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추진단지 대혼란…조합원 지위양도 금지에 '패닉'대출제한에 "완공후 재입주 불가…원주민 현금청산 내몰려"전문가 "중장기적으로 공급부족과 가격상승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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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상계동 주공아파트 일대=나광국 기자
지난 10월15일 발표된 부동산대책에 따른 역풍이 거세다. 정부의 일률적 규제가 되레 서민주거지를 옥죄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규제영향을 전면으로 받은 지역을 순차적으로 찾아 이들이 처한 주거불안 상황을 현장감 있게 짚어볼 예정이다."서울 외곽 재건축시장은 완전히 끝난 분위기에요. 특히 10·15대책에 재건축과 관련된 불리한 내용이 많아서 일대 주민들 실망감이 상당해요. 조합설립을 앞두고 있는 곳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전매제한에 걸리고 향후 사업이 지연될 경우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건축자재비 상승 등으로 사업비가 불어나 분담금 부담도 커졌어요."(노원구 상계동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정부가 서울 주택공급의 유일한 활로인 재건축·재개발시장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고 있어요. 이번 규제로 조합 유동성 압박이 커지면서 정비시장 사업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건설사도 보수적인 수주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요."(도봉구 창동 W공인중개사무소 대표)정부의 10·15대책으로 인해 규제지역 재건축 추진단지들이 혼란에 빠졌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조합설립인가 이후 단지 일부 조합원들이 주택을 매도할 수 있는 길이 막히고 복수 물건 보유자 주택은 '물딱지'가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출규제로 커진 분담금 부담과 조합내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지난 24일 찾은 서울 강북권 재건축단지 일대는 적막감이 흘렀다. 10·15대책으로 조합설립인가 이후 매도는 금지되고 유지하자니 대출규제로 돈줄이 막혀 자금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서다. 상황이 이렇다 일부 단지에선 '이럴 바엔 사업을 하지말자'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
- ▲ 서울 도봉구 창동1단지=나광국 기자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여성 A씨는 "최근 단지 시공사가 교체되면서 추가분담금을 산정한 결과 전용면적 31㎡ 소유자가 전용 84㎡을 받으려면 6억50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며 "이는 최근 실거래가 5억5000만원을 추월한 가격으로 분담금이 부담돼 팔려고 해도 규제로 매도길이 막혀서 매일같이 중개업소를 찾아 상담중이다"고 말했다.또다른 주민 30대 남성 B씨도 "재건축단지를 팔고 그 자금으로 청약후 당첨된 집에 입주해야 하는데 갑자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재건축 아파트 양도가 불가능해졌다"며 "이대로면 당첨된 분양권을 팔아야 하는데 양도소득세가 66%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실입주하려고 분양을 받은 것인데 왜 이런 철퇴를 맞아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10·15대책에 따르면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물론 예외는 있다. 매도자가 해당주택을 10년이상 보유, 5년이상 거주, 1주택자인 경우에 한해서는 조합원 지위양도가 가능하다. 다만 조건을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사실상 매도의 퇴로가 막히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집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규제지역 지정전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지 못했으면 이주비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40%로 줄어든다. 또 완공시 조합원이 이주비대출 원금과 분담금 잔액상환을 위해 받는 '잔금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중계주공4단지 인근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을 구청에 제출했고 내년초 추진위 구성을 목표로 주민들이 의견을 수렴해 왔는데 정부 대책으로 집을 팔고 나가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다"면서 "사실상 사업진행이 힘들어진 상황으로 일부에선 이럴 바엔 재건축을 미루자는 분위기가 있을 정도로 이번 10·15대책으로 계획이 완전 꼬였다"고 지적했다. -
- ▲ 여의도 여의도동 삼부아파트=나광국 기자
도봉구 사정도 비슷하다. 도봉구 창동1단지 인근 S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추가분담금 등 대출에 제한이 생기면 현실적으로 재건축후 재입주가 불가능해진다"며 "현금이 부족한 조합원이나 영세한 원주민들은 최악의 경우 현금청산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고 말했다.이어 "매수자에게 단독 입주권이 나오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집주인들 경우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면서 "이 때문에 재건축 추진을 반대하는 집주인도 등장할 것이다"고 우려했다.이에 정부가 초기사업비 대출확대 등 지원에 나섰지만 시장반응은 냉랭하다. 10·15대책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겹규제' 탓에 효과는 없고 오히려 도심 집값 안정을 위해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정부 의지와 달리 사업 추진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여의도 여의도동 일대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정비사업 초기사업비 융자한도를 18억~50억원에서 30억~60억원으로 상향하고 지원대상을 조합에서 추진위원회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여의도나 강남권 등 현금을 끌어올 수 있는 지역엔 큰 도움이 안 된다"며 "다만 이번 대책으로 일대도 조합원 지위양도에 대한 주민들의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삼부아파트 경우 아직 조합설립이 되지 않아서 지금 빨리 갈아타기를 해야겠다며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이런 상황에서 호가가 오른 매물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매수자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부동산R14 집계를 보면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249곳, 18만2202가구로 이 가운데 조합설립인가 이후 절차가 진행되는 단지는 141개 단지, 7만1789가구로 추정됐다. 또 아직 조합설립인가 전이지만 안전진단 이후 정비사업 구역지정 단계에 있는 곳은 108개 단지, 11만413가구로 추산됐다.이들 단지는 이번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16일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됐거나 조합인가나 신탁사 사업지정시행자 지정 이후 지위 양도에 제약이 생긴다.전문가들도 이번 10·15대책과 재초환 등 겹규제로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워 졌다고 입을 모은다.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재개발 추진 구역 매수자들의 상당수가 갭투자였기 때문에 토허구역 지정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며 "거래침체와 가격하락이 지속되면 사업성에도 문제가 생겨 전반적으로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규제지역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는데 건설사나 시행사 입장에서 수익 부분에서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정비사업 추진에 있어서 걸림돌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