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데이터 속에서 신선한 무언가 발견해내는 힘 중요해져""업계 사람들로부터 '질투'와 '자랑스러움' 동시에 불러 일으키는 캠페인에 높은 평가""필수불가결하며 압도적인 것, 모두가 함께하고 싶어하는 것 만들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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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브리엘 슈미트(Gabriel Schmitt) 그레이(Grey) 글로벌 CCO. ©Lia
"데이터는 이미 어디에나 존재하는 산소와도 같은 요소입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크리에이티브하게 활용하는 게 역설적으로 더 어려워졌죠. 무궁무진한 데이터 속에서 신선한 무언가를 발견해내는 힘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정보'가 아닌, '영감'의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미국 라스베이거스 = 김수경 기자] 광고나 마케팅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크리에이티브들의 경험이나 감(感)에 의존해 캠페인을 기획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광고 문법으로 취급 받는다. 이제는 데이터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사고와, 그 데이터를 어떻게 크리에이티브하게 해석하고 표현하느냐가 진정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브랜드브리프는 2025 런던국제광고제(London International Awards, 이하 Lia)의 'Evolution and Use of Creative Data'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브리엘 슈미트(Gabriel Schmitt) 그레이(Grey) 글로벌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를 만나 데이터와 관련한 그의 인사이트를 공유했다.슈미트 CCO는 "올해 심사를 맡은 부문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카테고리다. 이유는 단순하다. 데이터는 마치 산소처럼 이미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데이터를 참신하게 활용하는 게 역설적으로 더 어려워졌다. 방식은 무궁무진한데, 그만큼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그러면서 "과거 대부분의 광고제에 있었던 '사이버(Cyber)' 부문이 폐지된 것처럼, 이제 '모든 것이 데이터'인 시대가 오면 'Use of Creative Data' 부문도 사라질지 모른다"며 "그만큼 데이터 없이는 어떤 캠페인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그야말로 데이터 홍수의 시대, 크리에이티브들은 어떤 데이터에 주목해야 할까.슈미트 CCO는 "데이터가 아이디어의 뒷단, 즉 전략 단계에서 새로운 사실이나 흥미로운 포인트를 발견하게 해줄 때, 그리고 그 데이터 포인트를 뒤틀어 새로운 인사이트로 연결시킬 때, 데이터에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바로 크리에이티브 사고를 증폭시키는 최고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은 수천, 수만 가지가 넘게 존재하지만, 데이터를 발견한 뒤 인간이 그것을 비틀고 전환시켜 새로운 인사이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데이터가 새롭고 흥미로운 생명력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 슈미트 CCO는 자신의 작업에도 데이터의 크리에이티브적 활용이 큰 영향을 미쳐왔다고 말했다.그는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버거킹의 'Whopper Detour(와퍼 디투어)'를 예로 들며 "이 캠페인은 맥도날드 매장이 버거킹보다 2배 더 많다는 데이터에서 출발했다"며 "(규모 면에서)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예 맥도날드로 간 소비자들이 버거킹으로 찾아 오게 만들어버리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와퍼 디투어' 캠페인은 지난 2019년 Lia에서 2개의 그랜드 리아를 포함해 14개의 상을 수상하고 같은해 칸라이언즈에서 다이렉트(Direct), 티타늄(Titanium), 모바일(Mobile) 부문 3개 그랑프리를 포함해 총 12개의 상을 수상했다.가브리엘은 "데이터는 단순한 의사결정 차원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작업 전체와 크리에이티브 접근법 자체를 바꿨다"며 "대부분의 유명한 아이디어는 그 출발점에 데이터가 있다. 데이터에서 전략으로, 인사이트로, 다시 크리에이티브 결과물로 이어지는 흐름을 명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그러면서 "데이터는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정당화하는 수단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내는가가 중요하다"며 "이제는 데이터를 '정보'가 아닌' 영감'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때 중요한 것은, 데이터와 크리에이티비티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그는 "크리에이티비티가 너무 좋아서 데이터를 신경쓰지 않으면 캠페인의 전략성이 결여될 수 있다. 반대로 데이터에만 의존하고 크리에이티비티의 불꽃을 더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전혀 와닿지 않는 지루한 캠페인이 될 것"이라며 "결국, 그 두 세계가 아름답게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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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Lia 'Evolution & Use of Creative Data' 부문 심사위원단.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브리엘 슈미트 그레이 글로벌 CCO(가운데). ©Lia
그가 올해 Lia 심사를 진행하며 가장 크게 깨달은 인사이트는, 큰 브랜드들의 과감한 도전 정신이었다.가브리엘은 "작은 브랜드가 반짝이는 작은 아이디어로 주목받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크리에이티브 사고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업계 전체가 큰 브랜드를 위한 최고의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규모가 중요하다는 얘기다.그는 세계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악사(AXA)의 'Three Words' 캠페인과 바세린(Vaseline)의 'Vaseline Verified' 캠페인을 예로 들며 "글로벌 대형 브랜드가 사회적 행동을 넘어 소셜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행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아질수록 크리에이티브 업계의 가치는 더욱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Three Words' 캠페인은 올해 Lia에서 Evolution, Integration, Non-Traditional, Transformative Business Impact 4개 부문에서 '그랜드 리아(Grand Lia)'를 수상했고, 'Vaseline Verified' 캠페인은 Direct, Health & Wellness, Use of Social Media & Influencers 3개 부문에서 '그랜드 리아'를 거머쥐었다.Lia와 같은 글로벌 어워즈에서의 수상은 크리에이티비티의 가치를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도 말했다.슈미트 CCO는 "글로벌 어워즈에서의 수상은 에이전시와 그 아이디어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준다.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브랜드가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앞선다는 것은 데이터로도 입증된 사실"이라며 "브랜드와 에이전시가 더 크리에이티브할수록 더 큰 성과를 거두고, 더 많은 수익을 내고, 더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며, 더 흥미로운 새 비즈니스 기회를 얻는다. 이것이 우리 업계의 선순환 구조"라고 밝혔다.이어 "다만 수상 자체만을 목적으로 진실되지 않은 작업물을 내놓을 때는 문제가 생긴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클라이언트의 브리프를 해결하고, 진짜 비즈니스 성과를 낸 아이디어로 수상할 때는 모두가 이익을 얻는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업계에서 하는 일의 본질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다양한 어워즈의 심사를 진행하면서 그가 카테고리에 상관없이 지키고 있는 심사 기준은 명확하다. 해당 캠페인이 출품한 카테고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지, 업계 사람들로부터 '질투'와 '자랑스러움'을 동시에 불러 일으키는지가 핵심이다.그는 "한 작품을 여러 카테고리에 출품하는 경우가 있는데, '왜 이 캠페인이 이 카테고리에 있지?' 하는 의문이 들지 않도록 완벽하게 부합하는 카테고리에 출품하는 것이 수상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라며 "두 번째로는, 그 아이디어를 보고 '질투'가 나거나, 그런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 준 업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가 하는 것이다. 그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아이디어라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그는 "세상에는 빠르게 소비된 후 버려지는 소모적인 콘텐츠가 넘쳐난다"며 "그렇기에 우리 크리에이티브들은 사람들에게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한 것, 압도적인 힘을 지닌 것, 모두가 함께하고 싶어하는 것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 크리에이티브들의 목표이자 나아갈 길"이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