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수단 총동원한다지만 원화 약세·수입 물가 상승 압력 여전 서학개미 탓하는 외환당국 … 환율 방어에 국민연금 동원 논란도고환율 지속이 키운 물가 압력 … 수입물가 19개월 만 최대폭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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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지만,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물가 전반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부처별 차관급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임명해 소관 품목 물가 관리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나, 외환위기 이후 월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환율 앞에서 정책 실효성이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2026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다.정부는 부처별 차관급들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임명해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등 소관품목 물가 관리를 책임지게 할 방침이다.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수급 관리, 할인 지원, 할당관세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한다.담합 방지와 유통구조 개선, 생산선 강화 등 근본적 물가안정 대책도 병행한다. 석유값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와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을 내년 2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문제는 내년 물가 흐름을 좌우활 최대 변수로 꼽히는 환율이 이달 평균 1470원을 넘어 외환위기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평균 환율은 외환위기를 넘어 역대 최고 시준을 기록할 전망이다.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중 대미관세 및 대미직접투자 우려가 컸던 일본, 한국의 통화 가치 절하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141.82(2020=100)로 전월(135.19) 대비 2.6% 올랐다. 지난 7월(0.8%)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로, 상승폭은 지난해 4월(3.8%)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수입 물가를 밀어올린 주범은 환율이다. 10월 추석 연휴 이후 본격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환율을 두고 시장에서는 고환율 국면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환율은 지난달 7일(1456.9원) 이후 한 달여간 장중에도 1450원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다.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이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1%대로 내려앉았지만 9월 이후 오름폭을 키워 10월과 11월 2.4%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환율이 꺾이지 않을 경우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내년 초를 전후해 물가 흐름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거론된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환율이 1%포인트(P) 상승하면 같은 분기에 소비자물가는 0.04%P 오른다고 분석했다. 한은도 "환율이 1%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는 0.03%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고환율은 유가 하락분을 상쇄하고 있다. 수입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지난달 배럴달 64.47달러로 전월 보다 0.8% 떨어졌지만 같은기간 환율은 2.4% 오르며 가격 하락분을 반납하고 있다.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입 물가 상승률은 원화 기준으로 산출돼 유가 하락에도 환율 영향으로 상승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정부가 고환율이라는 구조적 문제의 원인으로 개인투자자와 국민연금 등을 지목하며 근본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로 꺼내들 수 있는 대응 수단도 제한적이다.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 카드가 거론되나, 국민연금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다 국민 노후자금을 동원한다는 부담까지 겹치며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정부와 외환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상태다. 수출기업의 환전 동향과 해외투자 흐름을 점검하고 환전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해외 투자 투자자 설명 의무, 위험 고지의 적정성, 빚투 마케팅 관행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을 활용한 외환 수급 완화 방안도 논의 중이다.특히 고환율이 고물가 등 실물경제로 전이되자 정부도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는데, 지난달 30일 외환 안정화 긴급회의에 이어 14일 관계부처 회의를 잇따라 소집한 것은 고환율·고물가 추세가 심상치 않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기재부 등 경제당국은 회의 결과에 대한 별다른 메세지를 내놓진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