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Lia 심사위원 빌염 융폰매트한강 CCO 인터뷰"아이디어, 목적, 실질적 활용성 측면에서의 B2B 크리에이티브 평가""명확한 비즈니스 목표 정하고, 팀 모두가 함께 움직이도록 설계해야"
  • ▲ 빌염 융폰매트한강 CCO. ©Lia
    ▲ 빌염 융폰매트한강 CCO. ©Lia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로 비즈니스를 움직이고 싶다면, '진짜 변화(real change)'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하죠. 그렇게 되면, 크리에이티비티는 비즈니스의 '장식물'이 아닌, 비즈니스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 김수경 기자] 크리에이티비티는 더 이상 광고 영역에만 국한되는 요소가 아니다. 크리에이티브한 브랜드와 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낸다는 사실이 여러 데이터로 입증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점점 비즈니스에서도 크리에이티비티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른 크리에이티비티를,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브랜드브리프는 2025 런던국제광고제(London International Awards, 이하 Lia)에서 'Creativity In B2B and Transformative Business Impact'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빌염(Bill Yom) 융폰매트한강(JVM Hangang)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를 만나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크리에이티비티에 관한 심도 싶은 대화를 나눴다.

    먼저 그는 크리에이티비티 인 B2B 부문에 대해 "'아이디어', '목적', '실질적 활용성' 측면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실제 비즈니스의 문제에서 출발해 날카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사람들이 당장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완성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며 "(기업 내) 마찰을 줄이고, 누군가의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실제 성과(예를 들면 짧은 세일즈 사이클(sales cycle, 고객이 실제 구매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전 과정), 재구매율, 더 커진 계약 규모 등)를 낸 작품들을 높게 평가했다. 그것이 바로 비즈니스에서의 크리에이티비티의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랜스포머티브 비즈니스 임팩트 부문에 대해서는 "이 카테고리는 단순히 비즈니스의 겉모습이 아니라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는 크리에이티비티를 가린다"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하고 새로운 채널이나 커뮤니티를 선보이고, 캠페인을 넘어 지속되는 지적 재산(IP)을 만들어 낸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 올해 가장 뛰어난 작품들은 브랜드, 제품, 비즈니스가 함께 움직이는 조직 차원의 지속 가능한 변화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 ▲ 2025 Lia 'Creativity In B2B and Transformative Business Impact' 부문 심사 현장. 빌염 융폰매트한강 CCO(좌측). ©Lia
    ▲ 2025 Lia 'Creativity In B2B and Transformative Business Impact' 부문 심사 현장. 빌염 융폰매트한강 CCO(좌측). ©Lia
    빌염 CCO는 칸라이언즈(Cannes Lions)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 애드페스트, 클리오, 뉴욕 페스티벌, AME, 두바이 링크스 등 세계 유수의 광고제의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Lia 심사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는 "Lia 심사위원은 모두 크리에이티브 출신이다. 실제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보니, 각 출품작들의 아이디어와 정교한 크래프트, 시장에서의 실제 임팩트와 같은 핵심과 관련한 논의로 곧바로 이어진다"며 "최종 심사에서는 불필요한 잡음이 사라지고, 오직 아이디어만이 중심에 남는다. 모든 심사는 솔직하면서도 날카롭게 진행됐다. 심사위원들은 단순히 트로피를 수여하는 게 아니라, 업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크게 7가지 기준을 갖고 Lia 심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명확성(Clarity): 문제가 인간적 또는 시장적 진실을 뚜렷하게 정의하고 있는가? 
    독창성(Originality): 그 해결책이 부러울만한 질투심을 불러 일으키는가?
    크래프트(Craft): 디자인, 스토리텔링, 프로덕션 등 모든 선택이 실제로 (캠페인 내에서 적절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문화적 적합성(Cultural Fit): 이 아이디어가 문화의 흐름과 잘 이어지는가, 역행하는가?
    확장성(Scalability): 일회성이 아닌 시스템. 이 아이디어가 시장, 시간, 매체를 넘어 확장 가능한가? 
    결과(Consequence): 실증 가능한 비즈니스 효과. 보여주기식 지표가 아닌 행동 변화로 증명되는가?
    책임감(Responsibility): 윤리, 지속 가능성, 데이터 활용 등 의도치 않은 피해가 없는 진정한 발전인가?

    빌염 CCO는 "위 기준을 갖고 심사에 임하되, 심사위원들이 가장 주의 깊게 본 부분은 '이 캠페인이 정말 B2B 케이스인가?'에 관한 것이었다"며 "우리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에이전시와 클라이언트의 탁월한 크리에이티비티와 용기가 돋보인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AXA의 'Three Words' 캠페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이 캠페인은 문제를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해결한 혁신적인 작품이라고 느꼈다"며 "작품을 심사하면서 몇 초간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이걸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 ▲ 2025 Lia 'Creativity In B2B and Transformative Business Impact' 부문 심사위원단. 빌염 융폰매트한강 CCO(우측). ©Lia
    ▲ 2025 Lia 'Creativity In B2B and Transformative Business Impact' 부문 심사위원단. 빌염 융폰매트한강 CCO(우측). ©Lia
    올해 Lia 심사를 통해 다양한 지역, 다양한 산업 부문의 B2B 크리에이티브를 직접 마주하면서 빌염 CCO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들이 매일 부딪히게 되는 문제를 다시 한번 깊게 들여다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점점 더 크리에이티비티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고, CCO로서도 이런 변화를 매일 체감하고 있다"며 "크리에이티비티로 비즈니스를 움직이고 싶다면, 진짜 변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고객 유치, 더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와 같은 명확한 비즈니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길을 다시 설계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팀이 같은 목표를 보고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전략,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제품 개발, 데이터 분석 등 모든 인원이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며 "그런 다음, 그 정교한 노하우를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친화적인 툴킷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때 각 지역의 선호와 문화적 맥락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빌염 CCO는 "그렇게 되면, 크리에이티비티는 비즈니스를 그저 꾸며주는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결정짓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계 독일인인 빌염 CCO가 이끄는 융폰매트한강은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진출과 한국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라네즈, 이니스프리, 티르티르(TirTir),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공차 등 다양한 K-브랜드의 글로벌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펼치며 한국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빌염 CCO는 "훌륭한 크리에이티비티는 '자산'이 아닌 '변화'에 집중할 때 비즈니스 성장을 이끈다"며 "우리는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날카로운 아이디어로 고객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설계한다. 아이디어를 만들어 문화 간 다리를 놓고, 서울의 에너지를 전 세계로 전파하고자 한다. 특히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뷰티, 테크, 경험(익스피리언셜) 분야에서 한국발 인사이트를 전 세계로 확산시켜 카테고리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융폰매트한강은 젊은 회사다. 그게 바로 우리의 강점이다. 우리의 목표는 서울을 JVM 네트워크(1JVM)의 '크리에이티브 허브'로 만들고, 전 세계 오피스를 잇는 중심 다리이자, 클라이언트와 브랜드의 신뢰를 받는 파트너 겸 컨설턴트가 되는 것"이라며 "서울의 상상력과 협업, 확장성을 체계화함으로써 한국 크리에이티비티와 커뮤니티의 새로운 벤치마크를 세우고 싶다. 우리의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멀리 퍼져 나가, 세상에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