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출신 설립한 美 아이로봇 파산 가격 경쟁·공급망 열세로 실적 악화로보락 올해만 신제품 12종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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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팔을 갖춘 최초의 로봇청소기 Saros Z70 ⓒ로보락
로봇청소기 ‘룸바’로 잘 알려진 미국 아이로봇(iRobot)이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가며 자사 제품을 위탁 생산해온 중국 업체에 인수된다. 한때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을 주도했던 미국 기업이 중국 OEM의 품에 안기면서,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 때 美 로봇청소기 1위 기업의 몰락16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로봇은 최근 중국 선전 PICEA 로보틱스와 구조조정 지원 계약(RSA)을 체결했다. 아이로봇은 파산보호 절차 이후에도 제품 판매와 애프터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아이로봇은 1990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기업이다. 2002년 로봇청소기 ‘룸바’를 출시하며 가정용 로봇청소기 시장을 대중화했고, 한때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미국 소비자 로봇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하지만 시장의 경쟁 구도는 빠르게 바뀌었다. 센서와 내비게이션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제품 간 기술 격차는 좁혀졌고,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제품 출시를 앞세워 시장을 잠식했다. 아이로봇은 브랜드 인지도는 유지했지만, 원가 구조와 공급망 측면에서 중국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아마존 인수 무산도 결정적이었다. 아이로봇은 2022년 아마존과 약 14억달러 규모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지만,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경쟁 제한 우려를 이유로 거래를 불허하면서 인수는 최종 무산됐다. 이후 아이로봇은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에 나섰으나, 독자 생존을 위한 자금 여력과 전략적 출구를 동시에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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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보락 올해만 신제품 12종 선보여중국 로봇청소기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 배경에는 혁신 속도와 제품 출시 주기가 있다.대표 주자인 로보락은 2025년 한 해에만 플래그십부터 중·고급 라인업까지 다수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단일 히트 제품에 의존하지 않고, 라인업 전체를 빠르게 교체·확장하는 전략이다.로보락의 S 시리즈에서는 올해 플래그십 모델인 ‘S9 MaxV Ultra’와 ‘S9 MaxV Slim’을 출시했다. 여기에 기존 상위 라인인 ‘S8 Pro Plus’와 ‘S8 Pro’까지 포함하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다층적인 제품 구성을 갖췄다. S 시리즈는 센서 기술과 청소 성능, 도킹 스테이션 자동화 기능을 집약한 로보락의 핵심 라인이다.합리적인 가격대로 꼽히는 Q 시리즈에서도 신제품이 대거 나왔다. 직배수 스테이션을 적용한 ‘Qrevo Pro’를 비롯해 ‘Qrevo EdgeC’, ‘Qrevo L’, ‘Qrevo C’, ‘Q8 Max Pro+’, ‘Q8+’, ‘Q8’ 등이 연이어 출시됐다. 가격대와 기능 조합을 세분화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기술 상징성을 앞세운 제품도 있다. 로보락은 올해 세계 최초로 5축 로봇 팔을 탑재한 로봇청소기 ‘Saros Z70’을 공개했다. 바닥 장애물을 집어내거나 정리하는 개념을 적용한 제품으로, 로봇청소기의 역할을 단순 청소에서 가정 내 자동화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이 같은 제품 전략은 경쟁의 중심이 단일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 완성도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로봇 본체와 도킹 스테이션,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자동화 경험이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르면서, 빠른 제품 반복과 신기능 확산이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 상위권에는 로보락, 드리미, 에코백스 등 중국 업체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들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이미 5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아이로봇까지 중국 자본 아래로 편입되면서,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의 중국 중심 재편 흐름은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업계 관계자는 “로보락은 신기술을 빠르게 제품으로 구현해 라인업 전반에 확산시키는 데 강점이 있다”며 “플래그십과 중가 제품을 동시에 출시하며 시장 표준을 스스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