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순이익 7700억원에도 정치권 공세 지속노조 "근거 부족한 낙인 … 절차 신뢰 훼손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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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K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했다. 그룹이 해양금융과 지역 생산적금융 확대를 앞세워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만큼 시장에서는 빈대인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관련 대출을 둘러싼 야권의 공세와 낙하산 논란이 겹치면서 회장 인선 전체가 다시 ‘정치 변수’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 모범관행 따른 3단계 심사 … 1차 후보 7명 압축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달 6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1차 서류 심사를 마치고 후보자 7명을 추렸다. 임추위는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맞춰 상시 관리해 온 내·외부 최고경영자(CEO) 후보 풀에서 지원을 받아, 기존보다 한 차례 늘어난 3단계 심사 체계를 적용해 서류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기준은 △그룹 중장기 비전과의 정합성 △금융·경영 분야 전문성과 경력 △공익성과 건전 경영 능력 △조직을 이끌 리더십 역량 등이 핵심이다. 승계 관련 실무는 전략부서가 아닌 이사회 사무국이 맡는다. BNK는 지난해 초 이사회 지원과 CEO 승계 관리를 전담하는 이사회 사무국을 신설했고, 이 조직이 후보군 상시 관리와 임추위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임추위는 1차 후보 7명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 및 외부 전문가 면접을 실시해 2차 후보군(숏리스트)을 정한 뒤, 심층 면접을 거쳐 최종 단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최종 회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3분기 누적 순이익 7700억원 … 연임 명분 쌓은 빈대인 체제

    실적만 놓고 보면 빈대인 회장의 연임을 뒷받침하는 요인은 적지 않다. BNK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77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2% 늘어난 것으로,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익 구조도 이전보다 다변화됐다. 증권·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 이익이 30% 이상 증가하면서, 은행 위주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건전성 지표도 개선세를 보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컸던 지난해와 달리, 올 3분기 말 그룹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46%, 연체율은 1.34% 수준이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2.59%로 상승해 자본 완충력도 강화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시에 나아진 데다 해양금융·지역 특화 전략도 궤도에 오른 만큼 ‘리더십의 연속성’을 고려할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략 측면에서는 해양금융을 축으로 한 지역 특화 전략이 BNK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BNK금융은 해양수산부와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해양금융 중심지 부산’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북극항로, 해상물류망 확충, 해양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국가·지역 단위 전략 사업에서 금융 파트너 역할을 맡는 구도다.

    해상풍력 분야에는 향후 5년간 2조원 규모의 금융·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발전소 프로젝트뿐 아니라 부품·운송·서비스 등 관련 산업 전반까지 포괄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공급망 전체를 지원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BNK부산은행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양금융미래전략 싱크랩(Think Lab)’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해양 관련 정책·규제 변화와 시장 수요를 분석하고, 수출입·선박금융·해상물류 분야 특화 금융상품과 투자 전략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대출 공세에 “정치적 해석 과도”

    변수는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도이치모터스 관련 대출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BNK가 과거 도이치모터스 인수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와 연관된 회사에 100억원대 신용대출을 제공한 점을 문제 삼으며, 빈 회장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국정감사와 당내 회의 등에서 이 사안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공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다른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많지 않은 가운데, BNK만을 특정해 정치 쟁점화하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내부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BNK금융 고위관계자는 “해당 회사는 빈대인 회장 취임 이전부터 거래해 온 고객이었고, 도이치모터스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기존 여신 관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대출”이라며 “당시 시장에서의 신용도와 재무 상태를 기준으로 여신 심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문제가 있었다면 금융당국 검사나 수사 과정에서 이미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그런 절차 없이 정치적 해석만 덧붙여 회장 선임과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에 가깝다”고 했다.

    ◇“BNK만 비리 상징처럼 소비” … 누적된 낙하산 트라우마

    노조도 BNK만 특정되는 정치 공세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BNK 노조는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에서 “BNK가 마치 특혜와 비리의 대표 사례처럼 소비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지배구조와 승계 절차는 금융감독원 모범관행을 준용해 진행하고 있는데, 일부 보도로 BNK만 ‘깜깜이 인사’로 인식되는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BNK 내부가 회장 인선 과정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과거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BNK는 역대 회장 선임기마다 외부 인사 영입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이 반복됐고, 실제 외부 출신 인사가 경영 전면에 선 사례도 있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 불신과 피로감이 쌓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BNK금융 한 관계자는 “3년마다 회장 선임 시기만 되면 낙하산 의혹과 외압 논란이 되풀이되면서 직원들 사이에는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며 “이번에는 최소한 정해진 절차대로, 외부 압력 없이 승계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것이 내부 공통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말·연초로 예상되는 숏리스트 공개와 최종 후보 추천 과정에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모범관행을 실제 절차에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는지 △정치권 공세가 어느 수준까지 이어지는지 △지역사회와 노조가 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이 향후 회장 인선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 선임이 정치 논공행상의 연장선으로 비춰질 경우 그룹 신뢰도와 인재 확보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반대로 절차의 투명성과 설명 책임이 담보된다면, 해양금융·생산적금융 전략을 이어갈 리더십의 연속성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