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창걸 명예회장, 세계 비철금속 제련 1위 이끌어황무지 개척한 비철금속 거목에 정·재계 추모 물결고려아연, 신사업 비중 늘리며 반기 최대 매출액 달성"부친의 기업가 정신 이어 도전하고 혁신 이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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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서성진 기자
한국 비철금속 산업의 토대를 닦은 개척자, 고(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기술도 인재도 부족했던 시대, ‘자원강국 코리아’의 꿈을 품고 세계 제련 1위 기업을 일궈낸 그의 발자취는 곧 한국 산업화의 한 축이자 사람 중심 경영의 본보기로 남았다는 평가다.10일 업계에 따르면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영결식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유중근 여사(전 적십자 총재) 등을 포함한 유가족과 이제중 부회장 등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고려아연 본사에서 엄수됐다. 약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치른 영결식은 약력 보고와 추모 영상 시청, 조사, 헌화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백순흠 고려아연 사장은 약력 보고에서 “최 명예회장은 부친(故 최기호 창업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고려아연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제련기업으로 성장시켰고 평생을 기업 발전은 물론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했다”며 “사람을 존중하는 경영,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기업,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경영을 강조하는 등 시대의 지도자로 존경받았다”고 추모했다.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조사에서 “최 명예회장은 황무지 같았던 한국의 비철금속 제련 분야를 개척해 자원강국을 이루겠다는 신념과 열정으로 한평생을 달려왔다”며 “오늘날 고려아연이 세계 제련업계 선두주자로 앞서가게 된 것은 기술도 인재도 자원도 부족한 시대에 격동의 파고를 헤친 최 명예회장의 혜안과 진취적인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공적을 기렸다. -
- ▲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모습(왼쪽). ⓒ고려아연
최 명예회장, 황무지에서 시작한 제련 산업의 개척자최 명예회장은 1941년 황해도 봉산에서 고 최기호 고려아연 초대회장의 6남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1960년 경기고 졸업 후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 학사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최 명예회장은 미국 생활을 마치고 1973년 귀국해 영풍광업에서 재무·회계업무를 도맡았다. 이후 정부의 중화학 공업 육성 계획에 발맞춰 제련 사업을 운영하라는 제안을 받고 1974년 8월 1일 고려아연을 설립해 본격적인 경영 전선에 나섰다.그는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자본을 유치한뒤 제련소 건설을 해외 건설사에 일괄수주 방식으로 맡기는 대신 직접 구매부터 건설까지 도맡았다. 당시로서는 큰 모험이었으나, 덕분에 비용을 절감하고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최 명예회장은 대단위 제련소를 건설하기 위한 마스터플랜도 준비했다. 온산 비철단지 내 제련소를 설립할 때부터 기술 수준과 규모 면에서 세계 최고의 제련소를 건설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계획을 착착 진행한 것이다.1990년에는 기업공개를 추진했으며 1983년 영풍정밀, 1984년 서린상사, 1987년 코리아니켈 등 계열사를 설립했다.최 명예회장은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약 10년간 회장으로 근무하며 ▲연 제련공장 준공 ▲열병합발전소 준공 ▲아연전해공장 증설 ▲호주 아연제련소 SMC 설립 및 준공 ▲전사 ISO 9001 인증 획득 등의 성과를 내며 고려아연과 국내 제련업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세계 1위 기업으로 이끈 혁신, 사람 중심 경영 돋보여끊임없는 진화와 혁신을 주문하는 최 명예회장의 리더십은 현재 고려아연이 아연과 연 등 기초금속부터 안티모니와 인듐 등 전략광물과 금·은 등 귀금속까지 생산하는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종합비철금속 제련기업이자,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의 중추로 도약하는 밑바탕이 됐다.최 명예회장은 고려아연 창립 40주년을 맞아 진행한 사내 인터뷰에서 “기업이 성장을 멈춘다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죽는다는 것”이라며 “생존의 원리다.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과 같다. 회사도 사람처럼 노화 방지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최 명예회장은 항상 사업으로 국가 공동체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사업보국 정신과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정도경영을 추구했다. 몇 명의 스타플레이어보다는 전 임직원의 조직력, 끊임없는 성장과 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
- ▲ 비철금속 업계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고(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10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엄수됐다. ⓒ고려아연
최 명예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나는 혁신이나 개혁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매일매일 조금씩 발전해나가면 한꺼번에 큰일을 해야 할 필요가 없기 없다. ‘개혁보다 매일매일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경영철학을 피력하기도 했다.특히 몇 명의 뛰어난 사람이 아닌 전 임직원의 화합과 조직력을 중요하게 여긴 최 명예회장의 리더십은 고려아연 노사가 ‘38년 무분규’와 ‘102분기 연속 흑자’라는 전무후무한 성과를 함께 달성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최 명예회장은 “누구 하나 큰 영웅이나 대단한 사람이 이룬 것이 아니라 전 직원 모두가 이뤄낸 성과다”라며 “나는 개인보다는 조직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플레이어도 좋지만 탄탄한 조직력이 우선”이라며 임직원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최윤범,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100년 기업' 유산 잇는다고려아연은 최 명예회장의 ‘100년 가는 회사가 위대한 회사’라는 꿈을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최 명예회장은 “우리는 아직 배울 것도 많고 이룰 것이 많다. 100년 가는 회사가 위대한 회사라고 하니 나도 위대한 회사의 일원이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으로 대표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최 명예회장의 꿈을 실현해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고려한 전략이다.최 회장은 기술 경쟁력과 자원 회복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울산 온산제련소에 약 1400억원을 투입해 신설하는 게르마늄 공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 기간 록히드마틴과 체결한 핵심광물 협력 업무협약(MOU)의 후속 조치로, ‘탈(脫)중국 전략광물 허브’로의 도약을 상징한다.이차전지 소재 부문에서는 하이니켈 전구체와 동박 양산 체계를 확립하고, 다양한 원료를 단일 공정에서 처리할 수 있는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2027년 상업 가동 목표로 건설 중이다.자원순환 부문에서도 공격적인 글로벌 인수합병(M&A)이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미국 MDSi, 이그니오홀딩스, 캐터맨 인수를 통해 북미 중심의 리사이클링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도시광산’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려아연의 전통 제련 사업은 여전히 견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7조6582억원, 영업이익은 53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0.9%, 16.9% 증가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지난 1년 넘게 지속된 적대적 M&A 속에서도 임직원들의 화합된 힘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한편 유가족들은 이날 영결식이 마친 뒤 장지인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으로 이동해 안장식을 치렀다.최 명예회장의 장례식은 서울아산병원에서 회사장으로 나흘간 진행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오치훈 대한제강 회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등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도 근조화환을 보내 최 명예회장을 추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