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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6년 의료계 신년하례회 현장. ⓒ대한의사협회
2026년 의료계 신년하례회는 의대증원과 의료정책을 둘러싼 인식 차가 드러난 자리였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가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안길 수 있다며 강한 경고음을 냈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완벽한 해법을 기다리기보다 실행 가능한 대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의료 시스템 재건을 놓고 의료계는 '리스크'를, 정부는 '시급성'을 각각 앞세웠다.
◆ "700조 청구서 누가 감당하나...10년 뒤보다 무서운 오늘의 소멸"
8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신년하례회에서 김택우 의협회장은 의대증원 논의의 출발점부터 문제 삼았다. 그는 "2년 전 의료 사태 당시 가장 크게 우려했던 것이 의사 정원 문제였다"며 "당시 합리적인 추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제시된 추계 결과의 속도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외국은 2년에 걸쳐 추계를 하고 6년에 걸쳐 결과를 발표하는 나라도 있다"며 "의료는 불확실성이 큰 영역인데 불과 5개월 만에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 과연 합리적인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재정 문제는 발언의 핵심이었다. 김 회장은 "현재 모델을 적용하면 2040년 건강보험 재정이 약 240조 원, 2060년에는 7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사 공급이 늘면 지출은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이 리스크를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미래 추계'보다 더 시급한 문제로 '현재의 붕괴'를 지목했다. "의료 사태 이후 전공의 수련 환경과 교육 여건이 과연 개선됐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24·25학번이 더블링된 상황에서도 약속됐던 교육 개혁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뒤 의사 수를 계산하기 전에 오늘 당장 사라지고 있는 필수의료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부터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은경 장관 "문제 인식은 같다...다만 시간이 없다"
정은경 장관은 의료계의 문제 제기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한 해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남은 상처가 가볍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저출생·고령화, 지역 의료 공백, 필수의료 위기, 재정 지속 가능성 등을 차례로 언급하며 "의료계에서 제기한 문제의식과 복지부의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접근 방식에서는 의견이 달랐다. 그는 "지금은 의료 개혁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자 어찌 보면 마지막 시기일 수도 있다"며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최선의 방안이 실행 가능하지 않다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이라도 시작해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언급하며 정부와 의료계의 협력도 요청했다.
◆ 정치권 "의료계 편 서겠다...입법·예산으로 뒷받침"
이날 하례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은 정치권의 공조 메시지도 이어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계의 절절한 호소에 공감한다"며 "여당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야당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진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분들"이라며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의료가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입법과 예산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예지 의원은 "의료 정책은 행정의 언어가 아니라 생명의 언어로 다뤄져야 한다"며 지속적인 소통을 약속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의사 인력 수급 추계는 일방적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장치"라며 "현장을 잘 아는 의협과 정책을 아는 국회가 손을 잡고 합리적인 해법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제네바 선언을 인용해 "의료계의 자유 의지와 명예를 지켜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