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아시아, '전략적 타당성' 보는 눈은 똑같아"… 남우리 스튜디오좋 대표

아시아 각국의 문화와 유머는 달랐지만 좋은 캠페인을 가르는 기준은 결국 제대로된 '전략'이다. 성공적으로 글로벌 어워즈 무대에 데뷔한 남우리 스튜디오좋 대표는 서로 다른 시각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크리에이티브라고 강조했다. 

브랜드브리프는 최근 남우리 스튜디오좋 대표를 만나 2025 원 아시아(One Asia) 심사 후기와 그로부터 얻은 글로벌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눴다.

남우리 대표는 이번 원 아시아에서 브랜드 & 컬쳐(Brand & Culture) 부문 심사를 맡았다. 이는 브랜드 사이드&인하우스(Brand-Side & In-House),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Branded Entertainment), 크리에이티브 효과성(Creative Effectiveness), 문화적 임팩트(Cultural Impact), 게이밍(Gaming), 통합&옴니채널(Integrated & Omnichannel),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Award), 그린 어워드(Green Award) 등을 포괄하는 카테고리다.

남 대표에 따르면 해당 부문은 '엔터테인먼트와 브랜드가 얼마나 잘 섞였는지가 핵심'이다. 심사위원단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충분했는지, 그리고 브랜드가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원 아시아에는 심사위원장이 없고, 주최 측인 더 원 클럽 포 크리에이티비티(The One Club for Creativity, 이하 더 원 클럽) 멤버가 '오퍼레이터'로서 동석한다. 칸라이언즈, D&AD는 물론 더 원 클럽이 주최하는 글로벌 어워드 원쇼(One Show), 그밖에 아시아에서 진행되는 스파이크스 아시아, 애드페스트 모두 심사위원장이 있는 것과 다른점이다. 

남 대표는 "오퍼레이터는 어떤 방향을 제시한다기 보다는 진행자의 역할이다. 원 아시아는 시기적으로 타 광고제 보다 뒤에 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작품들을 다시 평가해야 해서 고민이 많았다"며 "그럴 때 오퍼레이터들이 '선입견 없이 다시 보자'고 유도하는 등 예민하게 심리적 균형을 잡아줬다"고 말했다.

이어 남우리 대표는 "심사위원장이나 오퍼레이터가 심사를 주도하기보다는 심사위원들끼리 '이게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나?'를 서로 설득하며 토론하는 구조였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남 대표가 세운 심사 기준은 문제의식부터 아이디어, 실행, 효과 등으로 이어지는 '로직(전략)'이다. 

그는 "문화 기반의 카테고리였기 때문에 판단할 때는 오히려 로직 중심으로 접근했다"며 "각 나라에서 실제로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봤고, 그 부분에 따라 순위가 바뀐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남 대표는 "아시아 15개국 심사위원이 모이면서 유머 포인트도 제각각이었다. 다같이 케이스 필름을 보는데 저 혼자만 웃은 적도 있고, 모두가 조용히 넘어가는 가운데 열성적인 팬(옹호자)이 등장하기도 했다"며 "국가 보다는 개인의 차이라고 느꼈다. 개인적인 취향을 배제하고자 한국 캠페인이 나왔을 땐 실제 소비자 반응을 찾아보며 토론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남 대표가 인상적인 캠페인으로 꼽은 것은 BBH 싱가포르가 대행한 노아(Noah)의 '세계에서 가장 큰 발기(The World's Biggest Boner)' 캠페인이다. 

영상에선 홍콩 야경 명소로 유명한 빅토리아 하버(Victoria Harbour) 인근에서 거대한 공 두 개가 바지선에 실려 운반된다. 공들이 길다란 빌딩과 겹쳐지며 남성 성기를 은유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남우리 대표는 "실제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VFX로 만든 가짜 광고(FOOH)였다. 너무 리얼해서 속았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며 "엄청난 시각적 임팩트로 엔터테인먼트적이면서도 메시지가 명확했다"고 평가했다.

조사 결과 홍콩의 남성 중 약 60%가 성 건강에 관해 대화하기를 피한다. 노아는 원격 의료 플랫폼으로, 남성의 성 건강이라는 주제를 상기시키기 위해 이 도발적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남성 건강 문제는 큰 일이다(Men’s health is a big deal)'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과장하고 위트 있게 전달했다.

이어 그는 "결국 수상 여부를 가르는 건 전략적 타당성"이라며 "브랜드가 처한 상황과 시장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웠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전략 면에서는 모든 심사위원들이 국가 상관 없이 공정했다"고 부연했다.

스튜디오좋은 이번 원 아시아의 키 비주얼 제작도 맡았다. 청양고추를 모티프로한 이미지는 불꽃형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한국의 화끈함을 강조한다.

남우리 대표는 "한국의 스타일로 원 아시아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브리프였다. 하지만 막상 결과물은 한국스럽진 않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느낌"이라며 "글로벌 클라이언트의 시각이 들어가면서다. 캠페인은 협업의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남 대표는 "이는 심사와도 연결된다. 아시아로 묶여있고, 서로의 문화에 대해 잘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국가별 간극이 정말 컸다"며 "인도는 여전히 성차별을 극복하려는 캠페인이 많은 반면, 태국은 냉동 난자 관련된 페미니즘 캠페인이 주목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남우리 대표는 "국가별로 사회적 상황이 달라 심사 과정은 그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과 같았다"며 "클라이언트와의 의견 차이처럼 글로벌에서도 모두가 생각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시각의 관점을 듣고 나니 글로벌 기준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우리만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감을 잡은 것 같다"며 "한국 특유의 유머나 스토리텔링 중심의 캠페인은 글로벌 무대에서 보편적인 서사로 통할 수 있는지 한 번 더 점검해야 할 것 같다"고 심사 소회를 밝혔다.

스튜디오좋으로서도 올해가 글로벌 광고제에 도전한 원년이다. 캠페인 제목은 'XXX 프로젝트(Project)'. 여성 모델이 아닌 2D 캐릭터로, 성적 매력이 아닌 모든 이들에게 어필하는, 술을 권유하는 대신 애니메이션의 상품으로 소주 브랜드 '새로'를 포지셔닝한 것이 골자다. 스파이크스 아시아 크리에이티브 전략(Creative Strategy) 부문 중에서도 장기 전략(Long-term Strategy)이라는 소범주에서 브론즈를 받았다.

남우리 대표는 "한 번 시작하면 3, 4년씩 오랜 기간 함께하는 고객사들이 많다. 브랜딩부터 시작해 커머셜 캠페인까지 이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강점인데, 딱 맞는 카테고리가 눈에 띄어 처음으로 글로벌 광고제에 출품하게 됐다"며 "스튜디오좋은 앞으로도 브랜드의 문제 해결을 우선으로 두고 실제 캠페인 성과에 집중할 것"이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매년 주요 거점 시장을 순회하는 원 아시아 심사위원단은 지난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 모여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 한국에서는 남우리 스튜디오좋 대표 겸 ECD(Executive Creative Officer), 문나리 이노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원준호 현대자동차 테크놀로지 PR 시니어 매니저, 임완 PTKOREA 카피라이터, 정원희 이노레드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터지스트(Creative Strategist)(가나다 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원 아시아 최종 수상자는 11월 19일에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