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 인정 요건 충족했는지 쟁점…연예인 '편의 의료' 후폭풍전문의약품 이동·감염관리·의료폐기물 처리도 도마 "위법 시 의료진 우선 처벌, 가담·요청한 경우 환자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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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 박나래씨의 '주사 이모' 논란이 확산하면서 왕진 제도의 근간과 의료법 체계 전반이 도마에 올랐다. 의사가 현장에 있었는지, 진찰과 처방이 즉시 이뤄졌는지, 전문의약품 관리와 감염예방 기준이 지켜졌는지 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복수의 법령 위반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연예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주사 이모라는 표현은 통상 비의료인이 장소 제한 없이 주사·수액을 놓아주는 행위를 지칭하는 은어다. 의료계는 이번 사안 역시 유사한 구조가 반복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적법한 왕진이라면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가서 진찰하고 의무기록과 약품 처리까지 모두 의료기관 시스템 안에서 관리됐어야 한다"며 "이 기본 조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왕진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의 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왕진은 △의사의 직접 방문 △현장 진찰 △그 자리에서 내려진 처방 △의무기록에 왕진 사실을 명시하는 절차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단순 피로회복 목적의 수액은 법령상 왕진 필요 대상이 아니다"라며 "연예계 스케줄 등 생활 편의는 내원 곤란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한다. 여기에는 의사의 지시 범위 밖에서 이뤄지는 간호행위도 포함된다. 법조계는 간호사가 단독으로 방문해 수액을 투여했다면 그 자체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의사의 직접 지시는 반드시 현장에서 즉시 판단한 처방이어야 한다"며 "전화나 문자로 투약을 승인하는 방식은 법적으로 의료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현장에 없었다면 간호사·비의료인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방조한 책임도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액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이동·보관·투여 과정 모두가 엄격히 규율된다. 의료기관 외 장소는 멸균 환경이 유지되기 어려워 감염관리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감염관리 전문가는 "수액 라인·카테터·주사침은 일회용 멸균 기구이기 때문에 현장 환경이 감염관리 지침에 부합했는지가 핵심"이라며 "오피스텔 공간은 의료 목적 설비 기준을 충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수액세트·주사침·라인 등은 모두 의료폐기물로 분류되며, 일반 쓰레기로 배출할 경우 폐기물관리법 위반이 된다. 실제 의료계에서는 비의료시설에서 발생한 의료폐기물을 무단 배출해 처벌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지방의료원 감염관리팀장은 "출장 형태로 의료행위를 하려면 배출시설·전용 용기·위탁처리업체까지 완비돼야 하는데 이런 요건이 맞춰졌다면 사실상 이동형 병원 수준"이라며 "현실적으로 충족되기 어렵기 때문에 왕진이 아닌 이상 대부분 불법에 가까운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의약품을 의료기관 밖에서 전달·사용한 정황이 확인되면 약사법 위반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영리 목적 출장 수액으로 판단될 경우,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이 적용돼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규제가 강한 이유는 전문의약품 오남용이 생명·신체 위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이번 논란이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연예인·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관행처럼 퍼진 '편의 의료' 시장의 민낯이 드러난 사례라고 평가한다. 

    개원가 한 원장은 "의료 접근성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지역 내에서 일부 의원들이 감행한 불법 왕진 시장이 있었다"며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유사 사건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