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증가세가 나타나야 하지만, 기대와 달리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건설경기 불황에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건설업 취업자수도 지난 8월 16개월 연속 감소하며 침체를 반증했다. 

    정부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반복적인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과징금 부과를 넘어 영업 정지, 공공 입찰제한, 등록말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강력한 제제가 포함됐다. 

    특히 '3년 내 영업정지 2회 후 재발시 등록말소 요청'은 사실상 기업의 생존을좌우할 수 있는 초강력 규제로 평가된다. 또 연간 3명 이상 사망자를 낸 건설사에는 영업이익의 최대 5%의 과징금을 매기고 과징금 하한액도 30억원으로 설정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의 계속 사업 영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사업장 관리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적극적인 수주 활동이 위축될 수 있으며, 건설 현장에 대한 직간접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주, 매출, 이익, 재무건전성 등 다방면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난 7월까지 발표된 건설지표가 연간 뚜렷한 반등 없이 위축을 이어가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반기 이후 건설수주와 착공물량의 회복세가 확인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건설경기 침체는 한국 경제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업은 고용과 후방 산업에 파급 효과가 커 경기 전반을 견인하는 핵심산업이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건설투자 증가율이 0만 돼도 올해 성장률이 2.1%가 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한국 경제가 건설 경기에 아주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건설경기 침체를 꼽았다. 전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한국 경제가 건설경기 부진과 미국 관세 인상 및 관련 불확실성 지속으로 0.8%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9월호'에서 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에 대해 "건설투자와 높은 수준의 통상 불활실성은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 침체가 지속되면 경제 성장률 회복이 어려운 만큼 규제 중심이 아닌 예방적 안전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본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건설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경제성장률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며 "산업재해가 주로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규제 일변도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예방적 차원의 안전 투자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 정책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