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5만명 넘어 국회 기후에너지환노위 심사 절차국민청원 실적 저조… 국회 논의 지지부진할 수도 "심야배송 제한, 물류 흐름 적체… 비용 더 늘어"
  • ▲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는 국민동의청원이 국회 회부 기준인 5만명을 넘기면서 논쟁이 국회 상임위원회로 옮겨가게 됐다. ⓒ뉴데일리
    ▲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는 국민동의청원이 국회 회부 기준인 5만명을 넘기면서 논쟁이 국회 상임위원회로 옮겨가게 됐다. ⓒ뉴데일리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는 국민동의청원이 국회 회부 기준인 5만명을 넘기면서 논쟁이 국회 상임위원회로 옮겨가게 됐다. 동시에 3000만명 넘는 고객 정보를 잃어버린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국회가 심야 배송 규제를 어디까지 손볼지 정·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노노 갈등'으로 번지는 새벽배송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청원인은 워킹맘을 자처하며 "늦은 밤 아이 준비물과 생필품을 챙기는 데 새벽배송이 없으면 생활이 무너진다"고 호소했고 게시 30일 이내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심사 대상이 됐다.

    해당 청원은 상임위 내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친 뒤,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본회의 회부 여부가 결정된다. 국회법과 청원심사규칙에 따라 상임위는 청원을 채택해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본회의에 올리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폐기할 수 있다. 

    다만 그간 국민동의청원 처리 실적을 감안하면, 실제 입법이나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1대 국회에서 성립 기준을 충족한 국민동의청원 가운데 본회의까지 올라간 건수가 많지 않고, 심사 지연·불부의 처리 등으로 사실상 방치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을 정하지 않고 '전면금지' 논란과 거리를 두면서 정치 공방에는 휘말리지 않겠다는 기류를 보이고 있는 점도 제도 개편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다. 

    앞서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심야 배송 제한'을 제안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택배노조는 심야배송 구조가 택배기사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반면 노조에 포함되지 않은 택배기사들은 중심으로는 새벽배송이 경제력 향상 등에 도움이 된다며 새벽배송에 찬성하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 한국노총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야간에 일해야 하는 노동자와 새벽배송에 의존하는 소비자층이 있는 만큼, 전면 금지가 아니라 단계적 개선 과제"라는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새벽배송 제한이 '노노 갈등'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 ▲ 택배기사들이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데일리
    ▲ 택배기사들이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데일리
    ◆ 李 정부, 노동시간 단축에 힘 실어

    정부는 야간노동 규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규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심야노동은 세계보건기구가 2급 발암요인으로 분류한 사안"이라며 "갈등의 본질은 심야노동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연속근무 일수 제한, 휴게시간·휴일 확대 등을 포함한 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택배·물류 분야 심야노동 규제 논의도 이 틀 안에서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물류업계는 심야 배송 제한이 사실상 새벽배송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요 택배사와 이커머스 업체들은 "도심 외곽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분류·적재를 거쳐 새벽 7시 이전까지 배송을 마치려면 물류센터와 택배기사가 자정 이전부터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0시~5시 배송 금지는 현재 구조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농가도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온라인 판매 비중이 큰 신선식품·농축수산물, 소형 자영업자 상품의 상당 부분이 새벽배송망을 통해 유통되고 있어, 심야 배송을 일괄 제한할 경우 재고·폐기 부담과 매출 감소가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 쿠팡 개인정보 유출로 곤혹

    새벽배송 논쟁과는 별개로 이커머스 1위인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지면서 관련 논의에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쿠팡은 최근 고객 계정 3300만건 이상이 유출된 사실을 인정했으며, 새벽배송을 대규모로 운영하는 주요 플랫폼의 관리 부실이 드러나면서 유통·택배업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심야배송 제한이 도입되면 단순히 새벽배송 한두 개 서비스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전체 물류 흐름이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며 "분류·적재·배송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에서 시간대를 강제로 묶으면 운송 지연, 물량 적체, 비용 증가가 동시에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환경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장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일괄 규제는 소비자 불편과 소상공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회가 조정 가능한 해법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