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원 아시아 심사위원 인터뷰"AI의 효율적 활용은 우리의 존재 이유 아냐… 인간적 지성과 크리에이티브 결합 해야""아시아 크리에이티브의 성장 위해선 '맥락 전달'과 '커뮤니티의 연대'가 필수""서로 응원하고 협력하는 크리에이티브 공동체 만드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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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미르 샤프리(Emir Shafri) 퍼블리시스 그룹 쿠알라룸푸르 CCO.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현재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산업이 겪는 가장 큰 변화는 AI(인공지능)를 포함한 기술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속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죠. 하지만 우리 크리에이티브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what(무엇을)이나 how(어떻게)가 아닌 why(왜) 라고 생각합니다."AI가 모든 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요즘, 크리에이티비티 업계 또한 그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 글로벌 대형 에이전시뿐만 아니라 소규모 독립 에이전시에서도 AI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AI를 활용해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효율적으로 광고 캠페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른 요즘, 브랜드브리프는 2025 ONE Asia 심사를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한 에미르 샤프리(Emir Shafri) 퍼블리시스 그룹(Publicis Groupe)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를 만나 크리에이티브들의 존재 이유에 대한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했다.샤프리 CCO는 "AI의 활용은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속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러나 그저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효율적인 걸 만드는 건 크리에이티브 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니다. 우리가 이 일을 '왜' 하는지를 잊어서는 안된다. AI가 아껴준 시간 동안, 우리는 휴매니티(humanity)와 크리에이티비티가 요구되는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기술의 활용이 아니라 인간적인 통찰(human insight)에 있다"며 "우리는 인간적 지성과 AI를 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그가 최근에 참여한 캠페인들은 기술과 휴매니티의 크리에이티브한 결합에 대한 방향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청각장애인들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 라마단 축제의 마지막을 즐길 수 있도록 사운드를 진동과 시각 패턴으로 바꾼 'The unheard prayer' 캠페인, 친구의 스포티파이(spotify) 계정과 연결해 서로 다른 음악 취향을 섞은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준 'Heineken – Refresh Your Music, Refresh Your Nights' 캠페인, 주류 브랜드 광고가 금지된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의 이름 중 일부인 '하이(Hei)'를 활용해 위트있게 규제를 피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넨 'Heidden In Plain Sight)' 캠페인 등이 대표적 예다.샤프리 CCO는 "이 캠페인들은 기술을 인간의 삶에 직접 연결해 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자 했다"며 "기술이 중심이 아닌, 휴매니티가 중심이 된 사례"라고 덧붙였다.2025 원아시아를 비롯해 칸라이언즈(Cannes Lions) 등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어워즈 심사위원을 수 차례 역임한 샤프리 CCO는 "작품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사람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와 닿는가 하는 것이다. 기술적 완성이나 혁신보다도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우리의 일은 브랜드를 사람들과 연결하는 일이다. 사람들의 삶과 경험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작업에 녹여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크리에이티비티의 새로움, 훌륭한 크래프트, 의미 있는 임팩트(impact)를 본다"고 자신만의 심사 기준을 밝혔다.그러면서 "올해 원아시아에서 가장 돋보였던 작품은 이노션(Innocean)의 밤낚시(Night Fishing) 캠페인"이라며 "사람들이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힘으로 광고라는 틀을 깼다"고 평가했다. 그는 "처음에는 자동차 카메라 7대를 이용한 독창적인 캠페인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전체 영상을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11분 동안 내가 광고를 보고 있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했을 정도로 재밌었다. 무엇보다, 광고를 건너뛰는(skip) 시대에 사람들이 실제로 돈을 내고 광고를 보게 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라고 호평했다. -
- ▲ 에미르 샤프리(Emir Shafri) 퍼블리시스 그룹 쿠알라룸푸르 CCO.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에미르 샤프리 CCO는 아시아 지역 캠페인이 언어나 문화적 차이를 넘어 글로벌에서 폭넓게 인정받기 위해선 '맥락 전달'과 '커뮤니티의 연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먼저 그는 '맥락'과 관련해 "서구 문화권과 너무 달라 때때로 우리가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글로벌에서 이제는 오히려 '강점'이 되고 있다고 본다"며 "10, 2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글로벌 어워즈는 서구권 백인 남성 심사위원들로 구성돼 있었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어워즈들이 다양한 문화와 경험이 반영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덕분에 심사위원단 안에도 아시아 문화를 대변해 줄 누군가가 항상 존재하게 됐다"고 평가했다.그러면서 "특히 최근 심사위원들이 문화적 맥락을 매우 중시하고, 하나의 문화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그것을 작품 속에 녹여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단순히 '보기 좋은 작품' 보다, 정말 문화적으로 영향력 있고 브랜드와 사회에 도움이 되고, 확장 가능한 캠페인인가를 따진다"며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디어의 맥락을 다양한 심사위원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또한 그는 '커뮤니티의 힘'이 주목했다.샤프리 CCO는 "브라질 커뮤니티를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은 최고의 인재나 고객사를 빼앗아 간 경쟁사라 할지라도, 글로벌 무대에서는 전체 브라질 커뮤니티의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마음으로 한데 뭉친다"며 "단순히 같은 지역에서 출품한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아시아 문화를 대변할 수 있는 '옹호자(advocate)'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경쟁사라고 해서 서로를 깎아내리면 결국 우리 모두가 손해를 본다"며 "아시아의 문화적 시각을 대변하는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내며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협력하고 서로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아시아 작품들이 글로벌에서 더 많이 수상할 수 있게 되고, 아시아 지역의 대표성 또한 커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
- ▲ 2025 원 아시아 심사위원단.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그런 측면에서 에미르 샤프리 CCO는 원 아시아와 같은 아시아 지역 페스티벌이 아시아 각국의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그는 "원 아시아는 매년 도시를 옮겨 다니며 아시아의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를 한데 모으고,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크리에이티비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저는 말레이시아 출신이지만, 원 아시아 덕분에 서울의 크리에이티브 정신을 직접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약 800명이 넘는 직원을 둔 퍼블리시스 그룹 쿠알라룸프르를 이끄는 샤프리 CCO는 "크리에이티브 리더로서 조직을 이끌고 있지만, 팀원 모두가 저보다 나은 점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배울 수 있는 이 업계가 정말 좋다"며 "여전히 가장 신나는 일은, 관리 업무나 엑셀 업무가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그들의 생각으로부터 영감을 받을 때"라고 웃으며 말했다.마지막으로 그는 "크리에이티브로서,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커뮤니티로 바라보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며 "서로 응원하고 협력하며 아시아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도 함께 성장해나가는 크리에이티브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