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야 마츠미야 CEO, 에릭 레이프 CCO 인터뷰BCWC, 2018년 설립 후 광고 음악과 영화 음악 아우르는 글로벌 에이전시로 성장"음악은 단순 배경음악 아냐… 메시지 효과적으로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매개체"문화적 다양성 바탕으로 음악 넘어 문화 일구는 에이전시로 도약
  • ▲ 블랙캣화이트캣 에릭 레이프 CCO(좌), 세이야 마츠미야 CEO.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 블랙캣화이트캣 에릭 레이프 CCO(좌), 세이야 마츠미야 CEO.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음악이 주는 힘은 강력하다.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어루만지고, 시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며, 잊지못할 사운드로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영원히 남기 때문이다.

    브랜드브리프는 음악이라는 언어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블랙캣화이트캣(BlackcatWhitecat, 이하 BCWC)의 세이야 마츠미야(Seiya Matsumiya) 공동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 겸 뮤직 슈퍼바이저, 에릭 레이프(Erik Reiff)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를 2025 원아시아(ONE Asia)에서 만나 크리에이티비티와 관련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지난 2018년 일본에서 설립된 BCWC는 짧은 시간 내에 광고 음악과 영화 음악을 아우르는 글로벌 에이전시로 성장했다. TBWA와의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애프터 양(After Yang)'과 같은 영화 음악까지 경계 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BCWC가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인정받는 음악 에이전시로 떠오른 것은, 음악을 대하는 그들의 철학 덕분이다. 

    세이야 CEO는 "우리는 음악을 단순히 배경음으로 보지 않는다. 사운드를 통해 브랜드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광고 음악은 그 브랜드나 제품이 속한 문화적 맥락을 사운드만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TV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스쳐 듣다가도, 사람들이 '이건 뭐지? 멋있다' 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사운드.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에릭 CCO는 "좋은 사운드가 크리에이티브를 이끄는 경우도 있다"며 "몇 년 전 일본 자동차 브랜드 다이하쓰(Daihatsu)와 광고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만든 음악을 공식 광고에 쓸 계획은 없었는데, 다이하쓰 측이 마음에 들어해서 광고에 삽입하게 됐다. 그리고 2023년에는 해당 작품이 애드페스트(ADFEST) 등 글로벌 광고제에서 상을 받고, 스포티파이(Spotify)에도 공개되는 등 놀라운 일들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좋은 음악이 크리에이티비티의 방향성을 새롭게 리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BCWC의 음악을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는 '다양성(diversity)'이다. 블랙캣화이트캣은 도쿄를 기반으로 한 에이전시지만, 구성원들은 일본, 미국, 독일, 필리핀, 페루, 에스토니아 등 글로벌 인재들로 꾸려졌다. 

    이에 대해 세이야 CEO는 "우리에게 다양성은 전략이 아닌, 기본값(default setting)"이라며 "이런 다문화적 배경 덕분에 우리 음악에는 의도하지 않아도 배어나는 동양적 감성과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감정의 결이 공존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가끔, 일부 글로벌 브랜드들이 BCWC 측에 '음악에 동양적 분위기를 담아달라'는 요청을 할 때가 있다. 

    에릭 CCO는 "우리가 굳이 전통 악기를 쓰거나 전통적인 선율을 모방하지 않아도, 아시아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구성원들의 경험과 감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동양의 느낌이 나온다. 그건 결국 우리가 살아온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고향의 맛'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처럼, 그런 미묘한 감각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작곡가들과 작업하더라도, 최종 결과물에 대한 확인은 우리가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문화가 묻어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 ▲ 블랙캣화이트캣 세이야 마츠미야 CEO(좌), 에릭 레이프 CCO.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 블랙캣화이트캣 세이야 마츠미야 CEO(좌), 에릭 레이프 CCO.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최근 크리에이티브 업계를 덮친 AI(인공지능)은 음악 산업의 패러다임도 흔들고 있다. AI가 만든 곡들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인간이 작곡한 곡과 AI가 만들어 낸 곡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BCWC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최근 한 AI 작곡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고 밝힌 세이야 CEO는 "어떤 곡이 나올지 기대가 컸지만, 대부분의 곡들이 생각보다 좋지 않아서 실망했다"며 "특히 AI에게 프롬프트로 명령을 내려 어떠한 분위기의 곡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나온 곡들은 대부분 별로였다. 반면, AI를 새로운 음악 도구로 활용해 작곡에 접목한 곡들은 상당히 좋았다. 예를 들면 AI에게 특정한 자연 소리 패턴을 학습시키고, 그 소리를 사람의 목소리와 결합하는 식의 시도를 보여 준 곡들은 정말 크리에이티브했다"고 평가했다.

    에릭 CCO 또한 "단순히 AI에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러브송을 만들어줘'와 같은 식의 요청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AI를 어떻게 우리의 크리에이티비티를 확장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는 인간과 협업할 수 있는 도구일 뿐, 인간의 창작을 프롬프트로 대신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AI가 인간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는 새로운 악기가 등장한 것과 같은 흥미로운 변화일 뿐"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세이야 CEO는 올해 칸라이언즈(Cannes Lions)에서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포 뮤직(Entertainment Lions for Music)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BCWC는 원 아시아와 애드페스트(ADFEST)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업계를 지원하며 음악을 중심으로 크리에이티브, 패션, 영화, 음식,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포괄하는 문화 생태계를 일궈나가고 있다.

    그런 BCWC에게 '좋은 크리에이티비티'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 ▲ 블랙캣화이트캣(BlackcatWhitecat). ©BCWC
    ▲ 블랙캣화이트캣(BlackcatWhitecat). ©BCWC
    세이야 CEO는 "좋은 크리에이티브란 유니크(unique)하고, 세상에 영향력을 펼치며, 경계를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상에 '좋은 아이디어'는 많지만,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아이디어만이 진짜 위대한 크리에이티비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릭 CCO는 "우리가 좋아하는 작품들은 5년 전에 나온 음악이거나, 아주 어린 시절 좋아했던 영화이거나, 또는 몇 년 전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기도 하다"며 "이처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우리의 기억에 끝까지 남는 감정이 진짜 좋은 크리에이티비티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BCWC는 앞으로도 음악을 매개로 한 문화적 경험의 설계자로서 BCWC만의 독보적인 크리에이티비티를 글로벌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세이야 CEO는 "우리는 단순히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느끼는 모든 감각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문화를 만드는 에이전시"며 "앞으로도 독창적이면서도 문화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계속해서 경계를 확장해나가는 크리에이티비티를 선보일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서로가 서로를 '소울메이트(soulmate)'라 칭하는 이들은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삶의 전반에 걸쳐 감정적으로 깊숙이 연결된 가장 친한 친구로서 BCWC를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BCWC의 크리에이티비티는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가장 인간적인 연결'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