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Lia Non-Traditional 부문 심사위원장 인터뷰"문제점 발견, 해결책 제안 보다 어려운 것은 아이디어의 대규모 실행""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는 아이디어를 찾는 일""AI 시대, 인간 고유의 가치는 '완전히 독창적인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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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코 벤투렐리 Leo 글로벌 CEO 겸 CCO. ©Lia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마음을 다하게 되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입니다. 실행하기까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은 수 백번의 순간이 오더라도, 진심을 다해 싸워보고 싶을 만큼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 김수경 기자] AI(인공지능)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산업 전반을 뒤흔든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을 불러 일으켰다. 아트디렉터와 카피라이터의 일을 대체해나가는 것은 물론, 광고 기획과 전략, 분석, 컨설팅 영역까지 침범하며 산업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진정으로 싸워야 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에이티브들의 의무이자 특권일 것이다.브랜드브리프는 2025 런던국제광고제(London International Awards, 이하 Lia)에서 Non-Traditional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마르코 벤투렐리(Marco Venturelli) Leo 글로벌 CEO 겸 CCO, 퍼블리시스 콘세이(Publicis Conseil) CEO 겸 CCO, 퍼블리시스 그룹 프랑스(Publicis Groupe France) CCO를 만나 그가 바라 본 크리에이티브의 미래를 공유했다.그가 심사를 맡은 Non-Traditional은 기존의 고전적인 광고 형태와는 다른,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 작업물을 대상으로 한다. 광고처럼 보이거나, 광고처럼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문제의 해결책을 새롭게 찾아내는 작업이 바로 Non-Traditional 카테고리에 해당된다.벤투렐리 CCO는 크게 세 가지 기준을 갖고 심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먼저, 카테고리나 세부 항목 논의에 들어가기 전 사람들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며 생각을 바꾸게 하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가, 두 번째로는 무언가를 모방하지 않고 완전히 독창적(completely original)인가, 세 번째로는 브랜드나 사람들과 의미있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집중적으로 봤다.그는 "파격을 위한 파격은 필요치 않다. (캠페인 안에)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면서도 의미가 담겨있는가가 중요하다"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작품을 보고 '정말 부럽다'는 감정이 드는 작품에 표를 던지는 경향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 올해 Lia의 Non-Traditional 최고상인 '그랜드 리아(Grand Lia)'는 프랑스 보험사 악사(AXA)의 'Three Words'가 차지했다. 이 캠페인은 마르코 벤투렐리 CCO가 몸담고 있는 퍼블리시스 콘세이 파리가 대행한 작품이다.벤투렐리 CCO는 "일반적으로 제 작업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심사위원 모두가 올해 가장 강력한 작품이라고 느낀 것은 AXA의 'Three Words'였다"며 "그 이유는 이 캠페인이 단순히 비즈니스 카테고리를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진정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결국 보험의 본질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해당 캠페인은 주택 보험 약관에 'and domestic violence(그리고 가정 폭력)'이라는 세 단어를 추가함으로써,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긴급 대피와 구조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험 시스템 전반을 개편했다. 이 조항은 250만 건의 기존 계약에 자동 소급 적용됐고, 피해자 요청 시 24시간 내에 보안 호텔로 이송되며 법률·심리·재정 지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연재해나 도난뿐 아니라 집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까지 보장하며, 보험의 정의를 다시 쓴 위대한 캠페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그는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며 크리에이티브로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회상했다.벤투렐리 CCO는 "처음 이 캠페인의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바로 마음이 기울었다"며 "클라이언트는 물론 가족, 친구들에게 이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을 때도 사람들이 정말로 감동받을만한 엄청난 무언가가 이 아이디어 속에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이 아이디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더 많이 논의할수록, 모두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프랑스에서는 주택보험 가입이 의무 사항이다. 가구의 형태나 소득과 관련 없이 프랑스에 주거지를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야만 하는 보험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 캠페인은 모든 사람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그는 "보험사가 250만 건의 계약을 바꾸는 것은, 실로 엄청나면서도 어려운 일이었다"며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그 아이디어를 대규모로 실행하는 일이다. 고객사와 함께 이를 구현하는 데 약 1년 반이 걸렸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그 과정은 너무 어렵고 험난했고, 우리는 정말 많은 난관에 맞서 싸워야만 했다"며 "이를 실현하기까지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수 백번 넘게 있었지만, 진심으로 애정이 있었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거의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실현됐고 나아가 이 이니셔티브가 다른 국가들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우리에게 큰 자부심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덧붙였다.마르코 벤투렐리 CCO는 "결국 크리에이티브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라며 "진정으로 싸워야 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내야만 한다는 것을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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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Lia 'Non-Traditional' 부문 심사위원단. 심사위원장을 맡은 마르코 벤투렐리 Leo CCO(우측 상단). ©Lia
마르코 벤투렐리 CCO는 Lia 출품작들을 비롯해 다양한 글로벌 캠페인들을 실무에서 접하며 AI(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를 그 누구보다도 선명하게 체감하고 있다. 특히 지금의 젊은 크리에이티브 세대가 이 엄청난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벤투렐리 CCO는 "AI는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매우 능숙하게 재구성해낸다. 그로 인해 인간이 재능을 발휘할 공간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제 인간 고유의 가치는 '완전히 독창적인 것(original)'을 찾아내려는 노력에 달렸다. 인간 고유의 부가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만드는 능력을 키우고 연마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그러면서 "또한 AI 시대에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버텨낼 수 있는 재능은 자신이 하는 일에 진정으로 애정을 가지고 돌보는 것"이라며 "AI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자동화가 더 중요해지는 시점에서는 완벽함이 아니라, 인간다움이 더 소중해질 것이다. 이 시대가 필요로하는 인재는 인간다움이 묻어나는 '좋은 사람', 일에 대해 진심으로 애정을 쏟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마지막으로 그는 '좋은 크리에이티비티'에 대해 "무언가를 바꾸는 힘, 일종의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크리에이티비티 자체를 위한 크리에이티비티는 의미가 없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 아이디어에 대해 부러움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끼게 하고, 감동을 주고 행동하게 만드는 크리에이티비티가 좋은 크리에이티비티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이어 "우리가 훌륭한 크리에이티비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항상 인간적인 단어들을 사용한다. 바로 그것이 위대한 크리에이티비만이 갖는 아름다움"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우리를 감동시키고 행동하게 만드는 작품을 찾아내길 바란다"고 전했다.한편, AXA의 'Three Words' 캠페인은 올해 Lia에서 Evolution, Integration, Non-Traditional, Transformative Business Impact 4개 부문에서 '그랜드 리아(Grand Lia)'를 수상하며 최고의 캠페인으로 인정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