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원 아시아 한국 심사위원단 인터뷰] ① 문나리 이노션 CD"무장해제시키는 태국 광고, '압도적'… 언젠간 유머러스한 작업 해보고파""국내 크리에이티비티, 글로벌 경쟁력 충분하지만 소극적인 출품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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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나리 이노션 CD.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 낸 깊은 인사이트, 그리고 유머와 공감. 문나리 이노션 CD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마주하며 이제 캠페인의 실행 그 이후의 울림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다.브랜드브리프는 문나리 이노션 CD를 만나 원 아시아(One Asia) 심사 후기와 글로벌 광고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에 대해 물었다.문나리 CD가 심사한 카테고리는 디자인(Design), 필름&비디오(Film & Video), 인터랙티브(Interactive), 온라인&모바일(Online & Mobile), IP&프로덕트디자인(Product Design), 무빙 이미지&사운드 크래프트(Moving Image & Sound Craft), 라디오&오디오 퍼스트(Radio & Audio-First), OOH, 프린트&디지털 크래프트(Print & Digital Craft), 프린트&프로모셔널(Print & Promotional) 등이다.이 카테고리의 키워드는 '경험&실행(Experience & Execution)'으로, 심사위원단은 시각·음향·공간과 같은 경험 차원의 실행 우수성과 그에 깔린 아이디어를 중점적으로 검토했다.문나리 CD는 "큰 스케일의 캠페인 보다는 작더라도 깊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의미 있게 실행한 캠페인에 가중치를 뒀다"고 자신만의 심사 기준을 밝혔다.그는 "예산이 큰 프로젝트는 어떻게든 눈에 띄게 만들 수 있지만, 예산이 적을수록 더 많은 공수와 더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서 "깊은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는, 고민의 흔적이 많이 보이는 아이디어들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부연했다. - 문 CD에 따르면 올해 원 아시아에서는 가볍게 소비 가능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유머 캠페인이 심사석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그는 "뉴스나 SNS에서 어두운 소식들이 넘쳐나다 보니 소비자들도 유머러스하고 직관적인 콘텐츠에 마음을 여는 것 같다"며 "'미친 거 아니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유쾌한 캠페인도 있었고, 역시나 태국 광고 앞에서는 모두가 무장해제되는 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실제 태국의 레오(Leo Thailand)가 대행한 '환자(Patient)'는 첫 장면부터 많은 이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한 캠페인이다. 병원 대기실 풍경을 배경으로 악어쇼 공연자가 '머리가 아프다'며 접수 창구에 나타난다. 악어를 머리에 달고 온 파격적인 모습에도 그는 결국 다른 환자들과 똑같이 기다리라는 말을 듣는다. 이때 태국 금융 카드 서비스 '크룽스리 퍼스트 초이스(Krungsri First Choice)'는 '우리는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브랜드를 강조한다.해당 캠페인을 보며 문나리 CD는 "다양한 국적의 심사위원이 참여함에 따라 유머 코드를 비롯한 평가 포인트의 차이가 뚜렷했다. 그러나 역시 뛰어난 작품은 논쟁의 여지 없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모두가 좋아할 만한 광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유머러스한 필름과는 거리가 있는 작업들을 하다보니 나도 언젠간 저런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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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나리 이노션 CD.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광고제, 더 넓은 시야로 캠페인 보게 해… 글로벌에서 한국 콘텐츠 뽐내길"'밤낚시'를 통해 한국 역대 3번째 칸 그랑프리를 쟁취한 문나리 CD는 칸라이언즈를 비롯해 쟁쟁한 글로벌 광고제에서의 심사 이력 또한 보유하고 있다. 그런 그는 "광고제는 '이상형 월드컵과 같다"고 말했다.문 CD는 "이번 원 아시아 심사 때도 예선에만 350개 정도의 작품을 봤다. 광고제 심사를 한번 하면 전 세계 내로라하는 크리에이티브를 다 본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 좋은 아이디어들을 이상형 월드컵처럼 하나하나 가리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보는 나만의 눈, 기준이 세워진다"고 주장했다.이어 그는 "이전에는 실행하는 것에만 중점을 두고 캠페인을 진행했다면, 심사 경험이 쌓이고 나서는 캠페인 이후 유의미한 파급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울림을 줄 수 있을지까지 고려하게 됐다"며 "더 넓은 시야로 캠페인을 만들어 나가는 스킬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문 CD가 가장 인상깊은 캠페인으로 꼽은 '코카콜라 앞에서 만나(Meet me at the Coke Sign)'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호주 오길비(Ogilvy Australia)가 대행한 이 캠페인은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코카콜라 광고판을 활용했다. 50년 동안 시드니 시민의 만남의 장소로 쓰인 광고판을 개편하면서 QR 코드를 넣어 개인적인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게 한 것이 그 골자다. 장소의 상징성을 브랜드 스토리로 전환함과 동시에 입소문 효과(바이럴)를 잡은 캠페인이다.문나리 CD는 "시드니 거리의 수많은 이벤트들과 추억들을 하나의 필름으로 모아서 봤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우리도 옛날엔 '어디 간판 앞에서 만나'라고 약속을 잡곤 했다. (국적은 달라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인사이트로, 추억을 곱씹어 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다만 그는 한국 크리에이티브 역량이 세계적 수준임에도, 어워드 출품 문화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 수상 기회가 제한된 측면이 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문 CD는 "미국·유럽 지역은 광고제 수상이 '혁신적 브랜드'라는 이미지로 환원되는 구조 덕분에 출품 유인이 크지만, 한국뿐 아니라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선 수반되는 비용에 대해 보수적인 분위기"라며 "이번 심사에서도 오히려 자국 심사위원들이 '평이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타국 심사위원들을 통해 특별함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짚었다.이어 그는 "모두를 웃게한 태국 광고와 같이 국내 광고들도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상을 덜 받았다고 해서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해도 되지만, 출품을 하게 된다면 다양한 카테고리에 도전하길 바란다. 우리만의 감성을 담은 콘텐츠를 선보이게 된다면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매년 주요 거점 시장을 순회하는 원 아시아 심사위원단은 지난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 모여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 한국에서는 남우리 스튜디오좋 ECD(Executive Creative Officer), 문나리 이노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원준호 현대자동차 테크놀로지 PR 시니어 매니저, 임완 PTKOREA 카피라이터, 정원희 이노레드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터지스트(Creative Strategist)(가나다 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원 아시아 최종 수상자는 11월 19일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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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 아시아 심사위원단.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