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카드사에 안일한 소비자보호 지적 … "재발 방지 위해 뼈 깎는 노력 필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여신전문금융업권(카드·캐피탈·신기술금융) CEO(최고경영자)와의 첫 간담회에서 최근 카드사 정보유출과 다단계 PG 구조 확산을 잇달아 언급하며 여전업권의 안일한 소비자 보호 인식을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금융보안과 정보보호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일 이 위원장은 서울 여신금융협회에서 여신금융협회장 및 15개 카드사·캐피탈사·신기술사업금융회사 최고 경영책임자(CEO)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취임 후 여신금융업권과 갖는 첫 번째 간담회로, 여전업권 소비자 보호 및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방안 논의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날 이 위원장은 최근 발생했던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고를 언급하며 "소비자 보호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안일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금융보안과 정보보호는 소비자의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단계 PG 구조 확산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PG를 통한 카드결제 과정에서 카드깡, 불법영업 등 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고리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며 "그동안 카드사는 PG 결제의 확산을 가맹점 관리비용 절감과 손쉬운 매출처 확보 측면에 집중하고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복잡·다단한 거래구조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전자상거래 환경에서 결제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선·직불전자지급수단과 카드결제 간 규제 차익을 정비하는 등 PG 결제 관련 규율체계를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캐피탈업권에는 급변하는 소비 패턴에 맞춘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소유에서 경험으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본업과 연계한 다양한 부가서비스 개발 등 새로운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며 "기존 영업 방식을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 국민 실활에 기반한 고객 니즈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유·구독경제 확산을 고려해, 현재 본업 실적 한도 내에서만 허용되는 렌탈 취급한도를 필요 시 완화하는 등 제도 개선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기술금융업권에 대해서는 잠재력이 있는 벤처기업에 단계별로 자금을 공급하는 만큼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동력을 육성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제도개선과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 출자자와 피투자기업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라며 창업자가 실패를 경험삼아 재도전할 수 있도록 초기 창업기업의 개인창업자에게까지 과도한 연대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미성년자 체크카드 발급연령 확대, 미성년자 후불교통카드 이용한도 상향 등을 내년 1분기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중 캐피탈사의 업무범위를 통신판매업 등으로 확대하고, 렌탈 취급한도를 완화하는 등 업계 건의사항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