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권 잃은 재경부 위상 약화 우려 속 존재감 드러낼지 주목 기획처, 이혜훈 청문회 통과가 관건 … 낙마 땐 컨트롤타워 공백
  •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뉴시스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뉴시스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예산편성권까지 틀어쥐며 '공룡 부처'로 불려온 기획재정부가 18년 만에 간판을 내린다.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예산처) 체제로 권한과 역할이 재편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경부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경제정책 사령탑 역할을 이어가고, 임기근 기재부 2차관은 예산처 차관으로 이동한다. 재경부는 경제부총리 부처로서 경제컨트롤타워의 위상을 확립하는 일이 과제인 가운데, 예산처는 이혜훈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일 정부에 따르면 재경부와 기획처가 이날 공식 분리 출범한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재경부와 예산처를 통합해 기획재정부를 출범시킨 지 18년 만에 단행된 조치다. 

    재경부는 거시·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 역할을 맡고 기획처는 재정과 중장기 국가 전략을 총괄하는 미래 전략 부처로 이원화 구조가 구축된다. 

    재경부는 2차관·6실장, 기획처는 1차관·3실장 체제로 현행 기재부의 2차관·6실장(1급 대변인 제외) 체제에서 차관 1명과 실장 3명이 늘어난다. 재경부에는 기존 차관보실과 국제경제관리관실, 세제실, 기획조정실 이외에 혁신성장실과 국고실이 신설된다. 기획처에는 예산실·기획조정실에 더해 기존 미래국을 확대 개편한 미래전략기획실이 신설된다. 

    기재부가 재경부와 예산처로 다시 쪼개지지만, 경제정책의 성패는 이들 경제당국 간 협력과 균형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지속가능한 건전재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 아래 두 부처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과 조정에 나설지 주목된다. 

    다만 분리 초기에는 혼선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경제정책 조정과 기획, 세제와 예산 업무는 본래 긴밀히 연결돼 있는 만큼 두 부처의 업무가 맞물릴 수 밖에 없는데, 조직 간 장벽까지 더해지면 조율과정에서 충돌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선 재경부는 예산 편성이라는 핵심 권한을 기획처에 넘기면서 실질적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재정 주도권이 이동하는 만큼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중재 기능은 예전만 못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여기에 금융위원회 흡수·통합까지 무산되면서 세제 권한만으로는 정책 전반을 조율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위상 약화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구 부총리는 "예산은 떨어져 나가지만 대통령이 말한 6대 구조개혁 과제를 결국 재경부가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경부가 경제 정책 전반을 이끄는 컨트롤타워라는 점을 부각하며 일각서 제기되는 존재감 약화를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장관이 공석인 상태로 출범하는 기획처는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연일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어서다. 보수 야권 인사가 초대 기획처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데다 12·3 계엄 옹호와 폭언,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며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낙마 공세가 본격화한 상태로, 추가 의혹이 이어질 경우 중도 낙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만일 이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기획처는 출범 초기부터 당분간 예산 컨트롤타워를 수행해야 할 장관이 부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새 부처의 방향성과 조직 안정성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2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단기적으로 그때 그때 예산을 배정하는 게 아니라 미래 안목을 갖고 기획과 예산을 연동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지출 구조를 점검해 재원을 마련한 뒤 민생과 성장 분야에 선별적 투자하는 방향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후보자가 자신의 건전재정론과 이 대통령의 확장재정 기조를 조화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친데다, 이 대통령이 소명을 요구한 지 하루만에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며 사과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설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