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지시에 CPTPP 가입 추진 공식화 이달 중순 한일정상회담서 주요 의제 가능성WTO 약화 속 수출시장 다변화 필요성 커져농축산업계 반발과 국민 정서는 최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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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등이 2022년 3월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공청회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CPTPP 가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미·중 갈등으로 인한 대외 리스크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외교부가 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한일 정상 모두 CPTPP에 관심을 두고 있어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CPTPP 가입이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6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달 만에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이달 중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이재명 정부 출범후 CPTPP 가입 필요성이 줄곧 제기됐던 만큼 이번 한일회담에서 우리나라의 CPTPP 가입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본·뉴질랜드·말레이시아·멕시코·베트남·브루나이·싱가포르·칠레·캐나다·페루·호주 등 11개국을 중심으로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다. 2024년 12월 역외국가인 영국이 가입절차를 완료해 12개국으로 늘어났다.지난달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경제영토를 넓히기 위한 CPTPP 가입과 한일 경제협력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일본이 주도하는 CPTPP 가입 재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지난달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CPTPP 가입 여부와 범위, 시기, 추진 전략 등에 대한 검토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지난 10월 국무회의 당시 이 대통령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보다 한중일 FTA, 한중일 FTA보다는 CPTPP로 접근하는게 낫다"며 "지금까지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 위주로 관계를 이어왔다면 이제는 수출시장도 다변화해야 하고 시장 개척도 정부 차원에서 많이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2년 4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CPTPP 가입 추진 계획을 의결했지만 동력을 잃으면서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그러다 3년 만인 지난해 9월 경제관계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검토를 다시 공식화했고 이 대통령도 의지를 밝히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정부는 CPTPP 가입을 통해 아직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 멕시코 등과 FTA를 맺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수출시장을 넓히는 동시에 이미 FTA를 체결한 기존 회원국과의 경제 협력 수준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목적이다.CPTPP 가입으로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다는 점도 정부가 CPTPP 가입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0.33~0.35%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도 3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완화되면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CPTPP에 가입할 경우, 올해부터 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전략 품목'으로 지정한 수입품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멕시코에서도 비관세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사실상 한·멕시코 FTA 체결과 같은 효과가 기대되는 셈이다. 멕시코 시장에서 경쟁국인 일본이 이미 CPTPP를 통해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가입 추진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김경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 무역정책'은 세계무역기구(WTO) 약화, 무역자유화 후퇴, 공급망의 지역화·블록화 심화, 기술통제 강화라는 구조적 전환을 초래하고 있다"며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무역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CPTPP 가입 추진이나 FTA 네트워크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관건은 CPTPP 가입 '입장료'와 그에 따른 관련 산업계 피해다. PTPP는 후속 가입국이 기존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협정 주도 국가가 일본인 만큼 일본의 협조가 결정적이다.일본은 영국에 가입조건으로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해 영국은 후쿠시마 등 9개현의 23개 품목에 대해 방사성 물질 검사 의무화 규제를 폐지했다. 대만도 일본 요구를 수용해 후쿠시마를 포함한 인근 5개현의 식품 수용을 허용했지만 아직 가입을 승인받지는 못한 상태다.과거 한국의 가입 검토 당시에도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카드를 꺼내든 전례가 있다. 한국이 다시 가입을 추진할 경우 수산물 규제 해제를 요구할 공산이 높다. 그러나 '방사능 공포'로 인한 국민 저항이 여전히 큰데다 수산업계 반발이 격화할 수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농축산업계도 마찬가지다. CPTPP 관세 철폐율은 사실상 무관세에 가까운 97% 수준으로, 가입 시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농축산 강국에서 값싼 수입 물량이 대거 밀려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2년 CPTPP가 국내 농업부문에 미칠 영향을 평가한 결과, CPTPP 가입시 향후 15년 동안 농업 분야에서만 최대 6조6000억원, 연 평균 약 4400억원 규모의 피해가 예측됐다.실제 문재인 정부 당시 CPTPP 가입 신청을 목표로 2022년 3월 열린 대국민 공청회에서 농업계의 반대 시위가 격화됐었다. 공청회 시작 전부터 농업단체들이 강당을 점거하며 몸싸움이 벌어졌고 2시간으로 예정됐던 일정은 1시간도 채 지 않아 파행으로 끝났다. 이후 농업계의 삭발과 시위 등 강경한 투쟁이 이어지면서 CPTPP 가입 신청을 위한 마지막 절차였던 국회 보고도 무산돼 논의는 흐지부지됐다.이번 정부에서도 CPTPP 가입 추진이 검토되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며 "우리 농업과 생산기반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불보듯 예견되는 거센 농민 반발은 정부로선 부담이다. 이를 의식한듯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19일 "CPTPP가 여러가지 이유상 바로 잘 진전이 안 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적인 측면이 있다"고 제동을 거는 발언을 내놨다. 그 이유로 "일본과의 관계에서 농수산물 문제"를 언급해 CPTPP 가입 과정에서 일본의 추가 요구가 쟁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역시 지난달 24일 브리핑에서 "CPTPP 추진을 검토한다는 방향은 정부 안에 있는건데 필요하면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CPTPP 가입 추진이 정치·사회적 파장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결국 정부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이라는 전략적 목표와 함께 농축수산업계 피해와 국민 정서를 둘러싼 국내 정치·사회적 부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